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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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여수 화태갯가길 (여수갯가길 5코스)
리아스식 해변을 걷다보면 다도해가 가슴에 안겨오고

  • 입력날짜 : 2018. 10.16. 18:46
독정항에서는 멀리 여수반도와 백야도를 잇는 백야대교가 희미하게 다가오고, 백야도와 자봉도·제도·개도·하화도·낭도 같은 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첩첩하다. 맨 뒤에서는 팔영산을 비롯해 고흥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여수 앞 바다에 떠 있는 여러 섬에는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가 많다. ‘금오도 비렁길’이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더니 돌산도를 중심으로 조성된 ‘여수갯가길’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돌산도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여수갯가길은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가 2015년 12월 개통됨에 따라 화태도까지 영역을 넓혀 5번째 코스를 만들었다.

화태도로 가기 위해 돌산도로 들어섰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돌산읍을 지나니 화태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화태대교는 여수시 돌산읍 신복리와 남면 화태리 화태도를 잇는 사장교로, 총길이가 1천345m에 이른다.

바다 위에 놓인 화태대교를 건너 화태도에 도착했다. 화태도는 높지 않은 산줄기들이 부드러운 산세를 이루며 바다와 어울려있다. 치끝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화태갯가길 출발점’이라 쓰인 이정표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조그마한 치끝포구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지척에 방금 지나온 화태대교가 웅장하게 위용을 자랑한다.
꽃머리산에서 본 화태대교.

치끝선착장에서 산길로 접어들자 해변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을 걸을 때면 파도소리가 고요하게 다가와 바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숲길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마족항이다. 화태도는 조선중기 조정으로부터 기마목장으로 지정돼 말을 방목, 사육했다. 당시 섬에서 길러진 말은 이곳 선착장에서 육지로 실려 갔다. 마족(馬足)이라는 지명도 말을 운반하던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족항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바다 건너로 돌산도의 등뼈를 이루는 봉황산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부드럽게 펼쳐진다. 동쪽에서는 대횡간도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전망이 트일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화태대교는 이미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길을 걷다보면 종종 폐쇄된 초소를 만난다. 과거 전투경찰이 순찰을 서던 초소들은 모두 폐쇄되고, 그들이 보초를 서기 위해 다녔던 길은 걷기 좋은 길이 됐다.

숲이 시야를 가릴 때를 제외하고는 걷는 내내 화태도를 둘러싸고 있는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돌산도가 큰 형님처럼 듬직하고, 남쪽으로 대횡간도·소횡간도·두라도·대두라도·나발도 같은 작은 섬들은 물론 금오도를 비롯한 금오열도를 이루고 있는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화태도는 금오도, 개도 등 크고 작은 여러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가 잔잔할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도 수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가두리양식이 잘 된다. 전체 주민의 80% 정도가 이 양식업에 종사한다.

돌산 신기항을 출발해 금오도로 가는 여객선이 푸른 바다를 헤치며 지나간다.

해변 바위에서는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배를 타지 않고도 자동차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섬이라 화태도 남쪽 해변은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다. 뭍으로 파고든 바다가 타원을 이룬 월전항에 도착했다. 작은 어촌마을인 월전(月田)마을은 달밭구미라는 순우리말을 한자어로 바꾼 이름이다. 월전마을에서는 이름 그대로 동쪽 대횡간도를 넘어 올라오는 달을 맞이할 수 있다. 월전포구의 작은 어선들과 해안을 따라 형성된 월전마을이 소박하고 정답다.

월전항 앞으로 나발도와 대두라도가 헤엄쳐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두 섬 뒤로 금오도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화태갯가길의 매력은 해변숲길을 걷다가 해변마을을 만나고, 다시 산비탈을 돌아가면 또 다른 마을을 만나는데 있다. 게다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러 섬들로 이뤄진 다도해의 풍광이 길손들에게 한눈 팔 겨를을 주지 않는다. 여러 섬이 모여 있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화태도 최남단을 지나면 길은 북쪽으로 향한다. 방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광이 다가와 지루할 새가 없다. 이제 월호도가 지척이고, 월전항 근처부터 함께 해왔던 대두라도·나발도 같은 섬들이 배웅을 한다.

화태도 최남단 초소 근처에서 바라보니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며 북서쪽 끝머리로 멀리 뻗어나가는 해안선이 부드럽다. 월호도와 대두라도 사이에서는 멀리 고흥 나로도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해변을 따라가는 길을 걷다보면 금방으로 바다로 들어갈 것 같지만 길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진다. 독정항 근처에 다다르니 멀리 여수반도와 백야도를 잇는 백야대교가 희미하게 다가오고, 백야도와 자봉도·제도·개도·하화도·낭도 같은 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첩첩하다. 맨 뒤에서는 팔영산을 비롯해 고흥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독정항을 끼고 있는 독정마을은 해변에서 언덕위로 길쭉하게 형성돼 있다. 마을 뒤편 언덕을 넘으면 오전에 지났던 마족항이다. 조용히 길을 걷다보면 갯바람이 불어와 말을 걸어준다. 바람과 나누는 침묵의 대화야말로 나의 내면과 만나는 속 깊은 속삭임이다.
화태갯가길은 걷는 내내 화태도를 둘러싸고 있는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돌산도가 큰 형님처럼 듬직하고, 대횡간도·소횡간도·두라도·대두라도·나발도 같은 작은 섬들은 물론 금오도를 비롯한 금오열도를 이루고 있는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화태도 인근바다에는 곳곳에 가두리양식장이 있는데, 양식장 옆에 작은집들이 있어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수상가옥을 보는 것 같다. 화태도는 금오도, 개도 등 크고 작은 여러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가 잔잔할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도 수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가두리양식이 잘 된다. 전체 주민의 80% 정도가 이 양식업에 종사한다고 하니 가두리양식이야말로 화태도 사람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길은 섬의 북서쪽 끝단 절벽 위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이쪽 지명이 묘두마을인데, 묘두는 지형이 고양이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묘두의 끝점을 돌자 화태대교와 돌산도가 다시 등장한다. 백야대교를 가운데 두고 백야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과 여수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봉우리들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돌산도 앞쪽의 조그마한 섬, 송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화태대교는 돌산도와 화태도를 이어주고, 교량 아래로는 선박들이 오간다.

묘두마을 앞바다 가두리양식장 뒤로 화태대교가 웅장하게 서 있다.

우리는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꽃머리산으로 향한다. 꽃머리산에 오르니 팔각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발 아래로 화태대교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리아스식 해안을 이룬 화태도의 아름다운 풍경이며 주변의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정자에 앉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꽃머리산으로 오르며 흘렸던 땀방울도 갯바람이 자연스럽게 씻어준다. 봉우리는 아름답게 핀 한 송이 꽃이 되고, 우리는 꽃향기에 취한 나비가 된다.

꽃머리산에서 화태대교로 내려가는 길은 짧지만 가파르다. 경사가 급한 하산로를 따라 내려오니 화태대교다. 화태대교를 건너는데,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다. 화태도와 돌산도를 가르고 있는 바다는 푸르고, 송도와 횡간도가 작별인사를 한다. 우리와 헤어질 섬과 바다는 무심한데, 나는 섭섭하고 아쉽다. 오늘 함께 했던 화태도와 주변의 섬들을 가슴에 담는다.


※여행쪽지

▶화태갯가길은 여수갯가길 5코스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화태도의 해변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해변길은 비렁길과 숲길, 소박한 마을길을 따라 이어진다.
▶코스 : 치끝→월전→독정항→묘두→꽃머리산→화태대교(13.7㎞, 4시간30분 소요)
▶난이도 : 보통
▶화태도에는 화태초교 옆 화태식당(061-665-9226)에서 매운탕, 전복죽, 국밥 등으로 요기를 할 수 있다. 갯가길이 지나는 월전마을에는 회무침이나 매운탕 등을 먹을 수 있는 화태주막(010-9720-900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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