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수요일)
홈 >> 기획 > 기획일반

[청춘의 이름으로 세상에 고하다]자연에서 배운대로 살아가는 삶 이야기
나의 똥 선생님

  • 입력날짜 : 2020. 10.07. 17:32
이한결 (또바기) <청소년삶디자인 센터 벼리>
광주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또바기’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재작년 열아홉에 입사해 책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기후위기를 주제로 다양한 일들을 꾸리고 있다. 청소년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중이다. 어린 나이에 대학도 안 가고 취직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한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것들이 많다. 사회인의 삶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며 살아야 한다.

나는 농사짓는 사람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무등산 자락에 있는 논을 얻어 자연농법으로 토종벼를 키우고 있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손으로 해야 하므로 혼자선 쉽지 않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 청소년들이 함께 벼를 키우고 있다. 봄에는 모를 심고, 가을엔 벼를 베었다.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한 해 동안 수고한 사람들과 이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했을 벼에게 고맙다. 무엇인가를 키워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쌀 한 톨의 무게를 잘 안다.

농사의 기쁨은 ‘실상사 작은학교’라는 대안학교에 다니며 알았다. 학교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자락에 있다. 지리산에서 다섯 해 머물면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곳에서 배우고 싶어서 지리산으로 향했다.

지리산 실상자 작은학교에서 만난 첫 스승은 뜻밖에도 똥이었다.

화장실 문 앞에 ‘똥은 밥이다’라는 문구를 보고 들어가는 순간, 변기는커녕 구멍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고, 밑에 싸인 똥덩어리들과 구린 냄새에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매일 똥을 싸고 톳밥을 뿌리고 쌓인 똥을 퍼 날라 퇴비를 만들어서 밭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의 거름으로 줬다. 신기하게도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면서 똥의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

한 번은 농사 시간에 세 명이서 수레에 똥통을 담아 퇴비장까지 싣고 가는데 뒤에서 수레를 잡던 친구가 엎어져서 앞에 있던 친구가 똥을 뒤집어쓴 적도 있었다. 얼른 또 그 똥을 주워 담고 다시 퇴비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똥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순환하는 삶’에 대해서 배우며 우리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음식은 자연의 선물이며, 누군가의 노력으로 차려진 밥상임을 알게 되었다. 이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과정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똥을 귀중히 여기는 곳을 떠나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의 배움을 간직하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갈등과 마주해야 했다. 5년 동안 자연과 함께했던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광주에서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은 조금 불편하고, 애를 써야 하는 삶이었다.

먼저, 기후위기를 공부하면서 육식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고기를 먹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덧 2년 째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마음으로 페스코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생선과 계란, 유제품은 섭취함.) 육고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만의 채식 철학은 이러하다. 나를 위해 차려준 닭고기수프를 거절하지 않는다. 내가 채식한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 나를 위해 음식을 내줬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그리고 또 음식을 얻어먹는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해서 미리 말해둔다. 너무 먹고 싶은 과자와 라면은 고기 분말수프가 들어갔지만 허락하기로 했다. 안 먹으면 마음 한구석에 쌓여 언젠가 터져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욕구를 천천히 제어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내가 옳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을 제안은 할 수 있지만, 강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식단을 바꾸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할 때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에게 설명해야 했다. 내가 육고기를 먹지 않고, 왜 비건이 아나라 애매하게 생선과 계란, 유제품은 먹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완전한 채식은 아니지만,) 채식은 한국에서 조금 유별난 일이기 때문에 한 번도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없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동료들은 다행히 나를 많이 배려해준다. 그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지인들과 고기를 먹는 자리에 갔을 때 나는 종종 고기를 굽기도 한다. 내가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먹지도 않는데 고기를 굽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고기를 먹지 않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편한 마음으로 먹기를 바라며 집게를 잡는다.

다음으로, 나는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하며 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생필품을 친환경적인 것들로 바꿨다. 텀블러, 스테인리스 빨대, 장바구니, 비누, 대나무 칫솔 등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좋겠는 마음으로 사용해보고 좋았던 물건들을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주기도 한다. 나에게 대나무 칫솔을 선물을 받은 친구를 한 달 뒤 만났는데 대나무 칫솔을 꾸준히 사용하다가 자신이 100개를 구입해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한 번 더 놀란 건 그 지인들까지 구입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환경이 파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은 실감하지 못하고 놓치고 생활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도시에서 똥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하는 작은 실천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편리함에 속지 않기 위해 깨어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도시 생활 속에서 체감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들과 매일 갈등하고,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격려하는 것 또한 멈추지 않으며 또박또박 나아가려 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