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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광주공장 노조와 ‘네덜란드병’
박연오 논설위원

  • 입력날짜 : 2013. 07.02. 00:00
경제학에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라는 용어가 있다. 국가경제를 자원에 의존하여 급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향후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현상을 지칭한 것이다. 그런 탓에 ‘자원의 저주’라고도 불린다.

1950년대 말 대규모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한 네덜란드는 당시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이후 통화가치가 급등하고, 물가와 임금상승 등으로 모든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며 극심한 경제적 침체에 봉착했던 역사적 학습효과에서 유래된 용어다.

결국 네덜란드는 1980년대 초까지 실업률이 14%에 달했고, 만성적인 복지병에 재정적자까지 겹쳐 전 세계로부터 ‘네덜란드병’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노사는 1982년 말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대타협을 이뤘고, 10여년 만에 문제 국가에서 강소국으로 환골탈태하게 된다. 임금인상 자제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대타협의 주요한 골자였는데, 이 협약이 그 유명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s Accord)이다. 이는 곧 네덜란드식 사회적 합의 모델의 기초가 됐고, 세계 사회학자들은 이를 두고 전 세계를 통틀은 ‘노사 관계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이를 지켜본 선진국들은 생산성 제고를 위한 경영합리화, 조직개편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마다 반드시 노사협의를 거치게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이와 유사한 단체협약안을 도입했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사실상 허용하는 단체협약안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근로조건의 ‘합의’ 외에 기업의 합병과 양도, 공장의 이전·통폐합, 외주·분사, 하도급 전환, 신차종 투입, 신기술, 신기계 도입 등 주요 경영활동 시에도 노사간 ‘의견일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당시 사측으로서는 파업의 장기화에 따른 손실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지도 모르지만 어떻든 작금의 ‘노사협의’의 시발이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최근 ‘62만대 증산 프로젝트’에 사실상 협의를 끝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노사협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1년 12월 62만대 증산 프로젝트 발표 이후 증산이 결정짓는 데까지 무려 19개월이 걸렸으며, UPH(시간당 생산대수) 문제도 당초 목표보다 5개월 이상 늦춰지지 않았는가. 네덜란드식 ‘노사협의’와 큰 괴리를 보인 대목이다.

네덜란드의 기적은 경제 위기를 맞은 노사정 3자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아자동차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며 비켜갈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를 달성한 기아차가 올해는 대·내외적인 변수들로 난관에 처해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성장률 둔화,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채산성 악화 등의 경영 환경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8% 성장을 기록한 기아차는 올해 목표치를 최근 10년래 최저치인 4%대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럽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도 우려의 대상이다.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따라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과 꾸준히 줄어든 가격 격차는 향후 기아차의 ASP 상승 여지를 좁히고 있다. 특히 원화 강세와 엔저 등의 환율 영향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아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노사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62만대 증산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네덜란드의 기적’을 되뇌이며 ‘상생(相生)’의 길을 실천하는 게 시급하다. 노조는 대립과 투쟁의 관점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바라보는 대승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린다 에어가 저술한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한 기술’이란 책을 보면 게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교훈이 있다. 게를 잡아 얕은 양동이에 넣으면 금세 밖으로 기어 나오지만, 두 마리를 같이 넣으면 두 마리 다 기어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서로 빠져나가려고 싸우다 결국 서로를 끌어내리는 게의 본능에서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는 양동이에 담긴 두 마리 게를 반면교사 삼길 바란다. ‘자신만 살겠다’는 이기주의는 곧 실패하며, 결국 노사가 함께 죽는 공멸이다. 노조원들의 고용안정은 협약만 체결한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생산성 향상과 시장을 늘리는 일이 곧 고용안정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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