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0일(수요일)
홈 >> 특집 > 장희구박사 번안시조

다만 우리 백발이 무성해짐이 두려울 뿐이라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38)

  • 입력날짜 : 2019. 09.24. 18:05
贈白大裕[2](증백대유)
하서 김인후

봄볕이 초가집에 비추고 있었는데
술에 취한 취객은 다투어 붉어지니
너와 나 백발만 성성 두려울 뿐이로다.
春光留草屋 醉面欲爭紅
춘광유초옥 취면욕쟁홍
見子忘沈疾 其如雪 蓬
견자망심질 기여설빈봉

기봉은 28세 때인 1549년에 진사·생원을 뽑던 사마양시(司馬兩試)에 급제하고, 3년 후인 1552년 11월 문과에 올라 홍문관 정자(正字)에 임명됐다. 그 해에 왕명으로 성균관에서 영호남의 문신들이 모여 재주를 겨루게 됐는데, 이때 기봉은 부(賦)로 쓴 ‘동지’를 지어 장원으로 뽑혀 임금으로부터 ‘선시 10권’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따스한 봄볕은 초가집에 비추고 있고, 술에 취한 얼굴이 다투어 붉어지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다만 우리 백발이 무성해짐이 두려울 뿐이라네’(贈白大裕2)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고시 둘째 구다. 작가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일찍이 퇴계와 함께 성균관에 들어가 학문을 닦은 당대의 대표적 성리학자로 평가 받고 있는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따스한 봄볕은 초가집에 비추고 있고 / 술에 취한 얼굴이 다투어 붉어지고 있구나 // 나와 그대 모두 깊은 시름을 잊는 듯 하옵지만 / 다만 우리 백발이 무성해짐에 두려울 뿐이라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대유 기봉 백광홍에게 주다(2)]로 번역된다. 백대유는 최초의 기행가사를 썼으니 관서별곡의 작가 기봉 백광홍이다. 하서는 기봉보다 12살이나 많았지만 교의가 두터운 사이였음을 알게 한다.

시인은 따스한 봄볕을 대하면서 술에 취한 상대와 자기에 대한 시심 한 줌을 묻어낸다. 따스한 봄볕은 초가집에 비추는데 술에 취한 두 사람 얼굴이 다투어 붉어진다는 시상이다. 처음 만나서는 어색한 기운을 느끼게 됐지만, 대화가 무르익어 가면서 흥취의 멋은 하늘을 찌를 듯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화자는 모든 시름을 잊고 백발이 무성해 짐을 두려워하다는 청유형으로 목을 축인다. 나와 그대 모두 깊은 시름을 잊고, 다만 이제는 백발이 무성해짐이 두려워했으면 좋겠다는 자기 의지를 밝힌다. 물론 상호의 다짐은 아니며 시인이 화자의 입을 빌어 권유하는 시상일 뿐이다. 이어진 후구에서는 [난초를 캐고 싶은 마음이 은근하게 생겨서 / 돌아가서 받들어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자 하지만 // 여뀌가 무성하니 손을 쓸 방도가 차마 없구나 / (사소한 일도) 늘 꾀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처럼 어렵네]라고 했다.

※한자와 어구

春光: 봄 볕. 留草屋: 초가집에 머물다. 醉面: 술이 취한 얼굴. 欲爭紅: 붉음을 다투다. 곧 얼굴이 붉다. // 見子: 그대를 보다. 忘沈疾: 깊은 시름을 잊다. 오랜만에 보아 그대의 시름을 많이 잊었다. 其如雪 蓬: 살쩍(귀밑 털)이 눈과 같이 쑥처럼 희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