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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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치냐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5.02. 19:52
올해 초 만해도 한반도 4월 전쟁설이 파다했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칼럼 쓸 때만은 냉철한 머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필자지만,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만들어낸 판문점 정상회담은 적대와 대결이 허물어지는 하루였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다시 읽어보면, 통일은 머지않은 듯 싶다.

올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이다. 1980년에 목숨 걸고 한국민주주의 불을 댕긴 광주는 38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민주주의 완성을 기원했다. 민주·인권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광주정신의 완성은 ‘통일’이다. 살아생전, 광주정신이 완성될까 싶었는데, 죽기 전에 그 광경을 볼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위장쇼’는 분명 아니었다. 미국이 호응하고 중국이 박수쳐준 일이다. 판문점선언은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에 대한 두 정상의 의지가 명문화됐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적대행위 전면중지도 합의했다. 남북 관계도 새로운 궤도에 올리기로 했다. 판문점선언은 3조4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김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입장 표명으로 화답한 것이다.

필자는 남북 두 정상이 판문점 앞에 서서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엄숙히 선언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선언이 발표되자 곧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며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구상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제 실천의지만 남아있다.

판문점 선언 다음날, 북한은 곧바로 시간먼저 통일하자며 남한보다 30분 빠른 북한 표준시를 오늘 5월5일부터 서울표준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국가간 시차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북한과 남한에 시차가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그 차이를 알아챈 순간 시간 먼저 통일해준 북한의 빠른 결단도 놀랍다. 북한이 5월5일부터 남한보다 30분 늦었던 ‘평양시간’을 30분 당긴다는 발표는, 관계회복의 의도로 읽힌다.

이제 남북은 자유롭게 왕래하고 관광하고 교류할 것이다. 체육행사를 같이하고 문화예술을 같이 나눌 것이다. 금강산 한라산을 관광하고 문대통령의 소원처럼 북한땅을 밟고 지나 백두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감동스럽다.

절체절명의 기회가 온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온 국민이 에너지를 모아 이 소중한 기회를 살려야 할 때다. 마음을 모아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역동성을 살릴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해야 한다. 여당, 야당을 떠나 모든 정치인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론을 모아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당하고 떳떳한 일이라면 강력한 지지도 필요하다. 만약 정치권이 국민정서에 반해 이런 분위기조차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국회를 공전시키는 정치인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만약 판문점선언이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정쟁 도구로 전락한다면 국민은 정치권에 크게 실망할 것이다. 실망을 넘어 또다시 절망하고 불신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반도에 종전 이야기가 나오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구체화되자 한반도를 새롭게 다시 보고 있다. 동북아 정세 재편의 시간이 빠르게 돌아가며 급류를 타고 있는데, 그 방향타를 쥔 한국이 정치권의 발목잡기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국민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멈춰선 국회의 시계, 정쟁으로 4월에도 본회의 한번 열지 않더니 이 중요한 5월에도 정상화시킬 계획이 없단다.

지난 역사, 조선시대·한말·근대·현대사에서 한국정치는 중요한 결정의 길목마다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운 정쟁을 벌인 결과 많은 것을 잃었다. 미국, 일본을 포함 각국 정상들이 판문점 선언에 환영의 뜻을 표했고, 외신들도 “새 역사의 첫걸음” “평화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논평을 하는 마당에, 이념적 색깔론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라면, 그런 게 정치냐고 되묻고 싶다.

작금의 한반도 대변혁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나 여당, 야당,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수십년간 ‘통일’을 염원했던 남·북한 7천만명의 소원이다. 정치는 뭐하러 하나.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국가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가 필요하고 정당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국민이 원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위장쇼’라고 욕을 해대는 막가파식정치가 아니라 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내거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내는 상생자세다. 국회는 하루빨리 외교통일위, 국방위, 정보위 등을 소집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각 지자체가 어떻게 북한과 교류하고 상생할 것인지 새로운 공약과 정책을 내야 한다.

만약, 모처럼 찾아온 이 중요한 기회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망치는 이가 있다면, 남남(南南)갈등을 부추기면서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방해하는 이가 있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과 다른 정치는 과연 어떤 정치인가.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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