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놀로 브론치노 作 ‘톨레도의 엘레노라와 아들 조반니의 초상’ <위키피디아 검색>

‘돈’, 살아가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잘 쓰면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해내기도 하지만 욕심을 부리거나 나쁜 쪽으로 사용하게 되면 삶을 망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다.

종이조각에 불과한 돈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목을 매는 것일까? 아니 다시 고쳐 말하면 왜 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온 세상에서 이제 너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너의 노예가 되기를 원하지…. 사람보다도 위에 있고 종교보다도 강하다. 겉으로는 다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약한 자는 밟아 버린다. 강한자에겐 편하다 경배하라. 그 이름은 돈…돈…돈…’
(신해철-Money 가사중에서)

유행가 가사에서도 읽혀지듯 돈 밝히면 속물이라는 말을 듣는 게 일반적이지만 돈 때문에 울고, 웃고,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건강도 불사하고 허덕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살이 속 현실적인 돈의 위치인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반영시킨 물질, 돈-

명화 속 인물 초상화에는 인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 시대와 상황들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핸드폰 카메라나 사진기 등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기에 자신의 모습을 손쉽게 남기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이 시기에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위치라면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어쩌면 생애 몇 번 없을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 일에 공을 들였을 것이고,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혹은 최상의 모습이 담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가 앞에 섰을 것이다.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메디치가의 궁정화가 브론치노의 작품 ‘톨레도의 엘레노라와 아들 조반니의 초상’에 등장하는 귀족 여인과 아들의 모습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고급스러운 옷의 표현에 포커스를 맞춰 그림을 그려내려 노력했기에 더욱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벨벳 소재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화려한 의상의 문양들은 눈을 사로잡는다.

엘레노라는 최초의 메디치 대공 코시모 1세의 아내이다. 그녀가 입은 옷에서 특히나 석류 모티브의 자수가 가장 눈에 띄는데, 알갱이가 많이 들어있는 석류는 다산을 상징하며 어머니로서의 품성을 뜻하기도 한다.

그녀 옆의 아이는 부부의 둘째 아들로 일찍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18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한 조반니이다.

예나 지금이나 돈, 비싼 차, 멋진 집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욕망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욕망을 가장 잘 보여주는 화가로는 대중문화와 현대인들의 소비문화를 소재화해 작품을 제작하고 상업적인 성공을 이룬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있다.

앤디 워홀 作 ‘shot 마릴린 시리즈’와 마릴린 먼로 실제사진 <위키피디아 검색>

‘Pop-Art’ 즉 Popular Art는 대중 예술을 뜻하며 대중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을 말한다. 심지어 그의 스튜디오 이름은 더 팩토리(The Factory)였다는 사실과 작품을 실크 스크린으로 찍어내 마치 상품을 찍어내듯 작품을 만들어내던 모습은 가히 공장이라 불릴 만 했다.

일명 팝아트(Pop Art)라는 미술사조를 대표하는 그가 살았던 시기는 한창 대량생산과 소비가 붐을 이루던 때였다.

워홀의 작품은 피카소나 고흐의 작품 못지않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캠벨 수프 캔이라던지 코카콜라 병, 유명 배우 마릴린먼로의 초상을 그림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이전의 것들과는 달랐다.

일상에서 손쉽게 마주할 수 있는 상품들을 그림 주제로 잡아 그려냈지만, 그가 선택함으로써 공산품은 작품이 되었고, 미술은 고루하고 고상한 것을 벗어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 또한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문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는 미술이 단순히 엘리트 문화의 전유물이 아님을 강조했고 소재를 단순히 그려내는 것을 넘어 시대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한낱 허상에 불과한 것, 행복을 위한 지혜의 빛을 찾으려는 현명함을 길러야…-

반면 세상 속 자본의 영향력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서기문 작가의 작품 ‘물신숭배’를 보면 이런 현실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다.

서기문 作 ‘물신숭배’

작품에는 신령한 기운이 깃든 나무들에 제사를 지내고 공을 들이던 예전 민속신앙에서나 볼 법한 금줄을 두른 거대한 돈 탑이 신령스러움을 가장한 채 작품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서 있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대중적인 상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팝아트라면 서기문 작가의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에 빗대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면이 강하다.

이런 경향의 그림을 일반적으로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데, 그 덕분에 작가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전달되고 있음이다.

나무를 대신하는 돈은 그 자체로 오늘날 그 어느 신보다도 강한 것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이런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를 보여주는 매개체로는 땅을 거슬러 하늘 높게 솟아오른 도시의 빌딩 숲들과 자연을 역행해 밤을 밝히고 있는 도시의 불빛들이다.

그림 속 불타오르는 도시는 그 속에 이글거리는 사람들의 욕망으로 가득 차 까만 밤은 오간 데가 없는 모양새다.

‘욕망(慾望)하다’는 무엇인가를 강렬히 원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욕망하는 데는 언제나 대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일 뿐인 돈을 쫓는 것처럼 살아있는 동안 내내 우리는 늘 무언가를 욕망한다.

생명력의 원천이 되는 욕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문명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부분은 그 부족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욕망이 어느 순간엔 멈출 줄 모르는 것으로 변함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잔인하고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깨달은 자들은 이 같은 윤회의 사슬로부터 벗어났기에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롭다고도 한다.

지혜의 빛은 끈질긴 집착의 끈을 미련 없이 놓아버리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지 않던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욕망의 탐욕으로 빠지지 않게 할 지혜를 갖춰 생명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리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현남·전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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