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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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현이 뿜어내는 여음의 울림…人生 희로애락 오롯
[국자의 민속악 컬렉션] 첫번째 마당 민속악의 꽃 산조(散調)

  • 입력날짜 : 2018. 10.24. 18:42
가야금산조(김미진 독주회) 피리산조 (오영미 독주회)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도시화, 서구화된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전통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우리 것이면서도 정작 잘 알지 못하고, 향유하는 데 있어서도 머뭇거리거나 주저하기 일쑤다. 특히 국악 분야가 그렇다. 학창시절 음악교과서에서만 간략히 배웠던 국악은,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장르라는 편견을 주입시켰을까. 선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불렀을 흔한 노래, 궁중이나 저자거리에서 벌어진 한바탕 놀음판의 배경음악을 위한 악기 등을 너무나 어렵게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김선희씨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국악세상’에 대해 ‘국자의 민속악 컬렉션’이란 타이틀로 연재한다. 김씨는 16년째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 근무하며 23회부터 현재(117회)까지의 정기연주회의 공연 구성부터 악보준비 등을 도맡아 해 오고 있다. 그가 14세 때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처음 배우며 국악기의 음색과 자연스럽게 습득한 국악, 이론전공자로서 배운 국악의 역사와 문화, 국악관현악단에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특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주제와 내용을 바탕으로 예향 남도에서 다뤄지는 대표 장르인 민속악, 민속악의 성지인 전남과 광주의 국악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이제 ‘국자’(국악하는 여자)가 안내하는 ‘국악세상’으로의 여행을 떠나 볼까. /편집자 주


진양조에서 눈이 내리고
중모리엔 봄이 오고
중중모리엔 군자(임)가 찾아오고
자진모리엔 희로애락이 담겨있고
휘모리엔 젊음이 가고
뒤풀이에서는 만사를 정돈한다
- 서공철 명인 -


산조(散調)란 기악독주곡의 하나로 남도소리의 시나위와 판소리의 가락에서 발전돼 온 음악이다. 19세기 말엽(1890년경)에 형성된 산조는 가야금산조의 영향을 받아 거문고산조, 대금산조, 해금산조, 아쟁산조, 피리산조 등이 있으며 당대의 음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산조의 탄생은 한국 문화 유산 중 뛰어난 가치를 지니며 한국음악사 중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오랜 세월동안 참담한 현실을 극복해간 서민들의 강인한 힘이 산조라는 음악형식을 탄생하는 원천이 됐다.

산조를 만든 사람에 대해서는 이왕직(李王職) 아악부(雅樂部)의 아악사장을 지낸 함화진(1891-1948)의 ‘조선음악통론’ 310쪽의 창악을 설명하는 항에 ‘김창조는 심방곡을 변작해 산조를 창작할 세, 우조와 계면조로 분류하여 각종 악기에 탄주하기 시작하였고’라고 한줄 언급돼 있다. 이후 산조의 창시자로 김창조를 꼽아왔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전라도에 한숙구, 박창옥, 충청도에 이차수, 심창래 등도 같은 시대에 활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산조를 제자들에게 전수했는데 김창조는 한성기·최옥삼·강태홍에게, 한숙구는 안기옥·한수동 등에게 전수했다.

거문고산조는 백낙준에 의해 창시됐다고 하는데 그의 제자로는 신쾌동·김종기·박석기 등이 있다. 대금산조는 박종기에 의해 창시돼 한주환을 거쳐 한범수에게 전수됐다.
신윤복 作 ‘청금상련’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해금산조는 한범수류와 지영희류가 있다.

아쟁산조는 한일섭류와 정철호류, 윤윤석류가 있다. 피리산조는 형성된 지 오래지 않아 이충선이 피리산조를 연주했고, 서용석류 피리산조, 박범훈류 피리산조 그밖에 퉁소산조·단소산조 등이 있다. 이렇듯 산조에서 ‘유파’라고 하는 것은 어느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을 말하며 그 사람의 가락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연주하고 전승하는 것이다. 산조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틀과 각 장단 안에서 나타내는 음악적 고조 및 농현 주법(왼손 연주기법)은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배우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국악인들은 산조를 기본적으로 공부하며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끊임없이 공부한다. 즉 알 듯 하지만 평생해도 잘 모르는 것, 하면 할수록 더 공부가 필요한 것,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모두 담겨있는 것이 산조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틀 안에 갇혀있는 어느 명인의 음악을 그대로 답습하여 계속 그것만을 하고 있는 게 답답하다고도 이야기 한다.

현재 국악은 무수히 많은 음악적 실험을 하며 수많은 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국악인들이 산조라는 악곡에 더 귀를 기울이며 몰입하는 이유는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그 곡들이 개인의 음악적 기량이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커서인 듯 하다.

산조는 한국음악의 다양한 악곡 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것은 각 악기를 전공하고 있는 연주가들이 모두 연주하며 자신들이 연주하고 있는 산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때문이다. 국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공기처럼 습득하게 되는 것이 산조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게을리하게 되면 그 성음과 농현에서 바로 알아차릴수 있는 것. 정형화된 것 같지만 각자의 연주자 기량이 많이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산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글쓴이 김선희씨는 전남대 국악과 졸업, 전남대 문화재협동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자, 남도민속학회원, 한국차문화협회원, 여성환경교육위원(전남본부)으로 활동 중이다. 2008년 광주시립예술단 우수단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내가 배웠던 산조를 모태로 본인의 음악적 기량을 살리는 산조를 재창작해 만들어내는 일들이 많이 이뤄져야 더 발전된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산조의 힘은 농현이다. 이를테면 현악기(가야금) 줄(絃)을 오른손으로 뜯은 뒤의 여음은 3초 이내에 사라진다. 그런데 산조에서는 이렇게 짧은 여음을 농현으로 그 멜로디(높낮이 및 울림)를 만들어 지속시켜 준다.(관악기에서는 농음이라 한다) 이리하여 죄고 푸는 맛이 제대로 살아 있게 연주하게 된다. 느리지만 거침없이 깊은 농현의 울림, 과감한 터치와 담백함과 경쾌함이 모두 담겨있는 산조, 각 장단 안에서 밀고 당기며 고조되는 긴장감은 산조 전 바탕에 나타나는 에너지 가득함이 느껴진다. 자유를 만끽하며 타지만 그 안에 분명한 질서가 존재하는 곡조, 끊임없이 연주하며 농현 속의 이야기를 펼쳐내야 하는 것이 산조의 음악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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