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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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박준수의 청담직필

  • 입력날짜 : 2018. 12.03. 19:29
2018년 한 해의 끝자락이 뒤숭숭하다. 경제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과거의 악몽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우리 경제 현주소를 과거의 회상 속으로 끌어당긴 뉴스가 있었다.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 4일째인 지난 12월 1일(토) 오후 4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마침 필자도 그날 오후 광주시내 한 백화점 영화관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감상했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재조명



이 영화는 1997년 12월 말 닥쳐온 경제 대재앙의 숨가뿐 과정들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일주일간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프게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IMF 외환위기는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대폭발’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당시의 공포와 상처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 영화가 단숨에 100만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은 것은 지금 우리 삶이 그때와 많이 닮아간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는 외환보유고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허술한 금융시스템에 있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어음을 남발하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흥청망청 거품을 만들어낸 결과였다.

결국 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면서 금융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은행과 종금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다.

IMF 관리체제를 계기로 우리의 허약했던 경제 체질은 단단하고 건강하게 탈바꿈했다. 그 결과로 국가신용등급이 회복되고 세계 경제규모 15위권, 1인당 GNP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다시금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경제가 짙은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력산업의 고전과 새로운 성장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의 부진이 가시화되고 고용쇼크도 진행 중이다.



다시 시험대에 올라선 한국경제



여기에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국내 경제가 하강국면임에도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 빚과 자금의 부동산 쏠림에 따른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번 금리인상으로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규모가 연간 2조5천억원에 달해 가계 경제 압박이 클 것이란 점이다.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원을 기록했다. 가계 빚 증가율(6.7%)은 월평균 소득증가율(4.6%)을 앞지르고 있다. 이자율 인상으로 가계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마저 침체가 가속화되면 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지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경제전반이 회복 탄력성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벌써 시장에선 IMF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 불길한 조짐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영화나 연극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카타르시스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위험한 상황을 간접 체험케 해 극이 끝났을 때 안도감을 주는 감정적 쾌감이라고 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12월 말 외환위기 사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거기에 나오는 이야기는 허구라는 점을 자막으로 적시하고 있다. 21년 전과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거시경제지표가 다소 안좋긴 하지만 펀더멘탈은 안정적이다. 다만 미·중무역전쟁이 변수이고 고용절벽과 자영업자 문제, 그리고 가계부채가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이는 정부가 구조개혁과 재정정책 등 선제대응을 통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부의 올바른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 올바른 판단은 시장흐름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기초로 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판단의 결과가 올바르게 나타난다. 정부의 대응능력에 따라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시사점이 ‘카타르시스’(정화)가 될 수도 ‘카타스트로프’(재앙)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본사 주필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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