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사용후핵연료의 중간 저장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을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환경단체들은 원전 확대 정책의 재검토 없이는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비롯한 정부 계획이 사실상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양이원영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앞으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의 양조차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서 부지를 어떻게 정하느냐”며 “원자력발전소 확대 정책까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론화는 중간저장을 할지, 재처리를 할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얘기하자는 건데 정부가 재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는 것은 이중플레이”라며 “재처리 연구를 중단해야 공론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핵무기의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데다 또다른 원자력 폐기물이 양산된다며 핵연료 재처리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신근정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국장도 향후 원전 정책에 대한 공감대 없이는 공론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시민들은 이미 발생한 핵연료의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생각하지만 정부는 원전 확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공론화는 표면적인 논의에 불과하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런 인식의 차이가 훨씬 커졌다는 사실도 정부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당시 겪은 혼란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장은 “최근 정부가 부안을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후보지로 선정한 사실이 들통나자 부안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리고 며칠 동안 민심이 흉흉했다”며 “신뢰를 먼저 쌓지 않으면 어느 지역이든 굉장히 큰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론화위원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윤 교수는 “원자력은 호불호가 분명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도 들어가야 하고 누구의 추천으로 누구를 선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비용을 공개하고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