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5(일)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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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작업으로 풀어내려 했어요. 자전적인 이야기, 수많은 감정의 파편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죠.”
오랜 기간 인물 작업에 천착하며 자신의 내밀한 독백을 그림 속 주인공에 펼쳐 보이고 있는 전현숙 작가는 지난달 2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소 어둡고 거친 스타일의 인물화를 그렸던 작가는 ‘자화상’을 소재로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확장해오고 있다. 본격적인 자화상 작업 시기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그림에서는 중년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당시 작가 자신의 모습이면서 현대인의 단면이기도 하다.
“초창기 작업에선 위태로운 상황을 나타내는 외줄이나 조각배 위 커플 모습 등을 그렸어요. 그러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경계에 있는 인물 그리고 어린아이를 담아내기 시작했죠. 불완전하고 여린 존재가 주인공이 된 거예요. 순수한 아이를 통해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림 속 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소품에도 눈길이 간다. 어린아이가 갖고 노는 하회탈이나 각시탈, 인형 등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일종의 페르소나를 의미한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다.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욕망이나 힘겨움, 갈등과 같은 것을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려고 했어요. 아이의 옷에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과 박쥐 문양을 새겨 넣었죠. 제 그림에선 복을 가져다주는 물건이나 표현방식 등 민화적 요소가 느껴지기도 해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최근 작업은 사람의 얼굴 또는 뒷모습에 집중해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의 눈을 중심으로 얼굴만을 부각해 그리기도 하고, 뒤통수와 목덜미를 통해 복합적인 감정을 녹여내기도 한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걸어가는 동작 등 사람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이 있어요. 스크래치나 가시가 돋은 뒷모습을 통해 상처받은 인물의 슬픔 등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돋우지만, 이 때문에 스스로 상처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마냥 우울한 것만은 아니에요. 상처가 아물며 다시 새살이 돋는 것 같이 희망적인 순간이 반드시 있거든요. 화사하고 밝은 색감도 이를 뒷받침해주죠. 그림 하나에도 많은 사연이 담겨있고 또 이에 따라 각자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작가의 작품은 마치 그림책을 보는 것처럼 즐거움을 안겨주면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자아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자화상’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그림 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제 내면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우리 모두는 현시대에서 살아내기와 버텨내기, 변신하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잖아요. 이제는 제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일반적인 세상 사람들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어요.”/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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