대담미술관 ‘this is for you’ 콜라보 전시 전경

밭에서 갓 뽑아낸 대파 한 줄기, 흙을 털어낸 오이, 붉게 익은 당근 한 움큼. 단출한 채소들은 어느 화가에게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밭일을 마친 엄마가 아이들에게 건넨 채소는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자식에게 좋은 것만을 주고픈 ‘마음’ 그 자체였다.

진허 작가와 플로리스트 김주안이 함께한 콜라보 전시 ‘This is for you’가 오는 31일까지 담양 대담미술관에서 열린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마음’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꽃과 채소에 담긴 사랑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꽃을 주요 소재로 작업해온 진허 작가는 최근 ‘열매’에 주목해 대파, 당근, 오이 등 어머니가 밭에서 손수 키운 채소들을 화폭에 옮겨내고 있다. 작품 한 점 한 점에는 아이에게 좋은 것만을 주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전시에선 회화와 함께 플로리스트의 오브제 작업이 조화를 이룬다. 서로 다른 매체가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출품된 회화 20여 점은 모두 ‘너에게 새 숲을 줄게’라는 명제를 지닌다. 이 ‘숲’은 채소를 의미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건네고픈 작가의 진심이 담긴 상징적 표현이다.

채소라는 친숙한 재료는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풍경으로 거듭났다. 그 위에 담긴 따스한 마음은 마치 고요한 숲처럼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반으로 잘린 오이와 아스파라거스가 나무숲처럼 배치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 숲속에는 가족을 상징하는 파란 새들과 2025년 을사년의 기운을 품은 푸른 뱀이 함께 등장한다. 자연과 생명, 가족의 이야기가 한 화면에 펼쳐진다.

또 다른 작품에선 가로로 이어진 세 개의 캔버스 위로 푸른 파밭이 펼쳐진다. 초록의 결이 살아있는 캔버스 앞에는 파를 닮은 식물로 둘러싸인 푸른빛 꽃 오브제가 함께 배치됐다.

식물 오브제 3점은 작가의 회화를 보고 연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미 완성된 오브제를 두고 작가가 그려낸 회화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아영 대담미술관 부관장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채소, 기쁨과 애도의 순간을 함께 담은 꽃은 모두 ‘누군가를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며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결과물로, 일상 속 잊고 지낸 작은 감정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허 작가는 “사랑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며 “가정의 달을 맞아 가까운 존재가 전하는 다정한 울림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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