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사진=연합뉴스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인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해 열악한 지방의 의료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직능단체에 불과한 의사협회가 의대 신설이나 정원 증원 등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핵심 의료 정책에 대한 결정권의 한 축으로 작동하는 현재의 논의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1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8일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이어 의협은 9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내용을 설명하는 서신문을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의협은 서신문에서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을 통한 인력 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는 점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전제돼야 함을 복지부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은 “복지부가 이런 전제사항에 대해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공공의대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복지부가 (의협의 의대 신설 논의 배제 전제 사항에) 공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공공의대 신설’은 복지부와 의협이 진행 중인 의료현안협의체 안건인 4대 정책 중 하나다. 4대 정책은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등이다. 복지부와 의협은 2020년 의정 협의 과정에서 향후 코로나19 안정화 시 4대 정책을 안건으로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

반면, 의협은 17년째 3천58명으로 동결돼 있는 의대 정원 증원에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의협은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문에서 의료인력 확충 논의 시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 논의 절대 불가 ▲현재 상황·미래 수요 정확한 분석 우선 ▲객관적 사후 평가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두터운 보상 통해 안정적 필수의료 및 지역 의료환경 마련 ▲전공의 수련·근무환경 개선 등의 사항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복지부에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3년 만에 본격화된 의정 협의에서 의협이 의대 신설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열악한 의료 현실 타개를 위해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해온 전남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의대 신설을 배제하고 의대 정원 증원만 논의할 경우 지금과 같은 지역 필수 의료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남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대 신설 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직능단체인 의협에 국한돼 있는 현재의 논의 구조를 확장하거나, 공론화 기구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지부가 의협만 논의의 한 축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결국 의사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국민 건강권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의료 정책은 의협과 정부의 문제 만은 아니다. 법정기구가 아닌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과 정부가 양자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복지부가 시민사회, 지자체,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를 참여시켜 의대 정원 확대, 의대 신설 문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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