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전 현대건설 호남지역 관계자와 차를 한잔 했다. 화두거리는 단연 광주시의 최대 숙제인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선수촌 숙소와 새 야구장 건립이었다.
대화 과정에서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U대회 선수촌 공사 참여에 전혀 의지가 없었으나 광주시장과 부시장 등이 간곡하게 현대 측을 설득한 결과 참여하게 됐다”며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U대회가 성공리에 개최 돼야한다”고 숨은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같은 시각 강운태 광주시장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역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U대회 선수촌 건설과 관련된 하도급 물량 전체를 지역 업체에 배정되도록 현대건설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현대건설 사장에게도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를 요청했다”며 시 간부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U대회 선수촌 숙소 건립에 참여를 승낙한 것도, 아직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지만 지역업체 100% 하도급 참여를 요청한 것도 모두가 ‘소통’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소통이나 막힘을 뜻할 때 성(城)과 길(도로)을 인용한다. 성벽이니, 성역이니, 탄탄대로 등이 가장 비근한 일례다.
도로는 보통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인데 성은 물러서기 위한 도구다. 도로가 만남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열린 세계를 추구한다면, 성은 고립과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컨대 도로의 역할에 큰 관심을 기울였던 로마인은 도로를 놓는 방법과 이를 오래 유지하는 방식 등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수백 마일에 이르는 로마 도로가 지금까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로마인이 건설한 대표적인 로마가도는 현재도 수많은 자동차가 달리고 있지만 건재하다.
이에 반해 국가가 군사적인 목적을 갖고 국방이나 교통의 요지에 설치했던 군사 시설물인 성(城)은 의미가 다르다.
주지하듯 중국의 진시황은 흉노족의 침입에 대비하여 10여년에 걸쳐 만리장성을 쌓았다. 당시 성을 축조하는 데는 수많은 군사와 부역민, 죄수들이 강제 동원됐다. 결국 진나라는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아무리 만리장성이 기네스북에 등재되고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더라도 민중들의 피눈물과 희생은 지울 수 없는 뼈아픈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로마인은 돌을 다듬은 벽돌로 마차가 다니는 길을 만들었지만 중국인들은 같은 돌을 이용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전쟁에서 도로는 영토를 넓히고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필수불가결 하지만 성을 통해서는 한 치도 전진 할 수 없다.
도로가 개방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진적인 태도를 지향한다면 성은 폐쇄적이고 자기만의 방어적이며 자폐적인 경향을 고수한다. 또 도로는 투명하고 가변적인 속성을 지닌 반면, 성은 불투명하고 고정적인 성격을 띤다.
도로가 상대를 공격도 하지만 동시에 침공당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되듯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열린 정서와 포용력을 요구한다. 다양성의 공존은 충돌과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협력과 조율을 통해 소통·발전을 도모하는 유력한 토대가 된다.
요즘 정치, 경제, 사회 어느 분야 모두에서 가장 많이 나도는 단어가 바로 이 ‘소통’이 아닐까 한다.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의 문제가 아니다.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의 관점의 작용이다.
U대회 숙소는 추정 예산 6천150억원이 소요되는 근래 지역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공사다. 요즘 같이 일감 기근에 허덕이는 지역 건설업체들로서는 더 이상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곧 철거와 함께 공사에 착수할 예정인데 U대회까지는 공사기간이 빠듯한 듯 하다. 앞으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얼마만큼 지역건설사를 배려하느냐의 문제는 지역 건설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이자 명암이 달려있다. 방어의 성을 쌓을지 열린 도로를 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2026.10.02 (금)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