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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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여수 갯가길 2코스
몽돌해변·해변숲길·어촌마을·갯바위길이 차례로 이어지고

  • 입력날짜 : 2018. 11.20. 18:26
무슬목 해변은 푸른 바다를 가운데 두고 적당한 거리에 남해도가 자리를 잡고, 지척에는 몇 개의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어 그 모습이 사뭇 서정적이다.
돌산도 무슬목은 폭이 2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주(砂洲)로 가늘게 목을 이룬 곳이다. 멀리서 보면 동·서 바다가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장군은 왜군을 섬멸했다. 왜군과 대치하던 충무공은 해상전투에서 왜군에 밀리는 척하며 무슬목으로 유인, 60여척의 왜선과 300여명의 왜군을 물리쳤던 것이다.

여수 갯가길 2코스는 무슬목에서 시작된다. 무슬목에는 전라도해양수산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관 전시관에는 19개 수조에 97종의 어류가 전시돼 있다. 해양수산과학관 뒤편으로 들어서니 600m 길이의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무슬목 몽돌해변은 해변 자체도 좋지만 앞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푸른 바다를 가운데 두고 적당한 거리에 남해도가 자리를 잡고, 지척에는 몇 개의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어 그 모습이 사뭇 서정적이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앙증스러운 혈도와 죽도는 형제처럼 다정스러워 형제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형제섬 옆에도 두 개의 작은 섬 외치도와 내치도가 있어 네 형제가 된다.

해변을 걷다보면 파도는 매끄러운 몽돌과 사랑을 나눈다. 조용히 다가온 파도는 슬며시 몽돌에 입을 맞추고는 부끄러운 듯 얼른 뒤돌아간다. 길은 무슬목 몽돌해변을 지나 남쪽으로 걷다가 숲길을 거쳐 도로로 올라선다. 약간 떨어진 도로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더욱 푸르고, 작은 섬들은 아기자기하다. 남해도를 이루고 있는 여러 산들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부드러운 산줄기와 바닷가마을에 둘러싸인 계동 몽돌해변은 푸른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길은 잠시 도로를 걷다가 해변으로 내려가고, 다시 도로와 해변 사이에 있는 숲길을 따라 걷기를 반복한다. 바닷물은 티 없이 맑고 푸르다. 마치 지리산계곡의 맑은 물을 보는 것 같다. 해변마을에는 작은 포구가 있고, 포구에는 출항을 기다리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바다에 기댄 어촌마을과 작은 항구에서는 사람 사는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길을 걷다보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해안초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과거 해안경비를 하던 전투경찰들이 보초를 서던 초소들이다. 지금 갯가길로 사용되고 있는 오솔길도 대부분 과거 해안경비를 서기 위해 전투경찰들이 다니던 길이다. 숲길을 걷다가 해변으로 내려선다. 원래의 길은 숲속 오솔길이지만 물이 빠질 때는 해변을 따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변으로 내려서니 경사가 완만한 바위가 뭍과 바다의 경계를 이루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아무 생각 없이 바위에 앉아 있으니 푸른 바다가 조용히 말을 걸어오고 바다 건너에서는 남해도가 손짓을 한다. 바다에 기대고 싶고 그 품에 안기고 싶어진다. 나는 이렇게 바다와 사랑에 빠졌다.

바위지대를 지나니 몽돌해변이 맞이한다. 바닷물과 만나는 바위에는 홍합들이 얼기설기 붙어있다. 오솔길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한 바윗돌을 밟으며 걷는 맛이 재미를 더해준다. 해변은 들릴 듯 말 듯 다가오는 파도소리 뿐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제 나는 온전히 자연의 일부가 된다. 내가 자연이 되니 내 마음에도 걸림이 없다.

한동안 숲길을 걷는가 싶더니 이제 우리는 계동포구로 들어선다. 근처 다른 포구에 비해 규모도 크고 배들도 많다. 방파제 옆에서는 고기잡이용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고기잡이 나가는 배들도 바다를 가르며 달려간다. 700-800m 길이의 몽돌해변은 팽나무 등 활엽수 방풍림에 감싸여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붐빈다.
해변은 아름다운 풍경화가 계속 그려진다. 바위들이 바다로 뻗어나가면서 절경을 만들고, 여기에 푸른 바다는 햇볕에 반사돼 은빛으로 반짝인다.

작은 몽돌로 이뤄진 계동해수욕장을 따라 걷다보면 발밑에서 사각사각 감미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하도 예뻐서 파도도 숨을 죽인다. 호수같은 느낌을 주는 바다는 잔잔하게 일렁인다. 걷다가 뒤돌아보면 부드러운 산줄기와 계동마을이 해수욕장, 푸른 바다와 어울린 모습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시야가 트이는 바위 절벽 끝에 하얀 등대가 서 있다. 등대 앞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는 이 등대는 점멸방식으로 뱃사람들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 등대가 크고 절벽 끝에 있다 해서 ‘큰끝등대’라 불린다. 등대 남쪽 해변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큰끝등대를 지나면서부터 해변은 절경의 연속이다. 완만하다고 할 수도 가파르다 할 수도 없는 바위들이 바다로 뻗어나가면서 절경을 만들고, 여기에 푸른 바다는 햇볕에 반사돼 은빛으로 반짝인다. 해변으로 이어진 바윗길에는 낚시꾼들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런 풍경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담아지니 거대한 풍경화 한 폭이다.

1.8㎞에 이르는 해안 바윗길에 흠뻑 빠져 걷다보니 어느덧 두문포가 가까워졌다. 두문포 앞바다에는 본섬에서 살짝 튀어나간 볼무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어 정겹다. 볼무섬은 하루 두 번 썰물이 되면 두문포와 연결된다. 마침 우리가 지나가는 시간에 물이 빠져 두문포와 볼무섬 사이에 바닷길이 만들어졌다. 주변 해식면에서 자갈이 이동해 만들어진 바닷길은 폭 20m, 길이 150m에 이른다. 볼무섬에는 오동도와 같이 해식작용으로 섬 남쪽으로 용굴이 만들어져 있다.
두문포 앞바다에는 본섬에서 살짝 튀어나간 볼무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어 정겹다.

포구가 형성돼 있는 두문리 마을 앞을 지나는데, 할머니들이 돌산도 특산품인 돌산갓과 고들빼기를 다듬고 있다. 일반적인 갓은 보통 검붉은 보라색을 띄고 털이 많은데, 돌산갓은 털이 전혀 없고 색깔도 배추와 똑같은 녹색이다. 줄기와 잎이 다른 지역의 갓보다 훨씬 크면서도 매운 맛이 덜하고 연한 편이다. 고들빼기는 잎은 물론 뿌리까지도 먹는 나물로, 돌산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고들빼기는 맛이 쓰기 때문에 소금물에 우려냈다가 김치를 담아 먹는다.

두문포를 지나면 갯가길은 다시 해변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종종 바다가 보이기도 하지만 주로 나무로 뒤덮인 고요한 오솔길이다. 숲길을 벗어나자 방죽포다. 방죽포에서 바라보니 돌산도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그 끝에 돌산도 끝자락인 임포가 있다.

돌산도에 있는 해수욕장은 대부분 몽돌로 이뤄져 있는데, 방죽포해수욕장은 유일하게 백사장이다. 길이 190m, 폭 30m로 작은 해수욕장이지만 200년이 넘는 해송 방풍림이 울창할 뿐만 아니라 수심이 얕고 경사도가 낮아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조선시대 죽포리 지역에 간척지를 만들려고 방죽을 막고 방품림을 조성한 이후 방죽에 모래가 쌓여 해수욕장이 됐다고 한다. 방죽포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방죽포해변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헤어질 준비를 한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고요하다.

※여행쪽지

▶여수 갯가길 2코스는 몽돌해변, 해변숲길, 어촌마을, 갯바위길, 비렁길이 이어지는 매력있는 코스로, 5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코스 : 전남해양수산과학관(무슬목)→두른계→계동→큰끝등대→두문포→방죽포해수욕장(17.8㎞/5시간 소요)
▶돌산도에는 횟집 등 식당이 많다. 그중에서도 계동해변의 뼈꼬시를 빼놓을 수 없다. 자연산 생선을 뼈 채 썰어서 상추에 싸먹는 뼈꼬시는 초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계동횟집(061-644-0892), 수평선횟집(061-644-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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