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수요일)
홈 >> 기획 > 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

[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 (10) 보성 도강마을
녹차 향기 그윽한 보성소리의 본고장
산비탈 능선 따라 가득한 녹차밭 4년 연속 ‘한국관광 100선’ 선정
5월 ‘한복입고 찻잎따기’ 퍼포먼스 외국인 관광객에 색다른 추억 선사

  • 입력날짜 : 2019. 09.30. 18:01
보성 도강마을은 녹차와 판소리의 본고장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한폭의 그림처럼 녹색 빛을 뽐내는 보성 녹차밭은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보성에서는 1600년 전부터 차 재배를 시작했다. 특히 도강마을은 수분 공급이 원활하고 배수도 잘돼 차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보성읍에서 남쪽으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녹차밭으로 유명한 대한다원이 나온다. 매년 다향제가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다시 남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언덕, 봇재를 넘으면 도강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4대 째 살아온 주민이 말하길, 도강마을은 가끔 호랑이도 출몰하는 첩첩산중이었다고 한다. 물론 본인도 어렸을 때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마주했다고.

옛날에는 도강마을 전부가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1960년 대 후반이 되면서 차 재배를 배워다가 산을 깎아서 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차를 재배한다. 산등성이마다 가득한 차밭은 보성 녹차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풍경이다.

◇1600년 전부터 차 재배 녹차의 고장

보성은 녹차의 고장이다. 그렇다면 보성은 차를 언제부터 재배했을까? 자료에 의하면 서기 369년(근초고왕)에 복홀군(보성)이 마한에서 백제로 통합되면서 차를 진상했다는 기록들이 보성군사 등에 전해진 것으로 보아 보성군의 차 재배는 이미 1600여 년 전 시작된 것으로 보여 진다.

보성은 옛날부터 차가 유명했나 보다. 백제고찰 대원사와 벌교의 징광사 터에 자생하는 차를 보더라도, 오래전부터 이곳 사찰에서 재배돼 왔음을 알 수 있고, 문헌상으로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 토공조를 비롯해 여러 곳에 등장한다. 가장 최근에 이어진 차 재배에 대한 기록은 1939년 일제강점기의 경성화학에 대한 것이다. 당시 야산 30㏊에 차 종자를 파종해 차를 재배했는데 일제강점기가 끝나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한다. 1957년에 들어서 대한다업이 경성화학의 야산을 인수, 다시 녹차 재배에 나선다. 이어 1962년에는 본격적으로 차 가공에 나섰고 재배면적도 50㏊로 확대했다.

◇좋은 차 재배 조건 모두 갖춘 땅
판소리 성지 전수관(사진 위). 정응민 선생 예적지

차 밭은 수분공급이 원활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보성의 다원들은 대부분 저수지 인근에 있으며 비탈진 산에 밭고랑처럼 줄지어 있다. 4월 말에서 5월이면 처음 올라온 찻잎을 따게 되는 이것을 최고로 치며 100% 수작업으로 수확한다.

도강마을은 영천저수지가 바로 앞에 있어 차밭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고 안개가 많이 끼는 기후 덕택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된다. 그리고 배수가 잘 되는 땅까지 합쳐지면서 차 재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역이다. 하지만 기후가 좋다고 무조건 유명하지만은 않을 터. 주민들은 보성 녹차 명성의 비결을 알려준다. 명품 차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다.

◇‘판소리성지’에서 만나는 보성소리의 진가

회천면 도강마을은 서편제의 태동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소리꾼으로 유명한 정응민 선생의 생가와 묘소가 있다. 송계 정응민 선생이 만든 독특한 창법이다. 마을에 정응민 선생의 예적지가 있다. 소리꾼들이 목청 높여 수련하며 소리를 깨친 득음정도 이 마을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득음정과 득음폭포가 녹음 속에 숨어 있다. 득음정은 명창들이 소리공부를 하던 곳으로 지금도 ‘산공부’라는 이름으로 많은 소리꾼들이 찾는 명소다.

보성 소리의 살아있는 전설, 박유전 명창은 동편제의 고장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1852년 이곳 보성 강산마을로 이주해 서편제를 창시했으며, 이후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조화시킨 강산제도 만들었다. 운이 좋은날은 이곳에서 공연과 연습하는 학동들을 볼 수 있다. 이 곳은 보성 소리의 역사와 정통성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조성됐고, 판소리 체험교실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강마을 아래쪽에는 ‘판소리성지’가 조성돼 있다. 판소리성지는 조선 후기 명창이자 서편제 창시자인 강산 박유전 명창을 비롯해 정재근·정응민·조상현 등 서편제 계보를 이은 명창들을 기리고 보성소리의 역사와 정통성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판소리성지는 정응민 선생 생가와 판소리전시관·야외마당, 판소리전수교육관·생활관·야외마당 등 세 블록으로 나눠져 있다. 판소리성지에서는 판소리 체험교실과 판소리교육이 진행된다.

판소리성지 앞 느티나무 아래 정자를 지날 때는 구성진 심청가 한 가락이 들려오는 것 같다.

◇5월의 인생샷은 바로 이곳!
다향제 녹차체험(사진 위). 보성 도강마을 전경.

5월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사진이 있다. 바로 그 해의 첫 찻잎을 따는 풍경이다. 희뿌연 안개 속에 푸른 차 밭이 펼쳐지고 붉은 바구니를 옆에 낀 아낙들이 차를 따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 동호회를 중심으로 차밭의 풍경을 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보성은 사진가들이 말하는 일명 ‘성지순례’ 코스에 들어있다.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봇재를 지나 18번 국도를 타고 영천리로 가면 된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는 넓게 펼쳐진 차밭과 영천 저수지까지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 5월 3일, 보성군은 아주 특별한 도전을 했다. 이름하야 한복입고 찻잎 따기. 이들은 기네스에 도전했다. 한국차문화공원 남측 차밭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한복을 입은 1천여 명의 관광객과 보성군민들이 1시간 정도 찻잎 따기 퍼포먼스를 하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해냈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도 함께 기록에 도전했다.

이들은 한국만의 전통적인 체험을 하고 싶었는데 한복도 입게 되고 녹차잎 따기도 직접 하게 돼서 좋은 추억을 남겼다며 좋아했다. 한복입고 찻잎따기는 작년 보성 계단식 차밭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 2020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기원하기 위해 이뤄졌다.

보성은 매년 녹차를 주제로 다향대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차만들기, 차마시기 등 다양한 차문화 프로그램과 차문화 체험·전시·경연, 차마켓, 공연 등 총 8개 분야 70여종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특히 녹차비누, 녹차캔들 등 다양한 녹차의 변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차문화축제인 보성다향대축제에선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다. 산비탈 능선을 따라 구부러진 차밭의 선율도, 흡사 판소리 가락의 높낮이처럼 휘감아 돈다. 사철 언제라도, 하루 어느 때라도 낭만적인 풍경을 지닌 마을이다./최지영 자유기고가·보성=임병언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김영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