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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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봄이 온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3.28. 19:51
꽃샘추위 지나자 거대한 미세먼지·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먼지주머니 안에 온 국민이 갇혀 폐에 먼지가 꽉 찬 느낌. 올봄 날씨는 미세먼지·황사의 고통 속에 매우 따뜻할 거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름 같은 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운 봄’이 오면서 꽃 개화시기도 예년보다 앞당겨진다. 올해 벚꽃 개화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광주 4월2일, 전주 4월4일, 서울 4월8일 등으로 평년보다 1-2일 정도 빠르다. 봄꽃 절정 시기는 개화 후 만개까지 1주일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제주는 4월1일, 남부 4월4-11일, 중부 4월10-17일 께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름 같은 봄, 광주·전남에 봄꽃 만개할 즈음, 평양에서는 4월1일과 3일 우리 가수들의 공연 ‘봄이 온다’가 펼쳐진다. 남북 관계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는 남한 가수들의 열창에 북한 주민들은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번 공연단의 평양 공연 공식 명칭은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으로 결정됐다. ‘봄이 온다’는 소제목인데, 4월1일 오후 5시 동평양대극장에 모인 북한 주민 1,500명, 4월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 모이는 관람객 12,000명이 남한노래를 들으며, ‘새로운 봄’을 생각할 것이다.

벚꽃 피는 뜨거운 봄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한가수의 목소리에는 한반도의 평화 희망과 염원이 담길 것이다. 4월 남북, 5월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축하사절의 성격인 만큼 남측 예술단 공연장에서 보여줄 그들의 반응은 단순히 공연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정치이벤트 성격이 짙은 평양공연이지만, 진정 봄이 오는 길목을 잘 닦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마침 오늘 29일은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이 개최된다. 우리 측이 제의하고, 북측이 동의해 일정이 잡혔다.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것으로만 합의된 남북정상회담은 좀 더 현실적 모습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거쳐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이어가려면 우리가 중간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남북한 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4월 전쟁설이 파다했다. 한반도의 긴장은 지구촌 많은 나라를 불안하게 했었다. 엘리엇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다. 그러나 필 듯 말 듯, 삐죽 꽃 봉우리 끝을 내밀고 있던 목련이 활짝 핀 3월말, 드라마틱한 4월을 기다리게 됐다. 목련이 피었다. 개나리가 피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산수유, 진달래···꽃이란 꽃, 봄꽃이 만개하는 4월을 기다리면서 이렇게 설레 본 것 언제던가.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뿌연 미세먼지로 인해 마치 미망, 안개 속의 인생같이 어슴푸레해도, 우리 곁에 피기 시작한 각양의 꽃들은 자연과 우리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봄이 있었음을 확인시킨다. 언젠가 꼭 통일이 될 것이란 오랜 염원의 보따리를 이제 막 풀어헤친 한반도처럼.

작금의 상황이 뒤로는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고 앞으로는 미·일의 제재로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차단된 북한의 고육책이라 하더라도,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이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 적의 화살 10만개를 볕 짚에 쏘게 만들어 자신의 화살로 쓴 것처럼,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에 이어 평양공연까지 이어가는 북한의 변화가 남북관계개선·북핵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우리다. ‘잔인한 달 4월’을 ‘기다리는 4월’로 바꿔놓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더 치밀한 지혜가 요청된다. 될 수록 많은 전문가들에게 지혜를 요청해 최상의 해법을 제시하고 성공해야 한다.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안보 관련 메시지는 ‘평화’였다.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천명하며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틀어 총 20번이나 ‘평화’를 언급했다. 역사의 절대시점 임을 절감한 것이다.

필자에게 2018년 봄의 역사를 기록하라면, ‘살얼음판 위에 핀 꽃’이라 적겠다. 그만큼 조심 또 조심, 찬찬히, 전략적으로, 잘 건너가야 진정한 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대해서는 존폐의 위기에 처한 북한정권의 어려움을 역지사지 이해하는 관점으로 상황의 완화, 핵과 미사일 동결, 점진적 축소 그리고 해체의 수순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상호 진정성과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전쟁이 아닌 평화의 ‘선제적 조치’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상황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는 뜻이다. 자연의 이치가 여름이 성하면 가을을 거쳐 겨울이 다가 오듯, 더위가 극에 달하면 추워지고, 추위가 극에 달하면 봄이 와 따뜻해진다. 자연의 순환은 계절에 의해 반전되지만, 사람이 벌리는 일이란 시간만으로는 해결 안 된다. 해서, 기존의 관점과 입장·경험을 버리고 과거의 일을 성찰·비판하면서 담대한 대전환을 꾀할 때, 비로소 꽉 막힌 현재 상황이 타결되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누군가, 삶이란 기다림이며, 기대이며, 바라봄이라 했던가? 기다릴 것 있으면 행복한 삶이고, 기대할 것 있으면 괜찮은 나라인 게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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