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3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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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에 비와 떠도는 구름도 다만 잠깐이라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502)

  • 입력날짜 : 2020. 01.14. 18:36
靜夜思(정야사)
청묘거사 차천로

그리움 그리움이 없다면 길은 없고
저물녘에 떠도는 비구름은 잠깐인데
외로움 먼 줄 모르고 하늘 끝에 이르렀네.
相思無路莫相思 暮雨遙雲只暫時
상사무로막상사 모우요운지잠시
孤夢不知關邊遠 夜隨明月到天涯
고몽불지관변원 야수명월도천애

낮은 생활하기 위해서 있고, 밤은 잠을 자거나 온갖 생각을 하기 위해서 생겼을는지도 모른다. 고요한 밤에는 사색하기에 적당하다. 하루의 생활도 반성하고, 내일 하루도 설계한다. 오늘 썼던 글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일 쓸 시문도 차곡차곡 정리해 본다. 오늘 만났던 친지의 얼굴도 떠올리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줄을 잇는다. ‘외로운 꿈은 산해관이 멀리 온 줄을 모르고, 한밤 중 밝은 달 좇아 하늘 끝에 이르렀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저물녘에 비와 떠도는 구름도 다만 잠깐이라네’(靜夜思)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청묘거사(淸妙居士) 차천로(車天輅·1556-161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그리움은 그리워하지 않고는 길이 없고 / 저물녘에 비와 떠도는 구름도 다만 잠깐이네 // 외로운 꿈은 산해관이 멀리 온 줄을 모르고 / 한밤 중 밝은 달 좇아 하늘 끝에 이르렀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고요한 밤에는 생각이 깊어]로 번역된다. 이 시는 다음과 같은 4단계 구성도를 생각할 수 있겠다. [(1) 해결할 수 없는 먼 곳이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 (2) 먼 길 가는 나그네의 애수가 들어 있어 비와 구름으로 객수로 마음을 달랜다. / (3) 고향을 멀리 떠나온 신세다. / (4) 달을 통한 현재와 과거가 그리움의 상징이다]의 시적인 설계도는 시 특히 고전을 공부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겠다. 고요한 밤의 생각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시인도 야밤이 돼 아마 이런 여러 가지 생각에 뒤범벅이 됐을 것이다. 그리움은 그리워하지 않고는 다른 방도의 길이 없고 뉘엿뉘엿 저물녘에 비가 와 떠도는 구름도 다만 잠깐이라는 엉뚱한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갓 잡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생활이 싹트고 사업의 설계가 되기도 한다.


화자는 꿈같은 설계를 사상의 그물에 촘촘하게 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외로운 꿈은 중국의 산해관(山海關)이 먼 곳에 있는 줄을 모르고 한밤 중 밝은 달 좇아 하늘 끝에 이르렀다는 시상 주머니다.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 가닥의 꿈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그리움은 길이 없고 구름 다만 잠깐이라, 외로운 꿈 오락가락 하늘 끝에 이르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청묘거사(淸妙居士) 차천로(車天輅·1556-1615)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아버지 식, 아우 운로와 함께 삼부자 모두가 일세에 이름 높은 문사였고, 세인들로부터 ‘삼소’라 불렸다 한다. 1577년(선조 10) 급제해 개성교수를 지냈다. 1586년 과거 부정 사건에 관계돼 명천에 유배되기도 했다.

*한자와 어구

相思: 그리움. 無路: 길이 없다. 莫相思: 그리워하지 않다. 暮雨: 저물녘의 비. 遙雲: 구름을 만나다. 只暫時: 다만 잠깐이라네. // 孤夢: 외로운 꿈. 不知: 알지 못하다. 關邊: 중국 산해관(山海關) 주변. 遠: 멀다. 夜隨: 한 밤중. 明月: 밝은 달. 到天涯: 하늘가에 이르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장 강(張江)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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