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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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11.07. 19:2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또 한 번 밝혔다. 그는 이날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여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도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해지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며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과 협력 속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문대통령 지방분권 의지 강력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동시에 언급했듯, 최근 들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란 두 용어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사실 이 두 용어는 매우 상이한 측면이 있다. 즉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 할수록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와 달리 균형발전은 낙후지역에 국가 재정을 더 투입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강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균형발전이 덩달아 강화되는 것은 아니며, 균형발전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하면 오히려 지방분권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호남과 같은 상대적 낙후지역의 입장에서 지방분권은 자칫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상대적으로 살만한 지역에게 ‘지방분권’은 희망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낙후지역에게 ‘지방분권’ 새롭고 감내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발전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지역 간 발전격차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추진될 경우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균형발전 문제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선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 중 하나는 지역간 SOC 격차 해소일 것이다. 그런데, 호남인들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자. 남해안고속철도 사업의 경우 영남 쪽 구간은 복선 전철로 개통된 반면 호남 쪽은 단선 비전철로 공사 중이다. 부산에서 순천까지는 전동차로 오다가 순천부터 디젤 열차로 갈아타고 임성리(목포)까지 가야 한다는 말이다.

영호남 모두 복선 전철로 깔아주는 것이 ‘국토균형발전’면에서도 합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항상 호남과 같은 낙후지역의 발목을 잡는 것이 이른바 B/C(Benefit Cost 비용편익비, 일명 예비타당성 조사)다.


지방분권 보다 균형발전이 시급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은 “경제성만을 따지는 정부예산 배분은 인구가 많거나 인프라가 갖추어진 대도시, 수도권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낙후지역, 농어촌 소외지역의 경우는 B/C가 낮다는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등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신설 및 확장사업의 경우 경제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고, 인구수와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호남에 비해) 영남권에 사업구간이 편중되는 측면이 있다”고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재정당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B/C 결과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은 도처에 널려있다.

실제 2005년 개통된 신지대교(완도~신지도)의 경우 B/C 자체를 할 수 없어 지역 현안사업으로 진행됐는데, 그 결과 15만 명 수준이었던 관광객 수가 개통 이후 매년 평균 150만 명이 넘게 다녀갈 정도로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

또 2010년 개통된 신안군 증도대교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B/C 0.53~0.62)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역균형발전’의 비중을 높여 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증도대교가 개통되기 전 7만2천명이었던 관광객이 개통 후 10배 이상이 늘어 매년 83만명이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황들은 B/C를 내세우며 수요가 없어 재정 투입이 힘들다는 재정 당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B/C에 대한 지역민 신뢰 바닥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여러 번 언급할 만큼 지방분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좋다.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균형발전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낙후지역의 SOC를 끌어올릴 것인지, 또는 지역민들로부터 신뢰성을 잃은 현재의 B/C를 어떻게 새로운 기준으로 재설정할 것인지 등등 균형발전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균형발전이 뒷받침되지 않은 지방분권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지역갈등의 시작점이 될 것”이란 일부의 우려가 더욱 확산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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