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월)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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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 말은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명백히 이전과는 다른 기후위기에 따른 극단적 기상현상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했던 폭우가 이제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으며 그 위력도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폭우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 역사가 침수되고, 도로 옹벽이 붕괴되며, 빗물펌프장의 제진기가 작동하지 않아 도심 곳곳이 마비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사례는 지난 7월16일 경기도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붕괴 사고다. 이미 사고 전부터 구조물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통제 등 사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차량이 매몰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러한 재난들은 하나같이 공통된 원인을 갖고 있다. 바로 ‘예상 밖의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험은 감지됐지만 ‘설마 여기까지’라는 인식이 대응을 지연시켰고, 결국 피해로 이어졌다.
이제는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대책을 세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최근 대통령이 강조했듯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갈수록 예측 불가능해지는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물론 빗물받이 청소, 배수로 정비, 하수관 준설과 같은 일상적인 유지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앞으로는 침수나 범람이 ‘드물게 발생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 재난’으로 간주돼야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전환은 시설 설계에도 반영돼야 한다.
예컨대 지하철 역사에는 기존보다 더 높고 견고한 물막이판을 설치해야 하며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한 차수 장치의 유지관리 체계 또한 강화돼야 한다. 제진기는 한 대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장치들이 즉시 작동할 수 있도록 이중화하거나 다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천의 경우, 범람 위험이 있는 구간은 제방을 보강하고 배수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단순히 호우주의보 수준에 그치는 대응이 아니라, 예측을 뛰어넘는 폭우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적 대비가 절실하다.
지하차도 또한 마찬가지다. 차량 진입만 차단하는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 침수로 차량이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시민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비상 탈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침수 사고에 대비해 지하차도에 비상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 변화의 결과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6월16일 부산 연제구에서는 하수가 역류하며 맨홀 뚜껑이 열려 한 여성이 그 안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수년 사이 반복되는 폭우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이제 현실이 됐고, 전국 곳곳에서 맨홀 내부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극한 상황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계획이란 정해진 대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오히려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포함해 대안을 세워야 한다. 재난에 있어 이제는 시스템과 인식 모두가 ‘최악’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우리 전남지역 모든 지자체 역시 지역 내 위험 요소와 대응 체계를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한 모든 사항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피해를 줄이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정한 한계 너머까지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안전, 그리고 책임 있는 계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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