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5일(수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보성 다향길 2코스
득량만 바라보며 걷는 길에는 질펀한 갯벌이 펼쳐지고

  • 입력날짜 : 2018. 03.13. 18:59
갯벌은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삶의 터전이자 생태적으로는 바다를 정화시켜주는 필터 같은 기능을 한다.
바다는 언제 가도 좋지만 나는 겨울바다를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겨울해변은 분주하지 않아서 좋다. 사람들로 분주하지 않으니 아름다운 해변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차가운 바람에 가난해진 마음은 바다와 만나면 더욱 청정해진다.
‘보성 다향길 2코스’를 걷기 위해 율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보성읍을 지나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녹차밭이 ‘녹차의 고장’ 보성을 실감케 한다. 해변으로 넘어가는 봇재에 이르면 주변 산비탈이 온통 녹차밭이다. 봇재에서는 달리던 자동차를 잠시 멈춰야 한다. 봇재에 서니 산비탈 녹차밭과 산 아래의 농경지, 저수지,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펼쳐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봇재를 넘어 율포해수욕장으로 달려간다. 율포해수욕장은 고운 모래,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울창한 솔숲이 있어 매력을 더한다. 율포해수욕장에는 겨울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 백사장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조각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하트 속에 득량도가 들어온다.
우리는 1.2㎞에 이르는 백사장을 천천히 걷는다. 율포해수욕장 앞바다는 득량만 너머로 고흥반도가 수평선을 가로막아 시원하면서도 안온하다. 율포해수욕장은 이렇게 득량만을 끼고 있어 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롭다. 천천히 율포해변을 걷고 있으니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는 득량도라 불리는 섬이 떠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식량을 얻었으므로 득량(得糧)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산풀로 마름을 엮어 산꼭대기에 곡식처럼 쌓아 왜군들이 군량미로 오인했다고 해 득량이라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득량만에서 조업 중인 배들은 이미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상징한다. 해는 고흥반도를 넘어 득량만에 햇살을 비춰준다.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조각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하트 속에 득량도가 들어온다. 해수욕장 동쪽 끝에는 방파제로 감싸인 율포선착장이 있고, 선착장에는 소형어선들이 정박돼 있다.

율포선착장 방파제에서 바라보니 동쪽으로 고흥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줄기들이 부드럽고, 남쪽바다 멀리 금당도, 약산도 등 다도해를 이룬 완도의 섬들이 까마득하게 바라보인다. 우리는 율포해수욕장을 등지고 동쪽해변을 따라 걷는다.

보성 다향길 2코스의 매력은 잔잔한 득량만과 득량만 바다 뒤로 펼쳐지는 고흥반도를 바라보며 걷는데 있다. 득량만 가운데는 드문드문 배들이 떠있어 바다를 적적하지 않게 해준다.

율포선착장을 벗어나자 오돌토돌 잔돌이 깔려있는 지압보도가 인도를 따라 이어진다. 지압보도는 해안선을 따라 1.6㎞나 이어진다. 지압보도와 바다 사이에는 작은 백사장이 함께한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밭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외부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해변이라 이곳 해변은 사람구경하기도 힘들다. 인적없는 해변에 갈매기들이 날아와 외로움을 달래준다. 갈매기들은 수심이 낮은 바닷가에서 유유자적하다가 가끔 공중으로 비행을 하고나서는 다시 물위에 앉곤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모래사장은 점차 자갈과 바위지대로 바뀐다. 바다 쪽으로 돌출된 전망대에 서서 사방에서 다가오는 풍경에 취한다. 햇빛이 역광으로 비춰 윤슬을 만들어내고 있는 득량만은 검푸른 바다색을 드러낸다. 바다 건너에서 길게 이어지는 고흥반도는 득량만의 그림을 다채롭게 해준다.

조금 전 걸어왔던 해변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율포해변 뒤로 멀리 장흥 천관산이 듬직하게 서 있다. 보성군 득량면에 있는 오봉산은 북동쪽 해변을 감싸고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추운 줄도 모른다.

갈색 갈대와 검은 갯벌 너머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더욱 푸르다.
다향길 2코스는 잠시 포장도로를 걷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전망대를 출발해 걷는데, 해변은 작은 백사장과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바다에서 고개를 내민다. 득량만 너머 고흥반도에는 고흥의 대표적인 산,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곡선을 만들며 이어지는 호젓한 해변길이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해준다. 느리게 펼쳐지는 자연을 바라보며 느리게 걷는 것이야말로 내 마음에 여백을 만들어준다. 해안선 안쪽 밭에는 봄철이면 감자를 심어 초여름에 수확을 한다. 보성은 감자생산이 많은 고장이지만 그중에서도 회천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다.

해변 마을사람들은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삼아 살아간다. 여행객들에게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바다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마을 앞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집 주변에는 농경지가 있어 이 마을사람들은 바다와 밭을 오가며 경제생활을 영위한다. 마을 앞으로 드넓게 펼쳐지는 바다는 썰물 때면 갯벌을 드러내고, 밀물 때면 잔잔한 바다가 된다.

마을사람들은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에 나가 조개와 바지락을 캐거나 낙지를 잡는다. 마을 언저리에서 볼 수 있는 경운기나 비료더미는 농사를 짓는 흔적이고, 그물을 친 후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하는 부표나 소형어선들은 바다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식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해변 모래사장 밖으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에는 듬성듬성 바위들이 있어 갯벌에서 일을 하다가 앉아서 쉴 수도 있겠다. 갯벌은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삶의 터전이자 생태적으로는 바다를 정화시켜주는 필터 같은 기능을 한다.

갯벌이 있는 해변가에서는 갈대가 나부낀다. 세찬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가 겨울바다를 더욱 쓸쓸하게 한다. 메마른 갈대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갈색 갈대와 검은 갯벌 너머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더욱 푸르다. 득량만 수평선위에 고흥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줄기들이 리드미컬하게 그림을 그려놓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갯벌을 낀 해변을 따라 걷는데, 차가운 바람이 청량하다. 고요한 바다와 청량한 바람이 길손의 마음을 청정하게 해준다. 앞쪽으로는 다향길 2코스 종점인 서당리 마을이 산자락에 편안하게 둥지를 틀었다. 길 곳곳에는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해 놓아 길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준다.

길을 걷는데 한쪽은 갯벌을 포함한 바다가, 다른 쪽은 논밭이 펼쳐져 조화를 이룬다. 좁지 않은 농경지와 넓은 갯벌이 소박하면서도 풍요로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 갯벌은 드넓어졌다. 걷는 내내 바다 곁을 떠나지 않았던 다향길 2코스가 서당리에서 막을 내린다. 조용한 마을길로 갯내음을 풍기며 갯바람이 지나간다.


※여행쪽지

▶ 보성 다향길 2코스는 득량만을 바라보며 걷는 해변길로 율포해수욕장→금광마을→서당리까지 7.7㎞ 거리에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 난이도 : 쉬움
▶율포해수욕장 근처에는 횟집을 비롯한 식당이 많다. 싸고 싱싱한 회를 맛보려면 보성회천수산물위판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 회센터에서 활어를 사면 회를 떠서 2층 초장집으로 배달해준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