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구 농성동 인근 빈 건축물들이 흉물스러운 모습을 한채 줄줄이 늘어서 있다./장은정 인턴기자

광주 곳곳에 빈 건축물들이 오랜 기간 방치돼 도시 미관 저해는 물론, 쓰레기 무단투기, 붕괴 위험, 범죄 노출 우려로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법령에 빈 건축물에 대한 실태조사나 조치 명령이 명시돼있음에도 관할 행정기관들은 “의무가 아니다”며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광주 자치구 등에 따르면 ‘건축물관리법’ 속 빈 건축물은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사용하지 아니하는 건축물’로, 우리가 흔히 ‘폐건물’로 오해하고 있는 건물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보통 방치된 건물들은 ▲도심 미관 해침 ▲쓰레기 무단투기 ▲붕괴 위험 ▲청소년·노숙자 범죄 노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해당 문제 발생 방지를 위해 ‘건축물관리법’ 제6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건축물 관리에 관한 정책 수립·시행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광주 북구를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는 ‘빈 건축물’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관련 법의 존재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빈 건축물들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아 최근 폭우나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 발생 시 ‘건물 붕괴’ 등 위험에 대한 사전 대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서구 농성동의 한 빈 건축물 앞은 오가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악취에 저절로 코를 막게 했다.

앞서 남구 주월동의 빈 건축물에는 출입 금지 선이 처져 있음에도 지나던 시민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잠을 자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당 지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학생들이 늦은 오후가 되면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신다”며 “요즘 흉기 난동 등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불안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있다고 해서 의무적으로 실태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은 광주시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건축물관리법’상 빈 건축물은 각 자치구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 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시는 현재 빈 건축물과 관련해 민원이 들어오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나가는 등 자체적으로 관리·감독을 시행하고 있다.

/장은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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