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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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을 마주하다
김종민
정치부장

  • 입력날짜 : 2017. 10.30. 19:02
벌써 1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집회 1주년이 됐다. 대한민국의 적폐청산을 위한 그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는 탄핵 뒤 치러진 5·9 조기 대선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약속한 ‘국민통합’은 진전이 더뎌 보인다. 정치권에서 부쩍 활발한 통합 또는 연대 움직임이 이를 잘 반증한다.

우려할 바는 보수 측의 시나리오다.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고 태동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으로 통합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분당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 이 참에 자유한국당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다시 제1당으로 올라서 정국 주도권을 잡아볼 심산으로 읽힌다.

호남을 당의 기반으로 삼는 지역 내 제1당인 국민의당 역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이른바 ‘중도통합’에 안철수 대표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선 것이다. 결국 호남의 거센 반발을 샀고 한 발 물러선 듯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정책 연대 아니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은 이해득실만 따지는 듯해 보인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국회 인사청문회 표결 과정에서 야당에 끌려다녔으니,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의원 이삭줍기에라도 나설 요량이다.

현재는 다당체제가 유지되길 바라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적어도 호남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이는 정쟁의 구태에서 벗어나 선의의 경쟁을 통해 탄핵으로 흔들렸던 국정을 바로 잡아달라는 당부에 다름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위적 정계개편은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태세다. 자유한국당은 새 정부 첫 국정감사를 보이콧까지 하며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탄핵 심판으로 코너에 몰려있던 보수의 대결집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랬다. 1년 전 촛불집회에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국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면서, 남녀노소가 하나가 됐다. 대동세상을 만들었다.

평범한 이들이 대거 참석해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어린 학생, 친구·연인끼리 온 청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평생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한다는 노인, 지방에서 상경해 집회에 참석한 경우도 많았다.

모두 23차례, 서울 광화문에만 1천423만 5천명. 지역별 동시 집회 참석자를 합한 참석자는 연 인원 1천685만 2천360명이었다. 한국 인구 약 5천140만명의 3분의 1에 맞먹는다.

국회의 탄핵안 표결 직전인 6차 집회(12월 3일)에는 170만명, 지방을 더하면 232만 1천명에 달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를 뛰어넘어 헌정사상 최대규모. 물론 폭력이나 사고가 없는 평화집회로 화제가 됐다.

그리고 다시 촛불이 켜졌다. 꺼져가던 민주주의를 되살린 1천700만 촛불의 역사적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서. 또 무엇보다, 국민의 명령이었던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촛불시민이 명령했던 100대 개혁 과제가 단 2%만 완료됐다”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특히 국회에서 입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일부 야당은 적폐청산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새 정부 탄생의 주역인 광주·전남, 호남에서도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적폐청산의 법제화가 지지부진하며,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홀대에 대한 논란도 한 이유다.

촛불은 바람 불어도 절대 꺼지지 않는다. 다시 되살아나고 만다. ‘정치가 바뀐다고 뭐가 바뀌겠느냐’며 정치를 남의 일로만 여겼던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치를 바꿀 수 있고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했다. 또 취임 선서 당시 국민통합을 약속했다. 연장선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1년 전 촛불집회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통합된 힘”이라고 정의했다. 시대적 과제에 그만큼 가치를 부여한 셈이다.

결국에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국정의 카운터파트인 야권과의 협치에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권 인수위원회 조차도 없이 들어선 과도 내각임에도, 6개월이 되도록 조각이 완성되지 못한 현실은 받아들이지 쉽지 않다.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 ‘촛불광장’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묵묵하게, 책임있게 국정을 운영해 주길 기대한다. 적폐청산 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해야겠고, 국민통합 역시 우선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촛불집회 1주년의 메시지다. ‘나라를 나라답게’ 국가 대개조를 이뤄내 성공한 민주정부로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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