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9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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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 오시라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9.12. 19:33
서울에서 평양까지 직선거리는 약 250km다. 고속도로가 있다면 2시간 30분 거리. 비행기로는 약 30분 거리. 고속철도가 놓이면 1시간. 너무 가깝다. 라디오에선 시류에 맞게 ‘서울에서 평양까지’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1994년 꽃다지에서 발표하고, 이어 1995년 신형원이 발표한 곡이다. 가사를 듣다가 많이 웃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오 만원/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가는 곳 없는데/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은 왜 못가/우리 민족 우리의 땅 평양만 왜 못가/경적을 울리며 서울에서 평양까지/꿈속에라도 신명나게 달려 볼란다/우리의 꿈 우리의 희망 통일만 된다면/돈 못 벌어도 나는 좋아 이산가족 태우고 갈래/돌아올 때 빈차걸랑 울다 죽은 내 형제들/묵은 편지 원혼이나 거두어 오지’

서울 시각에서 보면, 평양이 광주보다 가깝다. 부산보다 가깝고 목포보다 훨씬 가깝다. 지도에서 재면 더 가까운데, ‘심리적인 거리’가 천리만리라 한 번 만나기가 어렵고도 어려웠다. 올해 들어서야 만나자는 얘기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올봄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두 정상간 합의는 충격적이었다. 비핵화, 불가침, 군축, 화해, 협력, 교류, 종전 등 공동선언문에 담긴 내용들은 통일이 성큼 다가오는 듯 느껴질 정도였다. 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구촌에서 화약고로 취급받는 한반도의 분단환경에 따른 위험인자로 인한 불이익 등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화해무드는 참 다행스럽다.

추석전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수행단 규모는 200명 수준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특히 국회 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9명도 초청했다. 당사자들이 가고안가고를 떠나서 의미있다.

사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걸어서 노란 선을 넘어 평양에 가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노 전대통령은 그 선 앞에서 소감을 말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 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선은 지워지지 않고 더 선명하게 철책이 되었다. 그후 10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그 선 앞에 같이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5·26 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한 테이블에 마주앉히는 데 성공했었다. 이제 세 번째 9·18남북정상회담이 다음주다. 김정은위원장이 약속한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를 위해선 핵시설 신고·동결·검증·폐기 등 난해하고 복잡한 사안들이 남아있다. 평양을 가는 발길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미국 뿐 아니라 지구촌에 사는 많은 이들이 이번엔 비핵화를 향한 확실한 매듭이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비핵화 방안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차 조율일 것이다. 주지하듯,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는 듯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촉매제 역할을 해 줄 것이란 외교적인 기대가 큰 상태다. 적어도 비핵화 조치의 선행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해 온 북한과 최소한의 실질적 조치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한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우리 국민은 문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잘해내길 바란다.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교착 국면의 북미 비핵화 협상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이정표를 세우시기 바란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에 대한 확실한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 지난달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정말 애잔했다. 가뭄에 콩 나듯 몇 년에 한 번씩, 열렸다 말다를 반복하는 현재의 상봉 행사가 분단 70년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고령화로 해마다 숨지는 이산가족이 수천 명에 이르는 현실을 대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평양 회담에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근본해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의 구체적인 계획이 완결되길 바란다.

또 하나, 올해 안에 김정은위원장이 서울에서 4차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약속도 받아오면 좋겠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분단 후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파트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이뤄졌다. 이때도 장소는 평양이었다. 그리고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렸고 9·18남북정상회담이 또 평양에서 열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가 한 번 평양으로 갔으니 이제는 저쪽에서 서울로 오는 게 이치에 맞는다는 지적이 매번 있었던 이유다. 우리 국가원수가 세 번이나 북한에 갔으니 이제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으로 와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봄에 ‘봄이 온다’며 판문점에서 첫 만났고, 여름에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으며, 초가을에 평양에서 ‘가을이 왔다’로 만나니, 초겨울에 서울에서 한번 더 만나, 한반도에도 확실한 ‘평화’가 찾아왔음을 전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 너무 자주 만나는 것 아니냐 싶겠지만, 지금 한반도 남한국민과 북한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일이니, 자주 만날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다음 만남은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서울이면 더 좋고, 광주면 더욱 더 좋고.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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