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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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수 주필의 중국 엿보기]‘무릉도원’ 장가계 이야기
웅장한 협곡 사이 구름 휘감긴 봉우리들 ‘한 폭의 산수화’
천하제일교·황룡동굴·보봉호 등 태고의 신비함 그대로
잦은 기상변화…비·안개 잦아 비경과 숨바꼭질 아쉬움

  • 입력날짜 : 2019. 02.07. 18:23
필자는 지난 1월말 4박6일간 중국 호남성 장가계를 다녀왔다. 장가계는 석회석이 풍화작용에 의해 빚어낸 수직 봉우리들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 아름다워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여행은 낯선 것들과의 만남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 싣는다.<편집자 주>
장가계 천문산사 천왕전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천문산은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바위가 있어 마치 하늘로 향하는 문을 연상케 한다.

중국 호남성 서북부에 위치한 장가계(張家界)는 한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융기해 육지가 된 후 잦은 비에 의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수직 봉우리들이 만들어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이 장관을 보기 위해 한국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이곳을 찾고 있다.

필자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호남성의 성도인 장사에 도착해 버스로 4시간30분을 이동해 장가계에 여장을 풀었다. 전세기를 이용하면 장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장가계로 들어올 수도 있다.

장가계란 지명은 한나라 때 장량(張良)이 이곳으로 도망 와 살았다 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장가계는 계림, 곤명 등에 비해 개발이 늦어져 뒤늦게 각광을 받고 있지만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독특한 경치를 자랑한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는 흑룡강성 하얼빈 출신 조선족 3세로 대학졸업 후 중국 삼성공장에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이곳에서 5년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황룡동굴에는 갖가지 모양의 석순이 자라고 있다.

장가계는 연중 한국관광객이 물밀 듯 오기 때문에 가이드뿐 아니라 쇼핑센터 직원들도 대부분 조선족이며, 가게 상인들 역시 한국어 한 두마디 쯤은 구사한다. 물건을 살 때도 한국 돈이 자유롭게 통용될 정도로 한국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장가계 관광지구인 무릉원은 국가삼림공원, 삭계욕 풍경구, 천자산 풍경구 등 세 개의 권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은 서로 인접해 있고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전체를 둘러보려면 최소 4-5일은 소요될 정도로 넓고 크다.

첫날 코스는 장가계의 혼 또는 신산(神山)으로 불리는 천문산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천300m 정상을 오르면서 아래를 굽어보니 협곡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산정에 도착해서 절벽을 깎아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일부 구간에 유리다리를 만들어 놓아 스릴을 자아낸다.

이튿날은 무릉원 풍경구 중 개발이 가장 늦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천자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여기에는 중국 10대 장군으로 추앙받는 하룡장군을 기리는 하룡공원, 선녀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선녀산화, 황제가 던져놓은 붓과 같은 형세를 지닌 어필봉이 볼거리였다.

이어 원가계 풍경구로 이동해 두 봉우리가 자연스레 다리처럼 이어진 천하제일교, 혼을 잃을 만큼 비경을 자랑하는 미혼대를 관람했다.

셋째날은 석회석이 녹아내려 형성된 황룡동굴을 탐방했다. 한 농부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이 동굴은 수직높이가 120m에 달해 지하도시를 연상케 한다. 동굴안에는 갖가지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동굴 안에는 고인 물이 호수를 이루어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색다른 체험이 인상적이었다.

동굴을 나와 좁은 협곡 사이로 귀암괴석과 소나무 군락으로 이뤄진 수직 봉우리들이 늘어선 십리화랑과 유리알처럼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금편계곡, 그리고 장가계 출신의 유명한 화가 이군성의 사석화박물관을 둘러봤다.
계곡에는 원숭이들이 무리지어 야생으로 지내면서 관광객들의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낚아채가기도 한다.

이 가운데 십리화랑 산책로 주변에는 원숭이들이 무리지어 야생으로 지내면서 관광객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간식에 입맛이 길들여진 원숭이들은 종종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낚아채가기도 한다.

마지막 날은 무릉원의 수경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호수 보봉호를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였다. 좁은 협곡을 막아 만든 반인공 반자연 호수로 길이가 2.5㎞, 수심 100m로 가운데 녹색의 섬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또한 배가 지나가면 호수 가장자리에 떠 있는 배안에서 젊은 남녀가 나와 전통 토가족 노래를 불러준다.

중국에는 ‘장가계를 보지 않고 중국을 봤다고 말하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장엄한 산수비경을 바라보면서 조물주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여정이었다.

한편, 장가계 여행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본다.

우선 기상변화가 심해 비와 안개가 잦아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쇼핑센터 방문시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격표시는 있으나 흥정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비행기 이륙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 중국 역사적 건축물 보존 열풍

상해, 역사유산 불법 변경 훼손시 엄격한 벌칙
귀주성 연산마을 수년째 자원봉사자 모집 전통 고가옥 보수
좁은 협곡을 막아 만든 보봉호수는 길이가 2.5㎞, 수심 100m로 가운데 녹색의 섬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이번 여행에서 현지 언론매체를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에서 역사적 건축물 보존에 대한 각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목포근대역사거리 투기 논란과 관련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인식과 보존 및 활용이 이슈가 된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시켜 볼 때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은 땅이 넓고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어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게다가 빈번한 전쟁과 정권교체 과정에서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더해져 풍부한 역사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옛 건축물들은 근대 이후 오랜 기간 방치돼 훼손되거나 사라져가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옛 건축물들의 역사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각 지역별로 이에 대한 보존과 복원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노력은 제도강화, 복원활동, 아카이빙(archiving)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지고 있다.

지난 1월26일 상해에선 연례 최고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시작됐다. 양회에 상정된 안건 중 눈길을 끈 것은 ‘역사적 건축물 보호’ 조치다. 상해는 북경에 이은 제2의 도시이자 아편전쟁 직후 열강에 의해 개방돼 역사적 건축물이 수두룩하다. 개혁개방을 계기로 글로벌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전통 건물들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도(古都)의 면모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민들이 옛 건축물을 보존하기를 원하는 것과 달리 변경과 훼손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해 정부는 지난해 역사적 건축물의 보호실태를 조사해 이번 양회에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보호조치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역사적 건축물을 불법 변경, 훼손,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벌칙을 적용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중국 남서부 귀주성에 있는 작은 마을 연산(Yunshan)에서는 수년째 전통 고가옥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연산마을은 명나라(1368-1644) 시기에 군사요새 역할을 하였다. 마을 안 주택들은 대부분 4각형 구조로 돼 있는데, 이는 양자강 남부 지역의 4각형 마당구조와 유사하다. 이곳은 집과 골목, 담장이 돌로 이뤄져 마치 성을 연상시킨다. 군사적 필요와 목적 때문에 마을 안의 거리와 집들은 빽빽이 배치돼 마을사람들이 언제든 쉽게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돌과 나무로 이뤄진 마당 구조물은 오랜 세월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거나 뜯겨나가 원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이에 지난 2014년 귀주성 건축가 유지안(Yue Jian)은 툰푸작업캠프(the Tunpu Work Camp)를 설립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연산마을 전통고가옥 보수작업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목수, 예술가, 디자이너, 그리고 심지어 평범한 화이트칼라 노동자까지 다양했다.

캠프의 역할은 고건물을 수선하고, 고건축 재료를 복원하고, 연산마을의 전통적 특징과 현대적 건축기능을 결합해서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지난 4년 동안에 툰푸 캠프는 오랜 기간 방치돼 훼손된 진지아 마당(Jinjia Courtyard)을 비롯한 여러 곳의 보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건물을 보수해 문화활동 공간과 지역주민들이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2층 공간을 복원해 전시장과 회의실로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과 마을주민들 노력 덕택에 진지아 마당은 이제 원래의 모습을 갖추게 돼 마을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저장성 하이닝시 문화재보호국에 근무하는 슈 차오(Xu Chao)씨는 세계 각국 도서관으로부터 하이닝시와 양자강 삼각주 작은 도시들의 옛날 사진을 수집해오고 있다. 옛날 사진은 과거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사진속의 도시풍경을 현재의 풍경과 비교해 옛날 건물이나 다리 등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낼 수 있다.

슈 차오씨는 미국 오레곤대학 도서관으로부터 수집한 사진을 통해 당나라 시대 탑이 위치한 곳의 과거와 현재모습을 대조해 사진이 찍힌 당시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중국의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노력을 보면 목포근대역사거리를 어떻게 가꿔갈 것인가 하는 해답이 명쾌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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