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8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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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독립 꿈꾸다](3)광주 독립서점 대표들에게 듣는다
특색 갖춰 자생력 키우고 장기적 안목의 상생 방안 찾아야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도서 소비자 인식 전환 급선무
‘다양성’·‘독립성’ 기반…새로운 문화트렌드 공감대 형성

  • 입력날짜 : 2019. 05.14. 19:10
광주지역 독립서점인 파종모종의 대표 양지애씨 주도로 2017년 7월 광주 동구 동명동 사에오름 야외 옥상 공간에서 열린 ‘오늘산책’ 행사 현장. ‘모두 오름 그저 다름’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광주·전남·북지역에서 운영 중인 13개의 독립서점 운영자들이 참여해 책 판매, 강연, 공연 등을 진행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국적으로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창업 붐이 불면서 최근 광주에도 독립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동구 동명동, 남구 양림동을 중심으로 독립서점이 생겨났다면, 지금은 광산구와 서구, 북구 등 5개 구 곳곳 독립서점이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점점 종이책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국민 절반이 책값으로 1년에 5천원도 안 쓴다’는 통계 자료가 도출될 만큼 열악한 실정이어서 독립서점 운영자들의 고민도 날로 깊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달 1일 오후 광주지역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3명의 대표가 모여 ‘광주 독립서점이 지속발전·운영 가능한 방안 모색’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 내용을 간추려 정리한다.

대담 참여자-김대선(라이트라이프), 신헌창(책과생활), 양지애(파종모종) 대표

진행=정겨울 광주매일신문 문화부 기자

▲각자 운영하고 있는 서점은 어떤 콘셉트의 책을 다루는가. 각 서점의 특징을 설명해 달라.

-신: 동명동에서 서점 ‘책과생활’을 운영 중이다. 인문예술 서점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독립출판물과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자연과학 등 장르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동시대의 이슈나 여성문제를 다루는 책도 취급하며, 사회적 담론들을 최대한 서점의 큐레이션에 반영하려고 한다. 비정기적으로 북토크 프로그램이나 독서·스터디 그룹을 운영 중이다.

-양: 중흥동에서 서점 ‘파종모종’을 운영하고 있다. 동명동에서 독립출판물만을 다루는 서점으로 시작했으며, 중흥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광주’와 ‘식물’을 대주제로 독립출판물과 단행본을 함께 다루고 있다. 책방 상호와 같은 ‘파종모종’이란 이름으로 출판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싶은 초보자들에게 클래스를 열고 있다.

-김: 양림동에서 서점 ‘라이트라이프’를 운영 중이다. 광주의 첫 독립서점으로 볼 수 있는 양림동 ‘오월의방’이 있던 곳에서 시작해, 전남대병원 인근 서석동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는 양림동 골목길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예술·디자인 분야의 책들만 선별해서 소개하다가 현재는 각종 독립출판물과 단행본 등이 혼재돼 있는 상태다.

▲처음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신: 서울에서 출판, 디자인, 인쇄 분야의 회사를 다녔었다.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 분이 출판 편집자라서 함께 ‘출판 스튜디오’를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회사를 관두고 광주로 왔다. 광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출판 스튜디오와 서점을 겸해 ‘나만의 작업실’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점을 열게 됐다.

-양: 출판 편집 디자인 분야의 회사에 다니다가 2015년 초 퇴사 후 책을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년 정도 쉬면서 여러 책방에 다니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독립출판사를 운영하기 위한 공간을 얻게 돼서 서점도 함께 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광주엔 ‘오월의방’ 말고는 독립서점의 형태가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김: ‘오월의방’을 운영하던 친구가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 서점 운영을 못 하게 됐는데, 그 공간이 퍽 탐이 났다. 당시엔 광주·전남에 독립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한번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 공간에 ‘라이트라이프’라는 이름의 출판업과 책 판매를 함께 하는 서점을 열었다. 책이 잘 안 팔린다고 하더라도 사무실 겸 작업물을 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김: 가장 큰 문제는 매출이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4년째 운영을 하고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도서 소비문화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광주 사람들은 특히 책을 안 읽는다.

-양: 책을 많이 안 읽는 문화도 문제지만, 책방 운영자를 ‘개인사업자’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 또한 문제인 것 같다. 심지어 창업 초기에는 우리 책방에 놓인 책을 “가져가도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말 당황했다. 또한 대형서점의 운영 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독립서점에서도 현금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을 원하곤 한다. 그래도 요즘엔 독립서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서, 이런 요구를 하는 손님들도 많이 줄어든 편이다.

-신: 책은 ‘의식주’처럼 당장의 삶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요즘 사람들에게 팽배해 있는 듯 하다. 대형 출판사가 만든 단행본도 점점 안 팔리는데, 독립출판물의 판매를 기대하는 것이 어찌 보면 운영자인 우리들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양질의 콘텐츠가 담긴 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다. 독립서점 운영자라면 모두 갖고 있는 고민거리라고 생각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요즘 지역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해부터 동네책방에서 ‘심야책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이전보다는 확실히 독립서점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이것을 하나의 ‘유행’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 단발적인 행사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서점 운영에 장기적·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기란 어렵다.

-양: 실제로 지원사업 운영방식이나 접근에 대해선 고민이나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유행처럼 번지는 것에 대한 일회성 지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독립서점의 자발적인 상생 노력으로 ‘오늘산책’이 꼽힌다. 올해 이 행사가 열리면 벌써 4회를 맞이한다.

-양: 동구 산수동 카페 ‘어라운더이어’의 윤재경 대표가 2016년 카페 마당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책을 팔아 보자고 권유했고 장소 협조를 했다. 우리 서점만 참여하기 보다는 타 책방과 함께 진행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라이트라이프’, ‘공백’(봉선동), ‘연지책방’(용봉동)과 전주의 ‘에이커북스토어’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참여해줬다. 이것이 ‘오늘산책’ 행사다. 처음 행사를 마치고 너무 반응이 좋아서 매년 열고 있다. 광주극장 영화의 집과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스케일이 커져서 이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될 지경이다. 광주, 전주를 비롯해 순천, 완도의 서점까지 참여하게 되고 강연, 공연, 전시도 함께 열린다.

-김: 2016년부터 몇몇 서점이 모여 ‘오늘산책’을 같이 시작했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서점이라고 해서 광주지역 독립서점의 대표성을 띤다고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개인적인 모임 형식으로 시작한 행사가 점점 덩치가 불어났을 뿐이다.

-신: ‘오늘산책’ 행사를 마치고 나면 독립서점 운영자들끼리 만나는 자리도 되고,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독립서점과 독립출판물에 대해 알리는 기회가 된다. 서점 운영 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소소한 문화를 발생시켜 나가는 씨앗이 되는 자리인 것 같다.

▲앞으로 광주지역 독립서점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양: 당장에 문제를 해결할 묘안은 없다. 그러나 작게는 각 서점들의 운영난 타개책 고민부터 크게는 다양한 공간의 성격이 모여 광주지역 내 독립서점 관련 여러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는 것까지 다양한 루트에서 함께 지속발전 방안을 고민하고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 독립출판 클래스나 북토크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내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서점들이 저마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각 서점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는 것 또한 서점 운영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작은 노력들이 뿌리내려서 광주지역의 독립서점 문화가 형성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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