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화요일)
홈 >> 사설/칼럼 > 김진수의 정가춘추

[김진수의 정가춘추] 대통령선거와 호남 정치인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04.18. 19:03
‘5·9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 후보 당사자뿐 아니라, 두 후보를 지지하는 조직 및 사람 간의 사활(死活)건 경쟁도 뜨겁다. 문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다.

‘야권의 심장’이라는 광주·전남의 표심을 다지기 위해 민주당은 지역출신 수도권 국회의원을 대거 투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진영(담양), 박홍근(순천), 기동민(장성), 황희(목포), 이훈(신안), 송영길(고흥), 백혜련(장흥), 박광온(해남), 김태년(순천), 전해철(목포), 김경협(장흥), 위성곤(장흥) 등 10여명이 넘는다. 물론 이들이 모두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광주·전남 출신 국회의원들의 하방활동을 독려하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개호 의원 단 1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두 야당의 사활 건 선두경쟁


이에 맞서 국민의당은 18개 광주·전남 지역구 중 16곳에 현역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민주당 호남출신 국회의원들의 하방활동을 ‘별 효과 없는 짓’으로 평가절하 한다. 의원 개개인의 인지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광주·전남의 바닥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라고 호언장담하면서. 국민의당은 박지원 대표를 정점으로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승용 원내대표 등 당의 중진들이 각각 광주와 전남을 맡아 바닥 민심 훑기에 나서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문재인·안철수를 대신한 호남 정치인들간의 충돌이 어느 때고 발생할 수 있는 형국이다. 양 당의 두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흠집내기는 이들이 한 때 같은 정당에서 한 솥밥을 먹었던 동지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두 정당은 모두 호남인들로부터 정권교체를 실현시켜 줄 주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당이다. 사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어떤 대선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선거 후 힘을 모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협치든, 연정이든 두 당이 힘을 합쳐 오랜 세월 소외와 낙후로 굳어진 ‘호남의 눈물’을 닦아 줄 역사적 책무가 두 정당에게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두 정당간의 감정싸움은 지나친 느낌이 있다. 혹자는 선거란, 특히 대통령선거란 얼마든지 치열하게 다툼을 벌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너무 감정적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국민 감정싸움 우려할 수준


문·안 후보 측이 도 넘는 네거티브 공방과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과 관련, 김대중 정부 초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의 문희상 의원은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당선된 이후에 생길 문제에 대해 지금부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걸 전제로 하지 않으면 서로 막가는 정치가 된다. 이건 정치도 아니다”고 걱정했다.

더욱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당 간의 ‘감정의 골’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대신해서 싸우고 있는 호남 정치인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한 솥밥을 먹으며, 함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 간에 만들어지고, 쌓이는 것 같아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노자와 함께 도가를 형성한 장자는 ‘착불견’(着不見)의 지혜를 설파했다. 착불견이란 너무 집착하면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장자 산목(山木)편에 나오는 ‘당랑박선(螳螂搏蟬)’ 우화는 잘 알려져 있다. 장자가 나무 위에 앉아있는 까치를 활로 쏘려는데, 까치는 눈앞의 사마귀에 집착하느라 자신이 곧 죽을 줄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사마귀는 또 매미를 잡느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까치의 존재를 모르고, 매미는 나무 그늘에서 맴맴 우는데 정신이 팔려 사마귀를 인식 못하고 있었다는 스토리다.

호남은 여전히 국가불균형발전의 상징지역으로 남아있다. 아버지뻘 호남 사람들은 한국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인종주의적 편견’으로 다른 지역 출신들은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받고 살아왔다. 아들뻘 호남 사람들도 여전히 단지 그들이 호남태생이란 점 때문에 결혼이나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세월이 지나도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착불견’의 지혜 잊지 말아야


호남인의 목소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목소리임에도 정부 차원의 냉소나 무시는 여전하다. 예컨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국민분열’ 운운하며 거부하는 자가 여전히 국가보훈처장이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사실은 자명하다.

이번 대선은 호남에 대한 상식적이지 않은 모든 왜곡을 제대로 바로잡는 중요한 출발선이 돼야 한다. 문재인이나 안철수 때문이 아니라, 호남을 위해 두 정당의 맹렬 지지자들은 ‘착불견’의 우를 범하면 안 된다.

특히나, 문재인·안철수를 대신해 호남에서 득표경쟁을 벌이고 있는 호남출신 정치인들은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승리 이전에, 자신들의 뿌리인 호남의 절절한 고민을 잘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