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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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은 쓸쓸한데 집안 북창에 가만히 누웠더니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67)

  • 입력날짜 : 2020. 05.05. 17:09
歸來圖[2](귀래도)
완역재 강석덕

돌아오니 세 길은 모두 다 거칠었고
거문고와 술이 있어 웃으며 즐기는데
집안에 희화상인에 흥겨움만 도도하네.
歸來三徑任蕪沒 恰有琴樽供笑傲
귀래삼경임무몰 흡유금준공소오
環堵蕭然臥北窓 羲皇上人興陶陶
환도소연와북창 희황상인흥도도

도연명은 중국 진나라 때 사람으로 41세인 405년경에 ‘내 어찌 쌀 다섯 말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있으랴!’(吾不能爲五斗米折腰!)라는 구호와 같은 글을 남기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현령 자리에 부임한 지 두 달 남짓 되던 때의 일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을 벗 삼으며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읊었으니 ‘귀거래사’다. 시인은 ‘다시 돌아오니 세 길은 모두 다 거칠어졌는데, 마침 거문고와 술이 있어 웃고 즐기고 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봤다.


‘담장은 쓸쓸한데 집안 북창에 가만히 누웠더니’(歸來圖2)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1395-1459)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문절공 이행의 문하에서 수업을 받았고 태종 초에 음사로 잠시 계성전직이 됐던 인물이다. 이후 공조좌랑으로 재직 중이던 1416년(태종 16)에 천추사가 중국에 가져간 은이 가짜인 문제로 파직되기도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다시 돌아오니 세 길은 모두 거칠어졌는데 / 마침내 거문고와 술이 있어 웃고 즐겼다네 // 담장은 쓸쓸한데 집안 북창에 가만히 누웠더니 / 희황상인 듯이 흥만은 도도하더이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연명 귀래도를 읽고서(2)]로 번역된다. 끝구에 보인 ‘희황상인흥도도’(羲皇上人興陶陶)라는 구절은 귀래도 본 시상에서 희황상인(羲皇上人)을 도연명이 5월 더울 때에 북창에 누워서 맑은 바람이 불어 들면 스스로 태고의 희황시대(羲皇時代) 이상의 걱정은 없고 편안한 사람이라 했다는 데서 기인한다. 역사적인 고사를 잘 인용하는 기발함을 보인다.


시인은 ‘비고 얻은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다시 반긴다’고 했다. 돌아오니 세 길은 다 거칠어졌는데도 마침 거문고와 술 있어 출출한 김에 웃고 즐긴다 했다. 술과 거문고는 흥을 돋우는 데 절대적이었다.


화자는 집에 돌아와 각가지 생각에 잠긴다. 담장은 쓸쓸하기만 한데 집안 북창에 누웠더니 희황상인 듯 흥이 도도하더라고 했다. 사람은 걱정 없고 편안함에서 사색도 할 수 있다는 실례리라. 시인은 끝구에서 [눈앞을 문득 바라보니 옮겨지는 저 산하는 / 진의 갑자를 쓰는 마음이 괴로웠어라 // 어찌 높은 의리가 하늘에까지 닿았을 뿐인가 / 충성과 의분이 바로 가을바람에 비길 만하다]고 하면서 충성의 깊음을 더 알겠단다.

※한자와 어구

歸來: 돌아오다. 또는 돌아가다. 三徑: 세 길. 任蕪沒: 다 거칠어지다. 恰有: 흡사 -이 있다. 琴樽: 거문고와 술. 供笑傲: 말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 環堵: 두른 담장. 蕭然: 쓸쓸하다. 臥北窓: 북창에 누워있다. 羲皇上人: 희황상인이 된 듯. 興陶陶: 흥만은 도도했었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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