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성이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정말 어렵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한파에 기름값은 폭등하고, 먹거리 가격도 연초부터 치솟으면서 도시 월급쟁이의 호주머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님도,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주인장도 계속된 경기침체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총선에 매몰돼 서민들의 삶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흑룡의 해를 맞아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바람 빠진 풍선이 돼 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섣부르다. 이 땅엔 참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로 인해 세상은 훈훈해지고 다시 뛰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광주매일신문 기자들이 매주 한 사람씩 찾아서 소개하고 있다.

3년째 ‘전라도 정신’을 화두로 삼고 현장 밀착형 신문을 만들어가는 광주매일신문은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임진년을 맞아 두 개의 새로운 기획물을 내 놓았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 때마다 목숨을 걸고 나선 전라도인의 기개를 되새겨 보는 ‘구국의 횃불, 호남 의병’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따뜻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현재의 인물을 찾아가는 ‘전라도 전라도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이들 시리즈는 ‘전라도 정신’을 발굴, 전파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기자는 ‘전라도사람들’을 맡아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이 시리즈를 기획했을 때 우리팀은 ‘성공한 사람보다는 그 과정에 있는 사람, 그 성공이 자신의 부와 명예가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고루 나눠지고, 특히 더불어 사는 공동체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지역의 40-50대’로 범위를 한정시켰다. 나만 잘사는 사람, 나만 성공한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지금까지 딱 5명을 취재했을 뿐인데, 새로운 취재원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그들은 다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열정을 쏟아내며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잠월미술관의 김광옥 관장은 미술관 하나로 시골마을이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에 자리잡은 이 작은 미술관은 이제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은 물론이고 시골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마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주민들의 삶과 생활을 미술관이 모두 끌어안은 결과였다. ‘돈’을 쫓고 ‘돈’에 의해 기획되는 도시의 미술관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예술공동체를 이곳에서는 현실화했다.

영광 ‘여민동락’의 강위원 대표는 농촌복지공동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의장을 역임하는 등 학생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던 그가 복지전문가로 변신해 고향마을에서 펼친 공동체 삶은 감동 그 자체였다. 외부의 지원없이 뜻을 같이한 3가족과 함께 시작한 그의 꿈은 이제 뿌리를 내리고 복지농촌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름도 아름다운 달빛무월마을의 농부이자 도예가인 송일근씨의 사례는 젊은 사람 몇 명이면 농촌마을을 확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준다.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빈집이 늘어가는 담양군 대덕면 무월마을은 행복마을 사업을 시작한 지난 3년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한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애초 시작할 수 없었던 부분도 분명 있다.

우리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지고 삶이 팍팍해진다고 하지만 이렇게 곳곳에서 묵묵히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 된다.

광주매일신문은 올 한 해 우리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 이끌어가는 전라도사람들을 쭉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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