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다’

줄탁동시. 병아리가 안에서 울고 어미닭이 이에 맞춰 밖에서 껍질을 깨주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해질 때 비로소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삶의 어둠과 빛, 절망과 희망 등 두 가지 것이 공존하는 순간이 조형물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전남대학교박물관(관장 김철우)은 내년 2월26일까지 대학본부 1층 로비에서 바다 작가 초대전 ‘줄탁동시( 啄同時)’를 진행한다.

바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마주한 순간을 나무와 돌이라는 원초적 재료에 새겨 넣으며,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삶의 숨결을 포착하고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가죽나무, 화강석, 대리석 등 다양한 재료에 생의 흔적을 담은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자연의 숨결 위로 깨어남과 희망, 고통과 연대의 서사가 조용히 흐르며 관람객을 깊은 사유의 공간으로 이끈다.

오래 잠들어 있던 생명성이 껍질을 깨듯 드러나는 형상들, 시대의 상처를 품은 존재들이 서로를 깨우며 나아가는 이미지들이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조형미로 표현된다.

작가는 나뭇결의 파동, 돌이 품어온 시간의 무게를 깊이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깨어나려는 존재의 몸짓을 조형적 언어로 확장한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은 작가 자신의 내면과 세상에 대한 응답으로 작품 속에 구현된다.

김철우 박물관장은 “일상에서 놓쳤던 삶의 숨결 속 자연과 인간, 내면과 외부가 상응하며 나아가는 ‘줄탁동시’의 순간을 함께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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