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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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머금은 송홧가루가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7)

  • 입력날짜 : 2018. 06.05. 19:22
題僧舍(제승사)
도은 이숭인

산 위에 산 아래로 소롯길 갈려 있고
비 젖은 송홧가루 어지러이 떨어지는데
도인이 띠 집 가더니 흰 구름 물들이네.
山北山南細路分 松花含雨落?紛
산북산남세로분 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 一帶靑煙染白雲
도인급정귀모사 일대청연염백운

승사는 주지스님이 거처하는 방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승사를 보는 시인은 화가의 재질을 타고난 스케치의 명수였을 것이다. 드나드는 한 도인의 늠름한 모습을 그리더니만, 소로의 길이며, 봄에 날리는 송홧가루의 형상이랄지 묘사의 극치를 보인다. ‘푸른 연기 한 무리의 흰 구름을 물들인 장면도. 도인이 물을 길어 띠 집으로 들어가더니만, 푸른 연기 한 무리가 흰 구름으로 물들이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비 머금은 송홧가루가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네’(題僧舍)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학자이다. 우왕 치세 후반에 이인임 등의 무서운 세력이 최영 장군에게 타도되자 최영의 세력으로부터 이인임의 인척이라는 이유로 곤장을 맞고 통주로 유배됐다. 이후 다시 소환돼 첨서밀직사사에 임용됐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산 위 산 아래로 소롯길로 갈려져 있고 / 비 머금은 송홧가루가 어지럽게 떨어져있었네 // 도인이 물을 길어 띠 집으로 들어가더니만 / 푸른 연기 한 무리가 흰 구름으로 물들이고 있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스님 거처’란 시제를 붙이면서]로 번역된다. 스님이 거처하는 곳을 승사 혹은 승방이라고 한다. 물론 살림살이를 하는 집은 아니다. 스님을 보좌스님이나 사미승이 따로 있고, 공양(식사 마련)을 준비하는 보살도 있다. 시인은 이런 구성적인 면을 잘 알고 있겠지만, 독경이 들어간 스님이 있는 암자를 찾았던 것 같다.

시인은 스님의 거처 승사(僧舍)를 찾는 소롯길로 갈려 있으면서 송홧가루가 어지러웠음을 보인다. 터벅터벅 찾아가는 길에는 산 위 산 아래로 소롯길로 갈려 있고, 비를 흠뻑 머금은 송홧가루가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는 시상의 그림 한 폭을 그려냈다. 갈림길에서 길을 찾기도 힘이 들었는데 때마침 비를 머금은 무거운 송홧가루까지 길 걷는 나그네의 발길을 무겁게 했음을 시상에 색칠하고 있다.

화자는 선경의 시상에 이은 어지러운 심회를 후정에서는 살포시 담아냈다. ‘도인이 물을 길어서 띠 집으로 들어가더니만, 푸른 연기 한 무리 흰 구름에 물을 들였다’는 심회를 담아냈다. 도인은 물론 도를 닦고 있는 스님이었을 것이다. 이미 손님 올 것을 예감하고 찻물을 끓이는 시상을 보인다.

※한자와 어구

山北山南: 북쪽산과 남쪽 산. 산 위의 산. 細路: 가느다란 길. 分: 나누다. 松花: 송홧가루. 含雨: 비를 머금다. 落?紛: 어지럽게 떨어지다. // 道人: 도인. 汲井: 샘에서 물을 긷다. 歸茅舍: 띠 집으로 돌아오다. 一帶: 한 무리. 靑煙: 푸른 연기. 染: 물들이다. 白雲: 흰 구름.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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