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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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9)인권마을 ‘금호마을공동체’
일상에서 실현되는 인권…소통·연대의 장 연다
마을 네트워크 기반 다양한 인권 프로그램 개발
어린이 인권 놀이터 등 마을 내 힐링공간도 제공
여성·가부장제·장애인 관련 영화 통해 의견 공유

  • 입력날짜 : 2021. 03.02. 19:47
금호마을공동체는 일상생활에서 인권을 친숙하게 느끼고 소소하게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마을 주민들이 인권 영화를 감상한 뒤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인권이라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이며 스스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 이름을 ‘인(人)꽃마을’로 부르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주민들이 ‘인권’을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데서 비롯됐다.

마을 단위에서 체계적인 인권 교육을 실시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인권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세워져있지 않은 것은 물론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금호마을공동체는 ‘인권’이 주민들의 일상에서부터 실현되고 이에 대한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도록 소통과 연대의 장을 마련해가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주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지속되는 인권 관련 프로그램 개발·연구에도 힘쓴다.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강의를 매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과 함께하는 인권캠프, 놀이 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의 인권교육 또한 도맡아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실천하는 인권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권’을 배우기 위해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를 통한 인권감수성’ 교육은 영화를 좋아하는 마을 사람들과 자연 icoop 생협 활동가들, 광주여성영화제 회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인권을 친숙하게 이야기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시작됐다.

주민들은 여성·가부장제·장애인 등 다양한 소재의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다양한 인권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영화를 만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상영회에서는 관련 단체 활동가와 만나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밖에도 금호인권마을에서는 장애인 접근권 조사를 통해 경사로 등 인권시설을 만드는 사업을 실시해 이동장애인들의 통행을 개선하는 데에도 힘을 모았다.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의 간담회를 진행, 사전회의를 거친 뒤 센터 회원들과의 협업으로 구역을 나눠 조사하고 현장을 돌아보는 작업이 이뤄졌다.

그 결과, 금호지구 먹자골목 내 상가 여러 곳에 경사로가 설치됐고, 사업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은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또한, 청소년 인권캠프를 실시해 아이들의 문제와 진로를 함께 고민해보며 인권 감수성을 키우고, 아이들과의 놀이 활동을 통해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인권을 찾아가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마을 안에서 인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소소한 활동을 통해 조금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사람의 꽃, 인권의 꽃을 피우는 것이 금호인권마을이 지향하는 바다.

주민 스스로가 주체가 될 때 인권은 보호되고 확대될 수 있다.

금호인권마을은 주민의 삶과 마을의 환경을 이해하고 인권문제를 주민들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 진정한 협치를 이뤄가고 있다.
열린 공간인 뒷산에서 아이들이 모여 밧줄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인권은 놀이에서부터…어린이 인권 놀이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정말 행복한가요?’

어린이 인권 놀이터는 아이들의 행복한 삶은 어디서 나오는지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이들의 인권은 놀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슬로건 아래 집안에 갇혀 지내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전래놀이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활동의 시작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래놀이 배움터였다.

어렸을 적 놀았던 기억을 되살리고 규칙을 배워 응용할 수 있는 전래놀이 배움터는 어른들에게도 한바탕 웃고 떠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했다.

이후 전래놀이 자격증 반을 만들게 되고, 이 자격증을 갖게 된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래놀이수업을 진행했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주변의 초등학교와 연계, 강당 등 학교 내 빈 공간을 빌려 놀이 활동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학내 학부모 동아리가 구성돼 해마다 전래놀이 연수가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학교 강당에서 진행됐던 인권 놀이터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고민 끝에 열린 공간인 마을 뒷산에서 이 활동을 이어나가게 됐다.

매주 토요일이면 마을 뒷산인 백석산에서 아이들과 가벼운 산책을 다니곤 한다. 코로나로 집 안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른들은 단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이들은 여기에서부터 행복을 찾는다.

성인 뿐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동 인권은 보호받을 수 있다.
금호인권마을 아이들이 마을 뒷산인 백석산을 산책하고 청소했다. 청소를 마친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 이은진 금호인권마을 활동가 “인권은 일상 속에서 천천히 배워 나가는 것”

“인권은 마을 단위에서부터 천천히 배워 나가는 것입니다. 주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공동체 정신을 실천할 때 진정한 인권마을이 될 수 있습니다.”

이은진 금호인권마을 활동가는 마을 내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가는 “마을 안에서 인권이라는 것은 거대담론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시작되는 것이다”며 “우리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인권마을 만들기를 함께한 지 벌써 7년째라는 이 활동가는 “영화를 통한 인권교육, 아이들의 놀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권 감수성 활동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레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작은 마을 단위에서부터 이뤄질 수 있는 것을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현재는 주민들이 ‘인권’을 훨씬 친숙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과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얻는 즐거움이 크다”며 “아이들과 함께 산책할 때, 이들의 웃음소리가 운동장을 넘어서고 마을 뒷산을 울릴 때 진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마을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경험한 분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도 그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인권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기했다”며 “다른 공동체들이 이런 활동을 배워가 실행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모든 공동체가 그렇겠지만, 금호인권마을 또한 지금의 활동이 짧은 기간 내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까지 오게 된 것이다”며 “인권감수성이라는 것은 스스로 매번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마련이다. 꾸준한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활동가는 “‘민주주의가 집 문 앞에서, 내 회사 출입구 앞에서 멈췄다’라는 말이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인권 또한 마찬가지다”며 “마을 안에부터 이러한 것들이 실천돼야 한다.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비로소 인권감수성이 길러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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