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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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화사한 영화로움은 알지 못하고 있다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1)

  • 입력날짜 : 2018. 04.17. 19:14
詠梅(영매)
삼봉 정도전

옥 새겨 옷 만들고 얼음에 정신 길러
해마다에 오는 서리 눈에는 띠지마는
봄날의 영화로움일랑 알지를 못하는데.
鏤玉製衣裳 啜氷養性靈
누옥제의상 철빙양성령
年年帶霜雪 不識韶光榮
년년대상설 불식소광영

시대의 변화를 초월해 많은 선현들은 매화를 좋아했다. 고고한 자태는 몰론 새봄을 알리는 전령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화의 자태를 뒤이어 뽐내는 동생들은 많다. 매화가 으스스 뽐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개나리와 진달래가 제 모습을 자랑하더니만, 산수유가 손 내어 저으며 봄을 요동치게 하는 의식을 거행한다. ‘옥을 새겨서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들고, 꽁꽁 언 얼음물을 마셔서 정신을 다시 기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날의 화사한 영화로움은 알지 못하고 있다오’(詠梅)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1398)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정치가이자 학자다. 1362년(공민왕 11) 진사시에 합격해 벼슬길에 처음으로 올랐다. 이듬해 충주사록을 거쳐 전교시주부·통례문지후를 지내고 부모상으로 사직했다. 1370년 성균관 박사가 된 다음 조선건국에 절대적인 버팀목이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옥을 새겨서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들고 / 꽁꽁 언 얼음물을 마셔서 정신을 다시 기른다네 // 해마다 내리는 서리와 눈은 띠게 되지만 / 봄날의 화사한 영화로움만큼은 차마 알지 못한다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매화를 읊다]로 번역된다. 매화는 봄의 전령이나 되는 것처럼 눈을 딛고 오뚝하게 선다. 뜰 앞에 애잔하게 피어 있는 매화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퇴계(退溪)같은 이는 매화 예찬의 일인자라고 할 만큼 매화에 매력을 느끼고 그에 관한 시도 많이 지었다. 이렇게 보면 매화는 시를 읊고 짓기에 가장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매화를 읊고 있지만 시어 속에는 매화란 말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옥을 새겨서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들고, 꽁꽁 언 얼음물을 마셔서 정신을 다시 기른다’고 했다. 정도전의 영매12까지 있는데, 본 시문은 그 아홉 번째다. 매화의 겉을 본 게 아니라 속을 보고 쓰임을 보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

화자는 서리와 눈 겨울을 장식하며 띠지만 매화의 영화는 많이 알지 못한다는 뜻을 담는다. 해마다 내리는 서리와 눈은 띠게(帶) 되지만, 봄날에 피는 화사한 영화로움 만큼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매화의 숨은 뜻과 정성을 적절한 말로 지적해 읊은 시상이다. 겉으로 이리저리한 말로 꾸미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끼면서 보듬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느껴진다.

※한자와 어구

鏤玉: 옥을 새기다. 製衣裳: 옷을 만들다. 啜氷: 얼음물을 마시다. 찬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다. 養性靈: 정신을 다시 기르다. // 年年: 해마다. 帶霜雪: 내리는 서리가 눈을 띠다. 不識: 알지 못하다. 韶光: 봄볕. 따스한 볕. 榮: 화사하다. 영화스럽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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