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나주 금천의 봄’

‘독일 백조의 성’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느낀 감정은 사진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어요. 그런 차이가 그림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더라고요.”

송원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30여 년간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고희자(사진) 작가가 열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무등갤러리에서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을 주제로 펼쳐진다.

전시 주제는 김익두 문학평론가(전북대 명예교수)가 작가의 작업을 보고 ‘백색’의 깊이를 짚어낸 데서 착안했다. 오랫동안 자연과 풍경을 주제로 쌓아온 작업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 선보여진다.

전시에는 지난 20여 년 그려온 대표작 중 50여 점을 선별해 걸었다.

작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늘 ‘자연’을 캔버스에 담아온 그는 현장을 직접 걷고 스케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해외 도시는 물론 해마다 나주 금천의 배나무, 구례 산동 산수유, 섬진강 일대의 매화, 순천 월등면 복숭아꽃을 찾아다니며 자연의 변화와 결을 눈으로 확인해왔다.

‘독일 백조의 성’을 그릴 당시에는 배낭을 메고 산 정상까지 올라 바위 위에서 스케치를 했을 정도로 현장성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작가의 그림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흰색’이다.

피사체의 외곽을 따라 흐르는 백색, 풍경 속에 점점이 박힌 흰 꽃, 산봉우리에 두드러지는 흰 터치 등에 자연스레 시선이 따른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어린 시절, 겨울이면 메마른 가지만 남던 집 뒤뜰의 나무가 떠오른다”며 “황량해 보이던 나무가 봄만 되면 노란 꽃을 틔웠고, 그 작은 빛깔이 어린 나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작가는 “그림 앞에 앉아 있을 때 오랜 시간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 고요히 정화되는 듯하다”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은 지난 세월의 흔적이다. 마음속 응어리진 감정이 한 송이 한 송이 그림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표현 방식도 돋보인다. 먹물·수채·콘테·오일물감 등을 혼합해 절제된 색감과 몽환적 분위기를 함께 살려냈다.

작가는 “붓을 잡는 순간 무한한 자유를 얻는다”며 “바람에 흔들리는 꽃, 물결 위의 반사, 거리의 사람들까지 모두가 물처럼 스며들어 한 폭의 그림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는 지역 미술단체 황토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황토회는 오지호·배동신·김인규·최용갑·김수호·강동문 등을 중심으로 1970년 창립전을 연 이후 50여 년간 지역의 미술발전을 이끌어온 단체다. 광주·전남 지역 서양화 흐름 안에서 구상·비구상 평면작품을 중심으로 단체전을 이어오고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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