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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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도시재생으로 지역활로 찾는다] (5)근대문화 롤모델 ‘군산’
일제 수탈의 아픔 딛고 역사·문화 교육장소 ‘탈바꿈’
근대 건축물 보존 등 민·관 협력 도시재생 사업 성과
문화관광 콘텐츠 활성화…청년과 상생공간 마련도

  • 입력날짜 : 2019. 08.08. 18:23
군산세관
국내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군산항을 개방한 조선은 광무 3년(1899) 인천세관 관활로 군산세관을 설치했다. 독일인이 설계한 이 건물은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을 수입해 건축했는데, 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같은 양식이다. 이 건물은 건축사적 의미 외에 호남에서 쌀 등을 수탈해 갔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서 역사의 교훈을 주는 곳이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 일제 강점기 때의 노후된 일본식 주거건물과 적산가옥들이 즐비했던 근대 문화도시 군산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그 일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함과 동시에 주변을 재개발했다. 최근 유행(?)하는 다크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에 발맞춰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를 딛고 반성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근대문화 유산으로 거듭났다.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세워지는 신도시들은 지금도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실정. 하지만, 신도시 이전에 모든 상권의 중심이었던 구도시는 인구 감소와 더불어 시대적 건축물의 노후화와 전통시장 등 경제의 연쇄적인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근대 문화의 롤모델 ‘군산의 내면’

조선시대 군산은 전국 최고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곡물이 모이는 군산창과 이창고를 지키기 위한 수군기지인 군산진이 있었다. 1899년 개항 이래 곡물들을 일본으로 운송하는 반출항으로 이용됐으며 일제강점기 수탈의 근거지가 됐다.

실제로 수탈의 흔적으로 약 1만여명의 일본인들이 군산에 거주하면서 남긴 흔적인 근대 건축물을 비롯한 문화유산들이 여전히 군산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일본들인 들이 살던 집들은 적산가옥이라고 부른다. 적의 재산이라는 뜻이다.

오늘 날 군산은 내항 기능이 이전되면서 시 원도심의 인구가 70%나 감소하게 됐다. 원도심에 살던 사람 10명중 7명이 떠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군산시는 정부 사업인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을 공모, 2009년부터 성공적인 추진을 발판 삼아 국내 근대문화 역사의 롤모델로 자리하고 있다.

지역적 특색을 살리면서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들이 노후돼 멸실되지 않도록 원본 그대로를 유지하며 숨을 불어 넣었으며, 관광객들에게 항일운동과 민족정신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현장을 제공, 한국의 아픈 역사를 다시금 알아가는 배움처로 잘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군산 근대 건축관
군산 근대 건축관은 과거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해 1922년 신축한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다. 일본 상인들이 군산의 상권을 장악하도록 특혜를 제공하고 침탈을 주도한 대표적인 은행이다. 건축관 밖에도 건물의 벽체, 기둥, 천정의 일부를 그대로 보존해 ‘흔적의 재생 복원’이라는 평가가 잦다.

2009년부터 2013년에 추진된 국가 근대문화도시 조성 사업 1단계을 통해 근대역사박물관 설립, 근대문화재 정비, 근대문화 벨트화지역 조성 등 근대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으며, 추진된 1단계 사업의 성과가 호조로 보이자 2014년도에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2014년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은 올해까지 순항중이다.

1단계 사업이 근대 문화도시를 조성하고 원도심을 재정비하는 사업이었다면, 2단계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관람객들이 근대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사업들로 주로 이뤄져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도시 도시재생 사업인 셈이다.

이를 높게 평가 받아 지난 2013년 대한민국 경관대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아시아도시 경관상’, 2015년에는 지역문화브랜드사업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성공의 발판’

무엇보다 군산의 도시재생이 성공으로 손꼽혔던 요인으로는 주민들이 직접 손발을 걷고 나섰던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하나의 도시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은 행정의 계획 뿐만이 아니라걸 알려주는 주요한 사례가 됐다.

실제 군산은 지역내 거주하는 주민들과 함께 기반 사업체의 커뮤니티를 구성해 도시재생 사업의 전반적인 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민관협업을 거쳐 예산을 확보하며 추진해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이었다.

주도형 사업으로 가장 각광을 받는 ‘도란도란 우체통 거리’는 총 47인의 회원으로 이뤄진 자발적 주민 공동체다. 2016년 도시재생 주민공모 사업에 당당히 선정돼 지역을 대표하고 오랜 역사의 정통성을 이어갈 110년 군산 세월을 간직한 군산 우체국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주민들이 직접 구상한 거리에 특색있는 우체통을 전시해 전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우체통 거리를 만들게 된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손 편지를 전하지 않는 탓에 잘 이용되지 않는 우체통 40여 개를 모아 개성 넘치는 그림들을 그려 거리 곳곳에 설치됐다.
벽화로 되살린 당시 생활상
일제의 수탈에 가슴 아픈 도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눈물이 젖은 도로와 골목들이 벽화로 승화됐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로, 또는 평화를 기원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 숨쉬고 있음이 느껴진다.

기발하고 귀여운 우체통들이 한데 모여 거리를 이룬 군산 도우리는 관내 골칫덩어리로 여겨졌던 10년 동안 민원도 깔끔히 해결했다.

출입이 불편했던 우체통거리 진입로에서의 좌회전이 허가됐으며, 수십년 간 방치된 폐가를 정리, 시 행정과의 경관 협정을 통해 쾌적한 도시 재생환경을 마련해 최근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고 간직하려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극복

군산도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에 드리우게 됐다. 군산의 월명동, 영화동, 중앙로 일대는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한 뒤 한차례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2014년 전후로 가시화 된 사업이 주변 지가를 상승시킨 것이다. 도시재생 전에는 3.3㎡당 100-150만원 정도에 거래됐던 집들이 한때 600만원에서 1천만원 가까이 올라 원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동네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민관이 협업해 상인과 원주민들의 갈등을 조율하고 골의 깊이를 해소 시킨 노력으로 현재는 70% 이상의 원주민들이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유동인구의 증가로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말 빈 상가 전수조사 결과, 190여개의 공실이 현재는 거의 메워진 상태이다.
근대역사박물관 인근 벽화.

또 한번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를 맞은 군산시는 지난 7월 부처협업사업을 포함해 1천억원 넘게 투입하는 중앙동 뉴딜사업까지 막힘 없이 진행중이다. 침체된 구시가지인 째보선창 일원과 한화부지, 폐철도, 신영시장 일원에 대해 기존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도심 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수협창고와 한국선급 등 빈 건물을 도시재생 거점시설로 리모델링해 창업 공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들이 모일 수 있는 전망대 등 편의시설도 확충해 관광권역을 확대하고, 도시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주요 협업사업으로는 내항 항만역사관 건립을 비롯해 청년센터와 예술콘텐츠스테이션 구축, 한화부지 국립과학관 건립, 도시공원 조성, 철길생태 보행로 조성, LH행복주택 건설 등이다.

추가적으로 청년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수제맥주 시음판매장과 청주 맥주를 특화한 선술집 10개소가 들어서고, 농수산물 특산물 판매장도 마련된다.

또한 예술문화 창작기업 10개소가 예술콘텐츠스테이션에 들어서며, 3층에는 소공연이 가능한 만남의 광장과 공동작업 공간 등 관광편의시설을 조성해 청년과 함께 성장하는 군산시를 조망해 낼 계획이어서 근대화의 군산과 트렌드의 청년 콜라보가 앞으로의 군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군산=문철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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