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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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일자리!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6.27. 19:01
전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30여년 언론인으로 살면서 가장 많이 쓴 기사와 칼럼은 ‘일자리’다. 일자리가 부족한 광주·전남 현실 때문에 20살이 넘으면 부모를 떠나 타지로 일자리 구하러 떠나는 것이 다반사인지라 ‘일자리 좀 만들어 달라’고 악다구니를 썼던 세월이었다. 그래서 어떤 단체장은 ‘부모 집에서 아침 밥 먹고 출근하는 지역’을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가 취약한 호남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6·13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도 그 심각성을 알아 모두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지만 지역기업이 살아나지 않는 한 취업자가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 들어 광주지역 고용 시장은 최악이다. 실업률이 역대 최악이다. 제조업 등 주력 업종의 고용 창출력도 감소세, 도·소매 음식숙박업 종사자가 크게 줄면서 수익 구조가 나빠진 자영업자들이 손해가 커지는 상황을 감당 못하고 폐업하는 등 고용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요즘 광주·전남 소규모 자영업자를 만나면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서민들의 비명도 들린다. 광주지역 소매·음식 숙박업 종사자의 경우 1년 전보다 무려 1만8000명이 줄었다.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3년 1월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이러다간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로 줄폐업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구직 단념자 등이 구직에 나서면서 1년 전보다 1만1000명 감소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광주에서 타 지역으로 떠나는 청년층의 비중 또한 높아졌다. 밥벌이를 위해 부모를 떠난 청년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 1분기 광주지역 인구는 146만2천명으로 2천126명이 순유출됐다. 이중 20-29세 청년층은 1천155명으로 광주지역 순유출 인구에서 약 54%인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젊은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살 수 없는 지역의 미래는 암울하다. 누군가 지역의 현 일자리 세태를 가리켜 ‘역대급 대란’이라 했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찬 탓에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은 물론이고 인간관계까지 포기해버리는 호남 청년들은 서울과 경기도, 경상도로 떠나면서 지역의 기성세대를 원망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발전한 시대가 지금이라고 하지만 청년세대는 한국 역사상, 아니 단군 이래 취업이 가장 어려운 때가 바로 요즘이라고들 한다.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도 청년 일자리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 매듭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7월2일이면 민선7기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등 단체장들이 취임한다. 누구랄 것 없이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의 노동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역에 맞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젊은이가 떠나는 현상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갭이어 정책’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지난해 서울청년의회에서 대표적인 청년정책으로 제안된 ‘서울형 갭이어’는 일정 기간의 여행과 봉사, 인턴, 창업 등 청년이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전국에서 갭이어 사업을 처음 시행한 제주도의 경우, 3주간 서울에서 육지와 교류할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밑바닥 경제상황이 어려운 지경에 처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광주형일자리’가 정부의 일자리 모델로까지 채택된 마당인데, 광주 청년일자리 현실이 최악인 점은 지역 리더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금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 빙하기’를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이제 더 이상 청년을 벼랑에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전남도지사 광주광역시장은 지금까지 실패한 모든 일자리정책을 버리고 지역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일자리 혁신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찾아내야 한다. 역대 단체장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역기업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출발하는 사업을 시작부터 가로막는 규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사업화 이전 아이디어 단계부터 가로막고 있는 벽이 많다. ‘규제 때문에 사업 못 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풀어주는 역할을 잘하는 공무원들이 나와야 한다.

필자는 지자체장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만든 원칙 10가지 중 하나가 ‘Do less’(적게 하라)다. 일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공공기관은 가치를 낼 수 있는 일만 하라는 거다. 지원하되 간섭은 적게 하고, 문제는 적극적으로 풀어주는 경제정책이라면 기업생태환경이 살아나지 않을까?

클레이턴 크리스턴슨 하버드대 교수는 ‘파괴적 혁신’만이 대안이라고 얘기했다. 지역 리더가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고는 지역을 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역민에게 밥그릇을 만들어줄 수 없는 괴팍한 시대다. 지자체장이 지역경제를 혁신하려면 현재의 문제사업을 파괴할 수 있는 용기,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 지역민이 동의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민선7기 지자체장의 성공 여부는 ‘일자리’에 달려있다. 4년 후 지자체장들의 성적표는 생계 위협을 받는 실업자들의 눈물을 누가 더 잘 닦아주었는가, 그 성적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다시, 인사가 만사(萬事)다.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제갈량 같은 인재가 있다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전남도청 광주시청 전체가 일자리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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