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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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길]포항 내연산 숲길-청하골 코스
‘청하골 12폭포’ 신선이 되어 만나다

  • 입력날짜 : 2017. 10.10. 18:37
보현폭포는 폭포 자체보다도 주변의 기암괴석과 폭포 뒤로 보이는 선일대 정자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경북 포항에 내연산 청하골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12개의 폭포와 수많은 소들이 절경을 이룬 청하골은 내설악이나 오대산 노인봉 소금강계곡에 버금가는 산수를 지녔다. 내연산 청하골 입구에 있는 보경사로 향하는데, 소나무 숲이 운치를 더해준다. 상가를 지나자 아름드리 느티나무 가로수가 보경사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내연산 보경사’라 쓰인 일주문이 사바세계와 선계를 구분해준다. 소나무와 느티나무로 울창하게 뒤덮인 보경사 진입로는 부처의 세계로 인도하는 길이다. 해탈문을 넘어서면서 다시 한 번 속세에 찌든 내 마음을 가다듬는다.

해탈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가는 길에는 적송들이 해탈한 선승마냥 의연하게 서 있다. 그윽한 솔향기로 마음을 씻고 나니 사천왕상을 모신 천왕문이 기다리고 있다. 천왕문 사이로 오층석탑이 액자 속 사진마냥 다가온다. 천왕문을 통과하자마자 오층석탑과 적광전이 등장한다.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명스님이 가져온 팔면경을 묻고 그 자리에 사찰을 세웠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보경사(寶鏡寺).
건물을 지날 때마다 지대가 높아지는 다른 산사와는 달리 보경사는 천왕문과 오층석탑, 적광전이 같은 높이의 평지에 배치돼 있다. 적광전(보물 제1868호)은 정면 3칸 측면 2칸에 맞배지붕 다포계 양식으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적광전은 1678년에 중건한 후 몇 차례의 중수를 했지만, 조선중기 사찰건축의 특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보경사 경내의 현존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적광전 옆에서는 300년 동안 절을 지켜온 반송이 우산처럼 펼쳐져 눈길을 끈다. 적광전과 반송 사이 계단을 올라가니 다포계 팔작지붕을 한 대웅전이 경쾌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웅전에서 또 한 계단 올라서니 한쪽에 고려 고종 때 보경사를 중창한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가 자리하고 있다.

절 뒤편에서는 곧게 솟은 적송들이 보경사를 감싸고 있다. 보경사를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숲은 사찰을 더욱 청정하고 고즈넉하게 해준다. 그러니 절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경내만이 아니고, 주변의 숲과 청아하게 흐르는 계류까지 영역이 확대된다.

보경사를 나와 청하골을 걷기 시작한다. 청아하게 들려오는 물소리는 마음속에 간직된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물이 얼마나 맑았으면 청하(淸河)골이라 했을까 싶었는데, 흐르는 물을 바라보니 그 이름이 실감난다. 청하골에는 12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는데, 가장 먼저 만나는 폭포가 상생폭포다. 볼록한 바위 사이로 두 개의 물줄기가 폭포수를 쏟아내고 있는 상생폭포의 원래 이름은 쌍폭이다. 아래로 떨어진 폭포수는 소(沼)를 이뤄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폭포위로 파란 하늘이 열려 시원하다.

계곡 옆으로는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다보면 ‘나’라는 존재마저 없어져버린다.
상생폭포를 지나니 기암절벽 뒤로 몸을 살짝 감춘 보현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폭포 근처까지 접근해 봐도 보현폭포는 완전한 자기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보현폭포는 폭포 자체보다도 주변의 기암괴석과 폭포 뒤로 보이는 선일대 정자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세 번째 폭포인 삼보폭포는 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아 계곡으로 내려선 후에야 볼 수 있었다. 원래 물길이 세 갈래여서 삼보폭포라 했다는데, 지금은 두 줄기를 이루고 있다.

길을 걷다가 계곡을 내려다보면 투명한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주변에서는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미모를 뽐낸다. 이어 잠룡폭포를 만난다.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을 뜻하는 의미로 잠룡폭포라 했다. 잠룡폭포에서 숨어있던 용이 선일대를 휘감으면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잠룡폭포 바로 위에는 무풍폭포가 있다, 무풍폭포는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라는 뜻이다. 무풍폭포는 작지만 매끄러운 바위를 넘어 떨어지는 모습이 부드럽고 정겹다.

잠룡폭포에서 무풍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가 줄줄이 이어진다. 청하골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주변 협곡이다. 여기에는 선일대·신선대·관음대·월영대 등 이름도 예쁜 기암절벽들이 하늘높이 솟아 있고, 기암절벽 사이 협곡에 연산폭포와 관음폭포가 있어 천하절경을 이룬다. 겸재 정선은 이곳에서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를 그렸다.

청하골의 대표적인 폭포인 연산폭포는 학소대라 불리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서 30m 높이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우리는 연산폭포를 먼저 만나기 위해 관음폭포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넌다. 구름다리를 건너니 30m 높이의 연산폭포가 위용을 과시한다. 연산폭포 앞에 서니 학소대라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커다란 물줄기가 쏟아져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연산폭포는 청하골 12폭포 중 대표적인 폭포다.

연산폭포를 등지고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절경에 취한다. 청하골을 감싸고 있는 천애절벽들은 조물주가 빚어놓은 빼어난 예술품이다. 높이 솟은 바위들은 거친듯하지만 부드럽고, 불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균형이 잡혀있다.

연산폭포의 폭포수가 떨어져 소가 만들어지고, 소에 머물던 물은 바위절벽을 넘으면서 또 하나의 폭포를 만들어내니 관음폭포다. 두 줄기가 쌍폭을 이룬 관음폭포는 한 줄기는 바위를 타고 내려오고, 다른 한 줄기는 관음굴이라 불리는 굴 앞으로 떨어진다. 관음굴은 앞으로 커다란 구멍이 세 개가 뚫려 있어 신비한 형상을 이룬다.

청하골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물줄기는 폭포로 이어지고, 폭포는 저마다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 폭포의 형상이 다르니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도 폭포마다 다르다. 각기 다른 모양의 폭포와 다른 소리를 내는 폭포수가 청하골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하골 상류로 가기 위해 비하대 옆 가파른 산비탈을 오른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건너편을 바라보면 아기자기한 바위군상들이 미모를 뽐낸다. 연산폭포 위쪽 계곡에서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계곡 옆으로 난 고요한 숲길을 천천히 걷는다. 몇 차례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청하골을 따라 올라가다가 또 하나의 폭포를 만난다. 은폭포다. 용이 숨어산다고 해 은폭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계곡 상류로 올라갈수록 수량도 적어지고 계곡의 규모도 작아진다.

적막감마저 감도는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오고, 숲에 둘러싸인 계곡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청하골 최상류에 있는 시명리 마을터에는 축대 같은 마을의 흔적들이 눈에 띈다. 시명리에는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0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심산유곡을 이룬 골짜기는 조용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물소리를 듣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현격하게 줄었다. 여전히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다보니 ‘나’라는 존재마저 없어져버린다.

계곡을 마지막으로 건너고 얼마 지나지 않으니 임도가 나타난다. 경상북도수목원으로 통하는 임도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건너편 매봉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부드럽게 펼쳐진다. 2001년 9월 개원한 경상북도수목원은 평균해발 650m에 이르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수목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12폭포를 지닌 청하골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면 경상북도수목원은 자연과 잘 어울리게 조성한 수목들이 아름답다. 수목원길을 걸어 나오는데 느티나무 가로수가 단풍들 채비를 하고 있다. 아,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여행쪽지

▶ 포항 내연산 숲길-청하골 코스는 아름다운 청하골 12폭포를 따라서 걷는 길로 보경사→연산폭포→은폭포→시명리→경상북도수목원까지 12.8㎞ 거리에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포항 보경사 주차장(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544)

▶ 출발지인 보경사 근처에는 식당들이 많다. 도착지 경상북도수목원 근처에는 식당이 없다. 경상북도수목원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신광범촌매운탕(054-243-0298)은 메기매운탕 전문식당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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