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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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정가춘추] 박주선 부의장의 대권 도전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03.21. 19:56
국민의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뼈 속까지 호남’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정치는 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명맥을 유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열린우리당 정동영 후보가 패한 이후 호남 정치인들은 18대 대선에서 명함도 못 내민 것은 물론 현재 진행형인 19대 대선에서도 전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무려 6선 국회의원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경선 레이스 도중 무력하게 도중하차를 선택한 것도 호남 민심에 생채기를 남겼다.

‘탄압받은 정치인’ 박주선

이러한 전후 사정에도 불구하고, 심사숙고 끝에 19대 대선에 뛰어든 박주선 부의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박주선 캠프에 따르면 지상파나 종편의 출연 요청이 급증한 것은 물론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국 지방언론사들도 많아 일정관리가 어려운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에 대한 관심 증대는 그가 이른바 ‘영남패권’에 의해 끊임없이 정치적 탄압을 받은 주요 호남 정치인 중 한명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박 부의장의 정치적 캐릭터는 ‘4번 구속, 4번 무죄’로 잘 설명된다. 보통사람이라면 단 1번의 구속으로도 깨끗한 이미지에 먹칠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무죄가 나더라도 평판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정치검찰에 의한 ‘4번 구속’이란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4번 무죄’란 신화를 써 내려간 것은 물론 ‘지켜야 할 인물은 지킨다’는 지역 여론에 힘입어 4선 국회의원 고지에 올랐다.

사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잘 나가던 그가 구속이라는 시련을 겪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김대중정부를 계승했다는 노무현정부 때였다. 현재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법원의 4번에 걸친 무죄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 그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영남패권세력의 묵인 또는 방조 하에 이뤄진 유력 호남정치인 ‘싹 자르기’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박 부의장의 입장이다.

박 부의장은 지난 17일 한 방송에 나와 “노무현 대통령 당시 ‘호남 정치인들이 과도하게 진출하면 전국정당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저를 포함해 박지원 박태영 등등 호남의 유력 정치인들을 배척했으며, 결국 열린우리당을 새로 창당해 나갔다”고 말했다. 논쟁유발적이긴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이후 유력 호남정치인의 싹은 보수정권이 아니라, 노무현정부 때 집중적으로 잘렸다는 것이다.

호남 또는 호남정치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 후기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실학자 황윤석(1729-1791)도 당시 호남차별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그 해소방안을 제시한 글을 남겼다.

‘호남 싹 자르기’ 어제오늘 일 아냐

황윤석에 따르면 전라도는 정치적으로 관직인사에서 소외된 까닭에, 경제적으로 국가의 식량창고 역할을 하는 데도 홀대 당했다. 그는 호남인이 단결하지 못해 얕잡아 보기 때문에, ‘영남인은 믿음직하고 호남인은 가볍다’는 식의 악의적 편견이 날조됐다고 주장하며 호남차별 근거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리고 몇 가지 해소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요즘 문장으로 바꾸어 요약하면 첫째 호남의 자긍심을 일깨울 자랑스런 역사와 인물을 발굴해 널리 교육시키자. 둘째 대권주자 같은 상징적인 인물을 키워내 구심점으로 만들자. 셋째 호남의 중요 문집을 간행하자. 넷째 호남의병사 등 자랑스런 역사를 편찬 배포하자 등이된다.

사흘 뒤인 25일 열리는 국민의당 호남권 경선 결과는 국민의당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광주 전남 제주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호남 경선의 승자가 사실상 국민의당 대선주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호남 경선의 승자가 당초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온다면, 25일-26일 실시되는 민주당 호남 경선인단 ARS투표와 27일 광주여대에서 열리는 호남권 순회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의 대선 경선은 현장투표 80%+여론조사 20%로 결정된다. 여론조사 20%는 현장투표를 모두 마친 이후 실시되기 때문에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현장투표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장투표 80%’ 최대 변수

특히, 선거인단명부 없이 진행되는 국민의당의 현장투표 방식은 이번 경선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분증만 갖고 경선장에 나오면 누구나 투표가 가능해 민주당 지지자이건, 자유한국당 지지자이건, 정의당 지지자이건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과연 타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있을 것인지, 있다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등도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선거인단 명부가 없다고 해서 한 사람이 광주에서도, 대구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당에서 이중투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즉, 한명의 유권자는 단 한번만 투표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당초 무조건 안철수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란 예상을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국민의당 대선 경선의 흥행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보나마나 한 선거에서 ‘어? 누가 이길지 모르겠네?’로 유권자의 시각이 위치 이동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주선 부의장이 받을 성적표가 궁금하다. 그 성적표에 따라 호남의 자존심이 살아날 것인지, 호남정치의 미래가 희망적일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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