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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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폭력, 불의한 관행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2.28. 19:27
검찰에 서지현이란 검사가 있다. 한 달 전에 방송에 나와 상사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해외 미투(#MeToo·나도당했다)운동 사례를 언급하면서 “침묵하지 않고, 미미한 발걸음일망정 한발씩 나아가야만 개선된다”고 말했다. 최고 권력을 가진 여성도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한다는 현실을 목도한 대한민국 여성들이 용기내기 시작했다. 이후 한 달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그 뜨거운 불로도 끌 수 없는, ‘미투’가 들불처럼 번졌다.

지난해 10월 본 칼럼난에 ‘미투~하자’ 권유하는 글을 썼던 필자는 미국처럼 폭로하는 여성들이 나타나지 않자, 대한민국에선 이런 용기 쉽게 내기 어렵지~생각했다. 그런데, 1월부터 서지현 검사가 불을 댕기자 각계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드러내 진상 규명과 처벌,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미투운동이 활활 타올랐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화는 꺼졌지만 이 불은 더 거세질 것 같다.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문화, 피해자가 오히려 조직에서 소외되는 권력형 성범죄의 오랜 병폐가 드러나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피해자들과 연대한다는 ‘위드유’(#With You)운동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넘어 사회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한 유명인의 성폭력 행태를 둘러싼 고발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천주교 신부가 해외선교 봉사활동을 하다가 여성신도를 성폭행하려했다는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종교계까지 퍼진 양상이다. 대학가에서도 교수와 학생의 상하 관계에서 비롯된 성범죄 피해 사례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이제 정부와 시민사회가 성폭력 폭로 여성들의 용기에 답할 차례다. 너무 당연시되고 일상화된 우리안의 불의한 관행이 얼마나 한 개인의 자존을 짓밟는 행위였는가를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시간이다. 피해자들의 움직임이 단순한 성범죄 고발에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왜곡된 성문화와 권력형 성범죄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 지시로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급한 대책은, 공공부문에서 벌어지는 성폭력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온라인 특별신고센터를 설치·운영,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성폭력 신고센터 운영실태 조사, 검찰과 경찰의 고소 여부와 상관없는 수사, 정도다.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이 요구된다. 권력형 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기구가 설치돼야한다. 부끄럽고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마련한 #Me Too 운동 긴급 토론회에서 여성들은 ‘우리는 아직도 외친다. 이게 나라냐’에서는 ‘이 사인은 여성운동의 촛불혁명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성들에게는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이렇게 많은 조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었는데, 그동안 왜 이렇게 조용했을까? 왜 아무도 말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왜 나서는 것일까? 그동안 그들을 가로막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우리 사회 위계관계 때문이다. 애초 성범죄가 발생한 것도, 이후 고발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모두 위계관계로 인한 것이다. 위계관계가 업무수행과 인사권, 작품활동과 심사권 등에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는 당사자의 고발이 있어야 처벌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여론은 개인의 용기를 지지하는 쪽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용기를 지지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본질적인 해법은 위계관계를 이용해 성폭력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셀프 개혁은 불가능하다. ‘나한테 잘못 보이면 너희들은 끝장이다. 나한테 잘 보여야만 살 수 있다’는 알량한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 바로 대한민국을 성추행 천국으로 만든 핵심이다.

지위를 남용한 성폭행이나 성추행은 있어서는 안 될 갑질 중 최악의 갑질이다. 가시적인 잘못을 저지른 특정인들의 주관적 악행이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사회적 과정의 결과물인 구조적 부정의다. 성폭력이 구조적 문제인 이유는 차별을 당하는 집단에 대한 특권이나 지배를 유지하려는 욕구, 혹은 약자로 낙인찍힌 자들을 지속적인 피해자로 삼고자 하는 권력의지가 발현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권력관계 속에서 당연시된 ‘다 그래’족에 준엄한 경고를 해야 한다. 성폭력, 가정폭력, 여아학대, 성매매, 음란물, 스토킹, 데이트강간, 디지털성폭력, 인신매매를 묵인하고 동조하고 정상화하고 비가시화하며 성차별적 구조를 재생산하는 무지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남자들도 목격자가 되었을 때 침묵하지 말고 ‘미퍼스트’(#MeFirst) 선언을 해주어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주 20∼50대 성인남녀 1천63명을 대상으로 미투·위드유(With You) 운동에 대한 인식을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국민 약 10명 가운데 9명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 ’(Me Too)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남성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미투’가 중요한 이슈가 되길 기대한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성폭력 근절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이미 구·군에 ‘성폭력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공약도 나왔다. 교육청에 성평등, 성인권 교육을 초·중·고 교육과정에 넣겠다는 정책도 제시됐다. 광주·전남에서 경쟁하고 있는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평당에선 아직 ‘미투’에 대한 대책이 없다. 촉구한다. 의견을 내라.

늘 해왔던 일이 이렇게 큰 폭력인줄 알았다면, 당신 딸들이 당하도록 하지말라.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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