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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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꿈꾸는 미래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06.13. 19:03
최근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을 하고 있는 후배 L박사의 페이스북 글을 읽었다. L의 주장에 의하면 OECD 국가 중에서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한다.

예컨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의 경우 경제력은 대단해서 1인당 국민소득 4만2천불로 우리의 두 배요, 전 세계 7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작은 나라를 대단한 나라라고 추켜세우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L의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


그의 주장은 이렇다. “15세기부터 무려 40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했던 네덜란드, 그 네덜란드는 아직도 인도네시아 석유의 판권 40%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천연자원을 약탈해서 형성된 자본을 가지고, 겨우 1인당 4만 불의 경제라니? 오히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OECD 국가들 중에서,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달성한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뿐입니다. 과거 4-500년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짓밟아 자본을 형성한 나라들과 출발 선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단한 나라는 네덜란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은 잊고 살고 있습니다.”

후배는 이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런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식민지 하나 가져 보지 않은 이 대한민국에서, 자본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부정부패가 미미했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낸 결과였습니다. 부도로 거덜 난 대한민국을 일구어 대만을 멀찌감치 따라잡고 부국의 토대를 다진 김대중 대통령과 그 바탕을 이어받아 선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떠오르게 합니다.

친일 군부독재 부패세력이 틈만 나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향해 ‘나라 말아 먹었다’라고 침을 튀깁니다. 진실을 들여다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 한국은 대만을 따라잡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진입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유연한 자유민주 정부체제 안에서, 미국 일본도 차마 국민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공유를 주저하던 사이에, 세계 최초로 국가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한 소통의 속도혁명을 대한민국이 이루어 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지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호남의 입장에서 후배 L박사의 주장은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본형성 과정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OECD 국가들의 자본 형성과정은 ‘식민지 착취’란 방식을 거쳤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식민지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사회 내부에서 ‘동족 착취’ 구조가 작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산업화시대, 우리나라 재벌들이 식민지도 없이 자본을 형성하게 된 것은 살인적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동족에 대한 노동력 착취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산업화 과정에서 이뤄진 ‘동족 착취’ 구조에서 당시 몇몇 기업들이 동포애에 기초한 어떤 죄책감을 갖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대체로 친일파의 후손들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가설이 맞는다면, 그 착취된 노동력의 상당수는 호남 노동력이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당시 산업화가 경부(서울·부산)축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농어업에서 빠져나온 호남의 잉여인력이 수도권과 영남권에 새로 들어선 공장의 노동력으로 속속 대체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공장노동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인 ‘공돌이’, ‘공순이’ 중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노동자가 적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호남을 민주화 세력으로, 영남을 산업화 세력으로 나누는 이분법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산업화 세력’의 밑바닥에서 잔인한 착취 구조를 피와 땀과 눈물로 견뎌낸 수많은 전라도 출신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산업화도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6·10 항쟁 30주년’ 기념사를 통해 세대를 넘어선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아버지가 돼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2017년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촛불을 든 것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경제발전,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어지는 경제발전.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이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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