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대기하는 환자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근무조건 의결에 맞춰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조정·줄이기로 한 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내원객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김애리 기자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교수 28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 돌입 등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지역 의료 공백 심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전남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남대 비대위)에 따르면 교수 400여명(병원 임상교수·해외연수자 포함) 중 220여명(55%)이 사직서를 냈다.

전남대 비대위는 이날 오후 의대 교수 전체회의를 열어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시기와 주 52시간 근무 준법 투쟁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등을 지켜보며 향후 회의 일정 등을 결정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대 의대의 경우 교수 161명 중 중 69명(42%)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선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2일 임시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여부 등 향후 행동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천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의료 개혁 백지화,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요구하는 데 대해 “(의협은)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이탈이 7주째 접어들면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복귀를 재차 요청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교수는 “담화문 발표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협의 여지를 주나’라는 기대를 했으나 내용을 듣고 나니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되면 의사들도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 의정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출구없는 대치에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한 달을 넘어가고 있는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며 “교수들이 근무 시간마저 축소하면 진료는 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황을 견뎌야 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김진수·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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