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가위 무렵, 장애 학생들과 현장 체험학습을 했다. 광주의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을 견학하고 장을 봤다. 이튿날은 시장에서 사 온 음식 재료를 이용해 학교에서 명절 음식을 만들었다. 명절 후에는 수학여행 코스로 전주한옥마을에 가서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장소를 거닐며, 십원빵 같은 길거리 간식을 사 먹고 초코파이도 만들었다. 학생들은 초코파이가 엽전 모양을 본떴다는 걸 배웠다. 또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대여해 입고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맑게 반짝이는 가을 햇살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전통시장이 떠오르는 문학 작품이 더러 있다. 그중 하나는 이효석 작가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고, 또 하나는 박경리 작가의 장편소설 ‘토지’이다. 이 두 작품은 실제로 유명한 전통시장과 어우러져 관광 코스로 개발돼 기억되고 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자연과 향토성에 대한 작가의 몰입과 탐구가 절정에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시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메밀꽃 필 무렵’에는 강원도 봉평장이 나온다. 이 소설 속에서 동이와 허생원은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칠십 리 밤길을 걸어가고, 이 여정에서 둘 사이가 부자지간임을 독자는 짐작한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실제 이효석 작가의 고향으로 이곳에 ‘효석문학관’도 건립되었다.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사랑으로 승화시킨 생명 사상과 근대 전환기의 신분 질서의 혁명적 해체를 실감있게 그린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1969년에 시작하여 1994년까지 26년간 5부 16권으로 완간한 대하소설이다. 섬진강의 동편 마을, 하동 악양 평야 주변에 최참판댁이 재현되어 화개장터와 함께 관광 코스로 유명해졌다. 화개장터는 김동리 원작 ‘역마 1967’의 배경이며, 화개천이 섬진강과 만나는 합수머리에 있고, 5일 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조선시대 때부터 오랫동안 지리산 일대 산간마을과 남해를 잇는 중요한 상업중심지 역할을 했다.

전통적인 삶의 자취와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발전시켜 계승해 나가려는 노력이 전국 곳곳에 관광명소를 탄생시키고 있다. 봉평 전통시장과 화개장터가 그렇고, 전주한옥마을도 마찬가지이다. 봉평 시장은 인구 감소로 상설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전국을 떠돌며 장사하던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허생원이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매번 찾아오는 곳이 봉평장이라는 점에 착안해 ‘효석문학관’과 연관 지어서 활성화할 방안을 강구 했다고 한다. 특산품 메밀을 활용한 메밀전, 메밀국수, 메밀 닭강정 등 다양한 요리가 상품화되고, 직접 요리해 보는 쿠킹클래스도 성황리에 이뤄진다. 하동군도 2001년에 화개장터를 현대적 시장으로 탈바꿈하여 깨끗이 정돈하고 특산품을 파는 관광명소로 키웠다.

요즘 전통시장은 매우 깔끔하고 스마트해졌다. 인정과 넉넉함의 상징인 ‘덤’이라는 가치를 전통시장에서 느낄 수 있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도 전통시장 부흥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형마트 영업일 제한과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발행 및 구입 시 할인 혜택 제공, 신용카드 사용 및 결제 방법의 다양화로 전통시장 이용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을 즐기며 전통을 계승해 나가도록 가끔은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겠다. 송이, 은행 구이와 재첩국, 수수부꾸미처럼 그 지역 고유의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 여행하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허생원처럼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인간관계의 소통 극장인 장터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김양화 약력>
▲‘평화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한국문인’ 수필 등단, ‘신문예’ 시 등단
▲천강문학상 동화 수상
▲수필집 : ‘사랑엔 장애가 없다’
▲동시집 : ‘메뚜기 교실’, ‘숲의 초인종’
▲광주선우학교 특수교사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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