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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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박사의 뮤지엄 읽기] (6) 쓰레기박물관과 쓰레기 같은 박물관
“냄새도 문화유산, 쓰레기박물관 필요하다”

  • 입력날짜 : 2018. 04.12. 18:41
지난해 10월11일 울산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과 관련 찬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사진 위는 학부모 단체의 신고리 건설 백지화 기자회견, 아래는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대변인단의 신고리 건설중단 반대 기자회견. /연합뉴스 DB
지자체마다 박물관 건립이 러시다. 서울시는 공예박물관, 사진박물관, 민요(民謠)박물관, 산업기술박물관을 준비하고 있으며, 종로구와 송파구는 각각 문학관과 책박물관을, 용산구는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에 근거한 박물관특구지정과 향토사 및 다문화박물관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부산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소속 기장군과 손잡고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중에 있으며, 인접한 경북 경산시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경산이발테마관’ 개관을 가시화하고 있다. 의성군도 (재)한국족보문화재단과 협력해 족보박물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울진군은 ‘울진박물관’ 건립타당성조사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맡긴 상태며, 경남 김해시는 서울에 있는 사립 인도박물관의 기증을 받아 ‘김해초이인도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광양시도 산림박물관 건립이 점쳐지고 있으며, 해남군은 지난 3월 농업, 수산, 문화관광 등 각 분야별 미래설계보고회를 개최해 민선 7기 출범을 앞두고 ‘해남역사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 볼 때 지자체 별로 공립박물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6·13지방선거에 전북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가 ‘전북교육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와 같이 이번 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의 공약까지 더해진다면 박물관 확충은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연구실장 문화학 박사
한편, 자치단체별로 국립박물관 유치경쟁도 뜨겁다. 순천시가 ‘국립순천민속박물관’ 건립을 목표로 국고 3억원을 확보해 건립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며, 몇몇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도 ‘국립소방박물관’과 ‘국립한국문학관’, ‘국립철도박물관’, ‘국립해양박물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울산시에서 유치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지난해 동국대가 건립타당성조사를 했던 ‘국립충주박물관’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 3일, 2019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앞두고 ‘국립영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국제영화제가 자리 잡은 부산시를 중심으로 관계 지자체들의 유치에 대한 관심이 차츰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지자체의 박물관 건립과 유치의지는 지역특화전략과 관광콘텐츠 및 문화 인프라 확충,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있는 이번 정부의 움직임과도 맞물려 당장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상당수 박물관이 건립 후 관심저하, 운영콘텐츠의 고갈, 예산과 인력 부족, 소장품 확보의 어려움, 전문성 결여 등으로 항구적인 운영동력 상실이라는 문제점이 아직도 상존하는 가운데서 섣부른 설립의 움직임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자체의 경우 박물관의 정체성과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이유만을 내세워 일단 건립하고 보자는 핌피 현상(PIMFY·Please in my front yard)마저 보이고 있다.

나주시 남평읍 농업경영인협의회가 내건 ‘열병합발전소 위장한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 플래카드.
이런 현상의 세부 우려 점을 보면 첫째, 지나치게 단시안적이면서 정치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어디에 있어도 무방한 형태의 박물관을 굳이 해당 지역에서 건립·유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셋째, 지역민들과 아주 밀접하지 않은 즉, 생활밀착형 박물관이 아니라는 점도 염려된다. 넷째, 형태와 방향이 제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미래의 트렌드를 담아내는 데에도 일정부분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기존 박물관과는 차별화된 혁신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환경오염 시설을 자기 지역에는 절대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바나나현상(BANANA·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이 심각하다.

님비현상(NIMBY)과 비슷한 이 현상은, 지역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자기 지역 내에는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오염물질 유발이 예견되는 시설, 예컨대 정부차원의 공단, 원자력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광역 쓰레기장, 정신병원, 화장장 및 장애자 시설, 교도소나 구치소 등의 유치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웃이나 타지자체에 피해가 가더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일에는 무관심한 노비즘(nobyism)도 만연해 있다.

철저한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이러한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도된다.

대표적인 것이 쓰레기가 아닌가 싶다. 사람 사는 곳에 쓰레기가 있는 것은 당연함에도 이와 관련한 시설은 누구나 꺼리게 마련이며 큰길가나 공원 등에 버려진 쓰레기는 상관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는 용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민낯이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집단 이기적인 태도는 쓰레기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공익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우선 지역 주민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기피하려는 안일한 행태를 긍정의 인식으로 바꿔 볼 수는 없을까?

그 대안의 하나로 쓰레기박물관을 제안해본다.

쓰레기가 갖고 있는 부정(negative)의 의미를 긍정(positive)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입장에서 쓰레기는 대단히 긍정적인 자원이며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의 우려 점도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는 콘텐츠다. 또한 국가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 적지 않은 문화유산이 당대에 버려진 것들이었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해준다.

고고학계나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쓰레기고고학(garbage archaeology) 또한 이를 반증한다.

1971년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교수이자 고고학자인 랏제(L.Rathje)이 같은 주(州)의 한 쓰레기매립지를 발굴하게 되면서 생활고고학의 한 분야로 정착된 개념이 쓰레기고고학이다.

그는 거기서 찾아낸 각종 쓰레기의 종류와 양을 비교하고 분석해 그것이 매립될 당시 거주했던 사람들의 수와 식생활의 형태변화를 밝혀냈다. 즉 쓰레기로 과거의 삶과 생활상을 복원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볼 때 머지않아 우리도 쓰레기매립지를 발굴하고 여기에서 다양한 과거의 기억을 소급해 낼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의 쓰레기는 환경, 재생, 교육 등과 활용의 측면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가치재다.

다양한 재질, 쓰임, 모양, 색채, 담긴 의미, 냄새까지도 전시와 체험할 수 있는 입체성을 띤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갓 무가치하다고 여겨졌던 쓰레기를 다양한 가치가 내제된 자원으로 재생하는 시도가 필요한 때다.

버려질 때는 쓰레기지만 박물관이라고 하는 아우라의 프레임에 들어오면 문화유산이라는 권좌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자료가 내품는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 우리 부모세대들이 누리고 나눴을 소소한 행복과 수고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런 박물관이 필요한 때다.

쓰레기가 재포장돼 당당히 뮤지엄 숍에서 판매되는, 개념의 전도는 4차 산업혁명과도 연계된 가치로 발현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때 미국에서 유행해 지금도 유효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의 통칭)과도 쓰레기는 참 잘 어울리는 매개라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이 세금 잡아먹는 공룡처럼 남아, 그렇잖아도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치단체의 발목을 잡는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한다. 박물관이 각 지자체의 짐짝 같은 신세가 되지 않도록 비현실적이고 인기만을 좇는 정치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새로운 발상에서 전문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기획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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