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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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쇠한 병에 갈증만이 부쩍 심해지니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97)

  • 입력날짜 : 2018. 11.06. 18:43
病中煎茶(병중전다)
사가정 서거정

금년엔 쇠한 병에 갈증만 심하더니
이따금 즐겁기는 차 마실 때 뿐이더라
새벽에 샘물을 길어 노아차를 달이며.
衰病年來渴轉多 有時快意不如茶
쇠병년래갈전다 유시쾌의부여차
淸晨爲汲寒泉水 石鼎閑烹金露芽
청신위급한천수 석정한팽김로아

다향(茶香)이라고 했다. 차를 마신다고 보다는 신선의 도를 마신다고 하는 편이 더욱 낫겠다. 차를 마신다기 보다는 향을 마신다고 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고, 정결한 정신적인 수양을 위해 마신다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병중에 있으면서 차를 마시는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차 달이는 그 정성도 같은 맥락이리라. ‘맑은 새벽에 찬 샘물을 길러 와서는, 돌솥에다 불을 지펴 한가롭게 노아차(露芽茶)를 달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금년 들어 쇠한 병에 갈증만이 부쩍 심해지니’(病中煎茶)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1420-1488)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453년 수양대군을 따라 명에 종사관으로 다녀왔다. 1455년(세조 1) 세자우필선이 됐고 1456년 집현전이 혁파되자 성균사예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1457년에는 문과중시에 병과로 급제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금년 들어 쇠한 병에 갈증만 부쩍 심해지니 / 이따금 즐겁기는 차 마실 때뿐이로구나 // 맑은 새벽에 찬 샘물을 길러 와서는 / 돌솥에다 불을 지펴 한가롭게 노아차(露芽茶)를 달이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병중에 차를 달이다]로 번역된다. 이색의 시구에 보면 노아차란 명칭이 등장한다. 새벽이슬 머금을 때 따는 ‘찻싹’이란 뜻을 담는 것 같다. 도톰한 모습이 사랑스럽고 신선하기가 그지없었을 것이다. 대시인도 병중에 차를 달이며 도인의 경지에 드는 기원을 했을지도 모른다. 노아차 마시니 좋은 시심 길러달라는 그런 염원 한 마디쯤은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니.

시인은 병이 깊어 이따금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다스렸다는 선경의 그림을 곱게 그려냈다. 금년 들어 쇠한 병에 갈증까지 부쩍 심해졌는데, 이따금 차 마실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쇠한 병에 차 한 잔이 좋은 줄은 알 수 없지만, 흔히 마음의 병이 더 중하다고 했다면 이것도 병을 다스리는 열쇠가 되지는 않을까 본다.

화자는 맑은 새벽에 샘물을 길러 와서 노아차를 달인다는 시상 한 줌을 쏟아내고 만다. 그래서 시인은 화자의 입을 빌어 맑은 새벽에 맑고도 찬 샘물을 길어 와 돌솥에다 한가롭게 노아차를 달인다고 했을 것이다. [차선의 경지]에 든 신선의 모습이 상상된다. 차는 이렇게 끓여야 된다는 큰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만나는 듯하다.

※한자와 어구

衰病: 쇠한 병. 年來: 금년. 해가 오다. 渴轉多: 갈증이 심하다. 有時: ~할 때가 있다. 快意: 상쾌하다. 不如茶: 차와 같지 않다. 곧 차를 좋아하다. // 淸晨: 맑은 새벽. 爲汲: 물을 긷다. 寒泉水: 차가운 물. 石鼎: 돌 솥. 閑烹: 한가롭게 달이다. 金露芽: 노아차. 노아차를 달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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