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철도 2호선 2단계 13공구(농협유통센터사거리-운남교차로) 수완지하차도 구간의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해당 구간이 애초 설계와 다른 노선으로 변경된 과정에서 이미 문제점이 지적됐음에도 광주시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광주시에 따르면 2016년 도시철도 2호선 최초 설계에서는 이 구간의 노선이 수완지하차도 우측(하나로마트 방향)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235정거장과 실제 노선 사이의 거리가 멀어 이용 불편이 크다는 주민 민원이 제기되자, 광주시는 2018-2020년 기본계획 변경 과정에서 해당 지점을 다시 검토했다.

초기에는 기존 노선을 유지하면서 지하차도를 도시철도 전용으로 전환하거나 정거장 출입구를 추가해 접근성을 보완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정거장과 상가·주택가에 더 가까운 수완지하차도 좌측으로 노선을 이동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당시 기술자문위원회 심의 자료에 따르면 심의위원들은 좌측 노선이 접근성·편의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나 동시에 고층 건물과의 근접으로 인한 안전 문제, 지장물 증가, 공사비 상승 등 여러 위험 요소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제기했다.

설계자문의견서에는 예산 확보, 지반 보강, 민원 관리 등의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2021년 변경된 노선을 확정했고 2023년 사업계획 승인 후 2024년 1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사에 착수하자마자 심의 단계에서 우려됐던 문제들이 현실화했다. 지하차도와 고층 빌딩이 밀집해 굴착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고 다양한 지장물이 복잡하게 얽혀 시공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결국 공사는 중단됐고 광주시는 기존 설계를 다시 검토하는 상황에 놓였다.

광주시는 다시 초기 계획에 가까운 우측 노선을 복원해 풍영정천 하상 도로 지하로 우회하는 방안, 지하차도 하부를 직접 통과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미 사업비는 급증했고 지장물도 더 늘어나 난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당시 기술자문위원회에서 1-7차 회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된 가운데 노선 변경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검토 부족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광주시의원은 “노선 변경 과정에서 설계 담당 공무원들이 전부 다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 요인들을 덮어둔 채 민원성으로 노선 변경을 강행했다”며 “2호선은 계획 수립, 설계 등 모든 과정이 부실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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