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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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목’에 담긴 전설…시혼·우정 깃든 ‘쌍시비’
[광주공원 어떻게 가꿔야 하나]<2>‘성거사지 오층석탑’과 ‘용아·영랑 쌍둥이시비’
거북이 붙잡아 대도시 광주 만든 지혜 돋보여
아름다운 시어 통해 시대 아픔 표현한 두 친구
스토리텔링·영상물 제작 등 ‘역사학교’ 건립을

  • 입력날짜 : 2020. 09.13. 16:45
70-80년대 애틋한 추억의 공간 이었던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 내에 세워진 보물 109호 성거사지 오층석탑(왼쪽)과 시혼(詩魂)과 우정을 기린 용아·영랑 쌍둥이 시비./김영근 기자
광주 남구 구동에 위치한 광주공원에는 보물 109호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오층석탑에는 ‘거북 목’에 대한 재밌는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광주공원이라 불리기 전에는 성거산이라 불렸다. 선조들은 이 성거산이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어 상서로운 거북의 기운이 광주를 떠나지 못하도록 했다.

거북의 등에 절을 지으려고 했지만, 지을 때마다 무너져 지을 수 없었다고 한다. ‘거북의 목 부근에 탑을 세우면 절이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도승의 말에 거북의 급소인 목에 오층 석탑을 세웠고, 거북을 움직이지 못한 게 한 다음, 절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세워진 절이 성거사다. 성거사라는 절 마당에는 보물 제109호로 지정돼 있는 문화재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세워졌고, 현재까지도 광주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

오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 초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거사는 언제 지어졌고 사라졌는지 공식 기록을 알 수 없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거북이가 광주천을 따라 흘러 내려가면 광주의 운세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풍수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실제로 광주공원이 된 성거산은 거북이가 광주천 물줄기를 향해 헤엄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북의 옛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1940년, 일제가 그들의 신사를 개수하면서 등허리를 파헤치고 길을 내어 발을 끊는 등 원형이 많이 변형됐기 때문이다.

광주는 현재 거북의 자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북서진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멀리 첨단지구의 발전이 눈부시다. 해방 직후 인구 8만명이던 광주가 현재 150만명의 거대도시로 발전했다.

전설대로라면 ‘거북 목’을 붙잡아 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거북이를 붙잡아 거대도시 광주로 만든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광주공원 정상 부분에 우뚝 선 충혼탑에서 오층석탑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정자가 있고, 그 아래 언덕에 쌍둥이 모습의 시비를 만날 수 있다. 시혼(詩魂)과 우정을 기린 용아·영랑 시비다.

본명이 박용철(1904-1934)인 용아는 1904년 광주 광산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이 김윤식(1903-1950)인 영랑은 1903년 강진에서 태어났다.

용아와 영랑은 1920-30년대 남도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들로, 아름다운 시어로 시대의 아픔을 함께 그려낸 친구다.

용아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 ‘떠나가는 배’의 한 소절인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가 새겨져 있다.

영랑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인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는 마지막 시구가 새겨져 있다.

쌍둥이시비는 모습도 글씨체도 예술적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높이 120㎝, 너비 60㎝의 화강암에 새겨진 글씨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 시비는 1970년 정소파, 문병란, 손광은 등 지역 시민들의 발의로 건립됐으며, 글씨는 한글 서예의 대가로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남 진도 출신 평보 ‘서희환’이 썼다.

이처럼 광주공원은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보고다. 오층석탑의 건립 비밀과, 시대 아픔을 표현한 두 시인의 이야기까지 유익하면서 재미난 이야기가 넘쳐난다.

때문에 올바른 역사의식 제고와 이를 알리기 위한 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공원이 품고 있는 역사이야기를 한데 모아 스토리텔링하고, 이를 강의하거나 영상물로 제작하는 등 광주공원 전용 ‘역사학교’가 건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성태 국제고등학교 수석교사(역사)는 “광주공원이 품고 있는 역사와 정신을 광주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오층석탑이 가지고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아·영랑 쌍둥이시비는 광주공원 최초 시비로 알고 있다. 비극적이던 그 시절,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 광주·전남 대표 시인들을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며 “광주공원만이 가진 역사를 교육·홍보하는 ‘역사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역사 학습 공간’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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