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비아

여자는

현미경으로

세상에 모든 미세먼지를 찾아
가슴으로 껴안았고

남자는

망원경으로

구름 속에 숨겨놓은 무지개를 발견했고
별들이 거두어간 이름들을 호명했다

현미경 망원경보다
더 정밀한 신의 발명품은

여자와 남자의
눈동자인지 모른다.

(시집 ‘빨강을 잉태하는 여자’, 광주문학, 2024)

[시의 눈]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존재와 밖으로 밖으로 싸고도는 존재, 이 두 존재가 원심력과 구심력에 의해 선명히 분리되고 있다.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두 존재의 만남은 밥상을 놓고 마주 앉기도 하고, 저 멀고 먼 우주의 끝에서 전혀 낯선 남남으로 만나기도 한다. 하나는 현미경으로 또 하나는 망원경으로. 돌려서 말하면 구심력과 원심력의 맞대응이다. 구심력은 중심을 향해 작용한다. 지구를 도는 위성처럼. 원심력은 바깥으로 떨어져 나가는 힘이다. 급커브길 바깥으로 쏠리는 감각처럼. 현미경의 존재는 매사에 꼼꼼하고 치밀한 까닭에 마찰이 잦다. 망원경의 존재는 감정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한 편이다. 단순하기 이를 데 없어 아니다, 싶으면 그냥 도주해버린다. 회전운동에서 보듯이 구심력은 원심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보조 힘이다. 원심력이 강할수록 구심력의 효과는 빛을 발한다. 내빼는 자를 잡아당기는 힘 바로 구심력이다. 작용 반작용을 밥 먹듯이 전개해가는 흥미진진한 두 존재, 치밀함과 섬세함, 화끈함과 달아오름, 둘은 별도의 감정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호보조의 역할을 다하려는 책무를 인식한다. 완벽한 타인이 일심동체도 될 수 있는 마법 같은 신의 발명품이자 흥미로운 존재론적 탐색 대상이다.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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