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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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에 남도 예향정신 녹여낸 작품 하고파”
서양화가 송필용씨,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서 초대전
10월11일까지 63점 전시…곧은 물줄기에 생명 근원 탐구
20여년 그린 폭포·바다, 사유세계와 연계 깊은 울림 선사

  • 입력날짜 : 2015. 08.11. 19:41
서양화가 송필용씨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폭포는 언제나 곧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오는 10월11일까지 이 전시를 통해 ‘청류(淸流)’란 문패를 단 63점의 그림을 선보인다.
“폭포와 물줄기, 바다와 같은 물(水)만 포착해 그려온 지 벌써 20년이 흘렀어요. 저는 물이야말로 가장 깊은 사유로 향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론 남도의 예향정신을 연계한 물줄기를 작품화하고 싶어요.”

언젠가부터 송필용 하면 ‘물’이 따라붙는다. 그것도 온통 푸른색의 물줄기가 가득해 흘러넘치는 캔버스가 떠오른다. 쪽빛 물결 하나로 역동적인 생명의 기운을 예찬하고, 물 가듯 흐르는 붓길을 따라 삶의 가장 근원적인 형상을 포착해온 작가, 바로 서양화가 송필용(57)이다.

그가 처음부터 물을 그린 건 아니다. 전남대 미술교육과 4학년 재학 시절, 5·18광주항쟁이 터졌고 그는 숙명처럼 미친 듯 민중미술에 빠졌다. 1984년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암울한 현실을 직면하는 길을 택했는데, 그것이 바로 국토답사였다.

송필용 作 ‘청류(淸流)’
“땅 위에 스러져 간 사람들의 삶을 반추하고 질곡의 현대사를 더듬어 갈수록 국토에 대한 애정이 솟구쳤어요. 당시 국토답사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부터 1980년대까지 100년 역사의 흐름을 16m에 달하는 장대한 파노라마로 캔버스에 엮은 작품이 1989년 만든 ‘땅의 역사’였죠. 지금 광주시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그 작품을 끝낸 뒤 자연과 남도정신에 묻힐 요량으로 가사문학이 꽃피었던 담양 시골에 들어갔습니다.”

해서 송 작가는 1990년 담양에 둥지를 틀고 만천하에 내걸린 온갖 자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픈 역사에만 초점을 뒀던 시선도 더 확장돼 사유와 철학으로 이어졌다. 대나무와 매화 등을 화폭에 새기기 시작했고, 우리네 산수(山水)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러다 문득 그는 깨달았다.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금강산 한복판에 들어서니, 그 최고의 비경을 완성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물이란 것을 말이다. 동해와 바로 접한 금강산의 온갖 풍광은 물의 오묘한 변화와 신비한 변천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당시 목도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물을 찾아다니며 물만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계곡에서부터 거대한 폭포수까지 그는 물 풍광이 펼쳐진 곳이라면 어디든 찾았다.

“어느새 저에게 폭포는 정신의 의미가 됐습니다. 마음의 깊이와 여백을 형상화해낼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인 셈이죠. 잡히지 않고 마냥 흘러가는 추상성, 흔하지만 그 오묘한 변화를 인간의 눈으로는 완벽하게 해석할 수 없는 귀함 등의 이유로 저는 물을 연구하고 물을 상상하며 그리기에 빠져들었죠.”

그렇게 20여년이 흐른 지금, 그는 물 하나만으로 이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초기에는 사실적인 물줄기가 캔버스에 가득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다. 예술적 붓질마저 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이자, 사유적 내공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는 반증일 테다.

“물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생명의 근원이자 모든 사유의 근간입니다. 앞으론 더 울림이 깊은 물 그림을 그려내고 싶어요. 물과 연계된 우리네 정신, 예향의 뿌리를 만들어내고 싶어서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송 작가의 작품들은 중견작가초대전라는 이름으로 오는 10월1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 전시된다.

‘청류(淸流)’란 문패를 단 그의 63점 그림들은 다양한 울림을 전한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형상화한 ‘검은 바다-416’은 먹먹함 그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냈고, ‘폭포는 언제나 곧다’와 같은 그의 대표작들은 쪽빛 물줄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매력을 풍긴다. 송 작가의 물그림 속에서 ‘요산요수(樂山樂水)’ 할 만하겠다./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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