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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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감추거나 피하지 마세요
소아정신건강
다양한 문제행동 통해 정신과적 증상 나타나
이상신호땐 치료 등 전문적인 개입 서둘러야

  • 입력날짜 : 2017. 11.01. 19:59
아이의 문제행동은 정신건강을 나타내는 신호로 병원과의 빠른 상담이 필요하다. 정하란 국립나주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이 유사 증상을 호소하는 아동과 상담을 하고 있다.
“왜 우리 아이가 문제라는 건가요?”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진료를 담당하면서부터 학교나 교육청, 지역 유관기관에서 치료가 필요해 연계돼 온 아이들의 부모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아마도 자녀들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정신과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당혹스러움,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거부감에 의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들어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듣게 되면 부모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해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하기에 안타깝다.

도움말 정하란 국립나주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장
◇문제행동·정신과적 증상 겹쳐

최근 몇 년 사이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학생정신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났다. 학교폭력건수는 표면적으로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져 내용상으로는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2016년 국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3.2%가 관심군으로 분류됐고 이 중 우선 관리군은 작년 대비 3.1%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심군 중에서 30% 정도가 여전히 부모의 거부, 학교 출결 문제 등의 이유로 치료가 안 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치료 시기가 늦춰지거나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아이들에 대해서는 문제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되는 것일까? 수업방해, 교우관계 어려움, 과민함, 학업부진, 컴퓨터나 게임 중독과 거부증, 그리고 심하게는 등교거부, 무단이탈, 학교폭력, 비행 및 성적인 행동 등 문제 학생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앞서 나열한 모습들은 실제 정신과 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겪는 증상들과 많이 겹친다. 자녀의 문제행동으로 진료실을 찾는 부모들도 소위 문제 행동이라는 것이 감기에 걸렸을 때 보이는 기침이나 콧물과 같은 증상처럼 일종의 정신과적 증상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아이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다.

◇증상 빨라 알아채는 것이 중요

소아청소년 시기는 성장과 발달이 계속되는 시기이므로 발달 연령에 따른 정신병리(age-appropriate psychopathology)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분리불안, 야뇨증, 우울증, 공포증, 환각 등의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인격이 형성돼가는 도중이므로 정신병리가 고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소아청소년시기에는 인격이나 자아, 또는 인지능력의 취약성 때문에 한 가지 정신질환에 의한 영향으로 이차적인 질환이 초래되기도 하고 공존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 실제 병이 있는지 또는 병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때 여느 의사들처럼 정신과 의사들도 이를 위해 진단 기준과 평가 척도 등을 사용한다. 증상에는 우울감이나 불안처럼 자신이 표현하는 내부 증상과 비행행동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외부 증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 외부 증상은 주로 보호자나 주변에서 평가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각기 다른 여러 세팅에서 얻어진 다양한 자료는 진단의 정확성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증상이 여러 개라고 하더라도 평소 자신의 사회적인 또는 학업상 기능 저하가 없다고 했을 때 진단자체를 내릴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부터 혼동과 갈등이 시작된다. 가정에서는 잘 지냈고 문제가 없던 아이들이 보다 큰 사회인 학교에 나와서는 전에 없던 증상이나 기능저하를 보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학대나 방임을 경험하지 않는 한 많은 경우에서 아이들은 주로 학교에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규율이나 책임, 학업 성과 외에도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야하는 대인관계 면에서 성취해야할 목표들이 있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이나 어려움을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이 더 빨리 알아챌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집에서와 완전히 다른 평가나 문제제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부모 인식전환·사회적 관심 중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아이들이 겪는 주된 두 가지 질환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소아청소년 우울증이다. 두 질환 모두 유병률은 5-10% 가까이로 높은 편이며 특히 우울증은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에서 최근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바로 이 질환들의 임상 양상은 다양해서 정상인지 질병 상태인지 구분이 어려워 문제행동을 없애는 것에만 초점이 돼 병이 있다고 의심조차 하지 않고 전문적인 진료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자퇴나 퇴학 위기에 놓여 진료실을 찾은 학생들 중 치료 시작 후 학교 복귀나 적응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질병에 대한 치료 결정권 혹은 의사 결정권에 제한이 있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치료가 시작되는 점 때문이라도 그들이 문제 행동을 보이게 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개입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국가발전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로써 학교-부모·지역사회간 유기적인 공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주변에서 먼저 알아 차렸을 수 있는 신호들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태도로 대한다면 아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이호행 기자 lawlhh@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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