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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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에서 6월 항쟁으로
홍인화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연구실장
국제학박사

  • 입력날짜 : 2020. 06.11. 17:29
서현교회 앞에서 33주년 6·10항쟁기념식이 있었다. 서현교회는 33년 전 6·10항쟁이 있었던 역사적 현장이다. 5월과 6월이 되면 시난고난 아프다. 필자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아프곤 한다. 역사적 멍에 때문이다. 80년 5월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계엄령으로 휴교령이 내렸다. 민주주의는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친구와 함께 도청 앞으로 갔다. 훌라 송도 따라 부르고 애국가를 불렀다. 그러다 사람들이 푹푹 쓰러졌다. 비명을 뒤로 한 채 ‘나 살려라’하고 도망쳤다. 골목길에 다다르면 담을 넘고, 또 담을 넘었다. 달리기도 잘 하지 못하는 데 어디서 그런 초인적인 힘이 나왔는지 모른다. 집에 도착하면 솜이불로 문을 가렸고, 다음날이면 또 다시 도청 앞으로 나갔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전시돼 있는 사진들과 이야기한다. 도청 앞 분수대에 모여 있는 광주 시민들, 운구를 시신 앞에 두고 장송곡을 부르는 시민들,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광주 시민들, 희생된 시신을 수습하는 광주 시민들, 길거리바닥에 방치된 시신들, 그 숱한 영혼들 앞에 광주는 통곡했다. 격렬한 시위 끝에 불에 타 앙상한 형체만 남은 차량들, 폭도라고 누명 씌운 언론,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가는 광주 시민들, 10일간의 300여명의 사망자 그리고 수많은 행불자들은 말한다. 잊지 말고 기억하고 꽃피우라고. 그리고 일상이 역사라고.

필자는 83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생이 되면서 오월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오월정신을 실천하고자 했다. 매년 오월이면 마음과 몸이 아프지만 오월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썼다. 87년 총학생회장과 총여학생회장 당선을 적극 도왔다. 87년 1월14일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사망했고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에 전 국민이 분노했고 5월까지 박종철 추모집회는 계속됐다.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5·18 민주항쟁 7주년을 맞아 유족들은 오열했고 당선된 총학생회장과 총여학생회장은 삭발을 했다. 6월에는 직격최루탄을 맞아 의식을 잃은 이한열군의 항의로 촉발된 시위가 ‘호헌철폐’, ‘독재타도’로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5월 마찬가지로 외신기자들이 많았다. 최루탄을 쏘지 말라며 전경들에게 장미를 꽂아주는 어머니들, 환호하며 격려하는 회사원들, 경적을 울리는 택시기사들, 기도하는 신부, 목사, 승려들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제33주년 기념사를 통해 “87년 6·10민주항쟁의 그날,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냈다.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라고 6·10민주항쟁에 대해 평가했다. 또 “가장 위대한 성과는 민중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6·10민주항쟁은 남영동 국가폭력의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냈다, 이제 남영동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는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다고 강조했다.

80년 오월을 알리기 위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나아갔다. 개인의 삶은 모두 버려졌고 목숨마저 내걸었다. 그만큼 민주화는 80년대의 절박한 요구이자 열망이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목 놓아 외쳤던 87년 6월 항쟁을 기억한다.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뜨거운 열정이 솟아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당면한 역사를 개척해나가기 위함이다. 6월 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확립됐는지, 대통령직선제가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지긋이 알려주고 있다. 80년 5월에서 태동된 6월 항쟁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역사다. 6월 항쟁은 우리더러 똑바로 살라고 가만가만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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