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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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7)여성가족친화마을 ‘청춘발산협동조합’
청년·어르신 소통 강화…생활문화공동체 자리매김
보행로 개선 프로젝트 통해 모두 편리한 마을로
버려지는 캔·고철·빈병 모아 행복장학금 재활용
주민 모두 나서 청소·분리수거 등 문제해결 ‘착착’

  • 입력날짜 : 2021. 02.15. 19:45

청년들이 만든 행복보행박스로 편리하게 보행하고 있는 동네 어르신의 모습과 행복장학금키트를 배포하는 모습.

골목의 의미가 낯설어진 현대 사회에서 광주 서구 발산마을은 20-90대에 이르는 다양한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발산마을 청년들이 어르신들과 처음 소통하게 된 것은 2015년 국내 최대 규모의 민관협력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다양한 디자인 작업과 청년들의 입주, 주민 생활 개선 프로그램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주민들의 일상에 점차 공동체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3년 간 인연을 맺고 활동해 오던 청년협동조합이 지난 2018년 마을 내에서 자립하면서 현재는 생활문화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르신들과 함께 다양한 마을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는 발산마을 청년들이 빈틈없는 돌봄을 위해 다시 모였다.

틈새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어르신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9년 겨울부터 기획된 돌봄 프로그램은 마을 내에 있는 청년 공간에서 다양한 주제와 시간대별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사업은 마을 어르신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자존감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꾸려졌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성평등 교육 및 내부역량 강화 워크숍을 통한 성인지 감수성 학습이 선행됐고, 여성가족친화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을 논의했다.

마을 모니터링 과정에서 두 개의 큰 주제가 설정됐다. 마을 보행로 사업과 행복장학금 캠페인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청년과 어르신들의 동아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이는 마을 돌봄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청춘발산협동조합은 청년과 어르신, 마을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다양한 활동으로 다함께 돌보는 마을을 실천하고 있다.

◇행복보행도움박스…편리한 마을 보행로 만들기

마을 공유공간을 모두가 안전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청년 활동가들이 나섰다.

어르신들의 보다 편리한 보행을 위해 도움박스(경사로, 도움턱)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

설치 장소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결과, ‘발산마을 버스 정류장’과 휴식 공간인 ‘발산마을 공용 데크’,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청춘빌리지 1호’, ‘샘몰 경로당’ 등이 후보로 올랐다.

외주 제작을 맡기지 않고 청년들이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선에서 보행도움박스는 마을회의와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청춘빌리지 1호’에 설치됐다.

청년들은 제작에 필요한 도구 및 재료 준비에서부터 기기 사용법 교육 및 실습 활동을 진행했다.

목재를 자르고 철재를 이용해 규격에 맞는 보행 도움박스 2종을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행 구조물을 스탠실로 도색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행복보행도움박스 컬러링’ 활동으로 색이 입혀진 구조물은 훨씬 더 밝은 느낌으로 완성됐다.

보행 경사로와 보행턱으로 구성된 도움박스를 통해 휠체어나 보행기가 쉽게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 및 장애인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청년들은 약자의 관점에서 마을 내 보행로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됐고, 모든 과정에 참여하면서 틈이 없는 돌봄을 위한 목표에 한 발 더 나아가게 됐다.

◇마을 속 행복 줍기…쓸모아 프로젝트

‘마을 쓰레기를 치우고 힘든 이웃들을 돌보는 일은 왜 할머니들만 하는 걸까?’

유리병과 캔을 수거하느라 어지럽혀진 마을 분리수거장을 다시 정리하는 일, 병과 캔을 손수 씻고 나무 몽둥이로 두들겨 캔을 압축시키는 작업.

발산마을 샘몰경로당의 여성 어르신들이 지난 2016년부터 자발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이다.

마을에서 나오는 캔과 유리병들은 마을의 어린이 및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된다.

발산마을의 ‘쓸모아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고안됐다.

마을 내의 사소한 일들은 누군가 도맡아서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가치를 두고 실현해야 하는 일이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며 활동은 ‘행복장학금박스 캠페인’으로 발전했다.

함께 모은 고철과 공병은 행복장학금박스에 담겨 있다가 매주 수요일 오전 ‘청춘빌리지 1호’ 앞 플라스틱 정류장으로 모여 발산마을의 행복장학금으로 재활용된다.

행복장학금수거박스와 플라스틱정류장이 마을의 한 거점에 만들어지면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선별된 쓰레기들은 마을 돌봄에 필요한 비용으로 전환돼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마을 사업이 됐다.

발산마을은 마을청소, 분리수거 문제,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 등 골목에서 함께 일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

다양한 계층이 함께 고민하며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가는 양3동 발산마을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마을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의 청춘발산협동조합이 사각지대에 처한 여성 어르신들을 지원하기 위한 돌봄 체계를 구축해 생활문화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은 청춘발산협동조합이 마을 어르신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만든 행복도움박스(경사로, 도움턱)와 학생들을 위한 행복장학금 박스.


송명은 대표
[인터뷰] 송명은 청춘발산협동조합 대표 “틈새 돌봄시스템 구축…사각지대 해소 힘쓰겠다”

“돌봄은 누군가 도맡아 하는 일이 아닙니다. 주민 모두가 참여할 때 공동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거예요.”

성평등한 마을 공동체를 고민하고 돌봄 역량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의 청춘발산협동조합.

송명은 청춘발산협동조합 대표는 “청년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발산마을은 서로 간의 돌봄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길러가고 있다”며 “빈 틈 없는 틈새 돌봄시스템을 구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여성가족친화마을 사업에 선정되고 세부 계획을 세우려는 데 접근 방법부터 막막했다”며 “단순한 마을 돌봄이 아니라 돌봄을 실천하는 주체가 자존감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마을에서 여성 어르신들이 당연히 돌봄을 도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모른 척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며 “사실 돌봄은 마을 전체가 가치를 두고 실현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마을 모니터링을 통해 보행로 개선 사업과 행복장학금 캠페인(쓸모아 프로젝트)을 실시하면서 청년과 어르신이 자연스레 활동을 함께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모아 마을을 만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대표는 “어르신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계셨던 ‘행복줍기’ 프로젝트에 청년들, 마을 예술가 분들이 참여하면서 ‘쓸모아 프로젝트’가 탄생했다”며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을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보행 개선을 위한 행복보행도움박스를 만들고나서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들어오셔서 마을 소식을 전해주시기도 하고 상의를 하러 오시기도 했다”며 “뿌듯하고 보람도 느끼면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 대표는 “성인지 감수성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며 “역할을 구분짓지 않고 누구나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성평등한 마을 공동체를 위한 밑거름이다”고 강조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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